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시장마저 한국에 선점당해 침통한 분위기 속에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일본 TV제조 업체들의 희망의 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일본 전자업계의 라이벌인 소니와 파나소닉이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항하기 위해 차세대 TV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TV의 개발제휴 협상에 나섰다.
업체의 제휴가 실현될 경우, 일본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라이벌구도를 형성했던 업체끼리 주력사업에서 협력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시장을 빼앗겨 어려움에 처한 일본의 전자산업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소니-파나소닉의 위기 타개책, '일장기 연합' 과거 브라운관 시절 전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기업은 액정TV로 넘어오면서 그 주도권을 한국에 완전히 빼앗겼다.
그 결과, 지난해 결산에서 일본 유력 전자업체의 절반이 적자를 기록했다.
'일장기 연합'이라 할 수 있는 소니와 파나소닉은 TV사업 개시 이래 처음으로 금년도 전세계 판매계획 목표치를 낮췄다. 소니는 전년대비 11%, 파나소닉은 전년대비 7% 감소할 것으로 보고 사실상 시장점유율 확대를 단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 히타치, 파나소닉 등은 일본 내 생산을 중단하고 해외 위탁생산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소니와 파나소닉이 차세대 TV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양산 기술개발 등을 위한 제휴 교섭을 개시한다고 지난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이 발표했다.
일본 가전업계의 양대 산맥이자 숙명의 라이벌로 여겨져 온 소니와 파나소닉이 손을 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라이벌사가 이번 제휴를 통해 노리고 있는 것은 양사 모두 2015년으로 잡고 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TV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에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LCD보다 선명한 화질과 20% 이상 낮은 소비전력 등으로 차세대 TV시장의 주력으로 불리는 기술이며, 미국 디스플레이서치 사에 의하면 2015년도 OLED TV시장 규모는 총 500만 대 71억 달러로, 스마트폰용 등을 포함해 전체 OLED 규모는 166억 847만 달러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금년 내에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시판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액정TV시장에서 한국에 크게 뒤처지면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는 일본 제조업체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개발에서도 3년 이상 뒤처진 가운데 향후 전망 역시 매우 어두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자 꺼낸 카드가 '일장기(日の丸)연합'이다. 소니는 파나소닉과의 연합 외에도 대만의 友達光電(AUO)와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양산을 위한 공동 기술 개발을 협의 중에 있어 일본과 대만이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형국이다.
한국 제조업체에 밀리며 TV부문에서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소니는 더 이상 TV부문에의 자력투자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누적 적자액만도 총 7,000억 엔을 넘어선다.
파나소닉 역시 TV 부문의 과잉투자로 지난해 7,721억 엔(TV부문 1,000억 엔 이상)이라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다 소니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생산방식은 '증착방식' 기술로, 양산에 적합하나 대형화가 어려우며 대형투자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파나소닉의 생산방식인 ‘인쇄방식’은 대형패널에 적합하며 원가절감이 가능하지만 실용화까지 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두 기업이 꾸리는 연합의 목표는 표면적으로 보면 기술진, 경영자원을 하나로 모아 서로 다른 생산방식의 장점만을 끌어내는 데에 있다.
일본 TV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연합은 수백 명의 기술진을 끌어안는 두 기업에 마지막 남은 기회라면서, 로드맵대로만 진행된다면 한국의 삼성, LG를 넘어설 수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연합의 진짜 목적은 '일장기(日の丸)'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일본정부와 일본국민에게 호소하고, 이를 통해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데에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정책투자은행과 산업혁신기구가 이번 연합에 대한 공적자금투자기관으로서 조금씩 언론에 흘러나오고 있다.
▶ '일장기 연합' 소니 - 파나소닉 이번엔 성공할까? 반도체, 가전분야에서 일본기업이 연합을 이뤄 한국에 대항해온 사례는 많았다. 하지만 성공한 전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자사기술에 집착하며 주도권 다툼을 하다가 자멸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파나소닉과 히타치가 플라즈마 패널 제작을 위한 공동개발 제휴를 맺었으며, 파나소닉-히타치-도시바 연합이 공동출자를 통해 액정패널 생산용 회사를 설립했지만, 두 연합 모두 실패했다.
소니 역시 2004년, 삼성과 액정패널 생산회사(S-LCD)를 설립했지만 실패하면서 큰 손실만을 입은 바 있다. 이번 소니-파나소닉 연합 역시 판이한 생산방식, 자존심 강한 기업문화 때문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크다.
▶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독주할 수 있을까?
삼성-LG로 대표되는 한국기업이 연내에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TV를 시판할 계획이며, 일본기업과의 격차를 완전히 벌려놓은 양상이다. 하지만, 발매될 TV 가격은 1,000만 원 이상으로 아직 완전한 상용화가 이뤄졌다고 보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23.8%로 1위, LG가 13.7%로 2위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소니(10.6%), 파나소닉(7.8%), 샤프(6.9%), 도시바(5.1%) 등의 일본 업체가 쫓고 있다. 이렇듯 한국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본연합과 가격에 이점이 있는 대만·중국기업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