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제45회 중의원 총선거는 유권자들의 참여율도 높았다.
소선거구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96년 제41회 총선거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인 69.28%(비례는 69.27%)를 기록했고, 이들의 약 3분의 2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선거당일 nhk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35%로 집계됐다. 이는 31%의 정당지지율을 기록한 민주당을 앞서는 수치다.
그러나 개표결과는 주지하다시피 민주당의 308석(총의석수 480석) 획득으로 끝났다.
일본의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심정으로 투표소에 들어갔던 것일까?
▲ 일본 유권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민주당 압승'을 연출한 것일까? (사진은 29일 밤 이케부쿠로 니시구치 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하토야마 대표의 연설현장)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
민주당 정권탄생으로부터 만 하루가 지난 9월 1일, 도쿄 일대에서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 투표당일 이야기와 그 심정을 들어보기로 했다.
기자가 만난 유권자는 총 16명이며 이중 12명이 투표했다고 밝혔다. 투표를 하지 않은 4명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2명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라고 답했고, '급히 약속이 생겨 못갔다'가 1명, '그냥 (투표소에) 안갔다'가 1명이었다.
투표한 12명중 '소선거' 및 '비례'를 전부 민주당 후보 및 민주당으로 투표한 유권자는 6명이었다. 3명은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지만, 비례대표는 각각 '자민당'과 '우리모두의 당(みんなの党), 그리고 '신당일본(新党日本)'에 넣었다고 밝혔다. 지역구만 놓고 본다면 12명중 10명이 민주당 후보에 넣었다는 말이 된다.
한편 소선거, 비례 전부 자민당에 넣은 이는 정경학부를 다니는 대학생 1명에 불과했다. 다른 한명은 정년퇴직자로 소선거는 자민당 후보에 넣었지만, 비례는 민주당에 넣었으며, 투표는 했지만 그 내용을 말해주지 않은 사람이 1명 있었다.
흥미로운 건 둘다 민주당에 넣은 유권자 6명중 3명이 05년 총선거에서는 자민당에 넣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앞으로 민주당이 정권공약을 어떻게 실현해 나가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거의 투표성향이 바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민주당에 기대는 안하는데, 워낙 자민당이 헛발질만 하는지라 (민주당에) 넣었을 뿐"이라고 답하는 이가 상당수였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대화중 몇개를 추려 보았다.
■ 중소기업 영업직 회사원 (28, 남자, 사이타마 거주) - 어느쪽에 투표했나?
"둘다 민주당에 넣었다. 후보도 민주당 후보, 비례도 민주당이라 써 넣었다" - 지난번 선거때도 민주당에 투표했나?
"지난 번엔 바빠서 못갔다. 만약 갔다면 자민당에 넣었을 것 같다" - 이번에는 왜 민주당에 넣었나?
"자민당이 그간 죽 해왔지만 얼마나 했더라... (54년간이라고 기자가 말하자) 그렇다.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요즘 경기도 안좋고 우리처럼 영업뛰는 사람들은 작년부터 정말 안좋다. 회사에서도 노르마(할당량)를 요구하지 않을 정도로 안좋다. 특별히 민주당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한번 변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 민주당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기대랄 것 까지는 없고...그냥 경기 좀 풀어주고 우리같은 샐러리맨들 많이 도와달라는 정도?"
■ 전업주부 (34, 여자, 도쿄 나카노 거주, 아이 2명) - 투표정당을 말해달라.
"둘다 민주당 넣었다. 나처럼 아이가진 주부들은 아마 전부다 민주당에 넣었을 것 같다(웃음)" - 어린이수당 때문인가? (기자주 - 어린이수당은 민주당의 최대정권공약중 하나로써 민주당은 아이한명당 매달 2만 6천엔씩 중학교 졸업때까지 지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렇다. 우리집의 경우 2명이니까 5만 2천엔이 생기는 셈이다"
- 어린이수당의 재원에 대한 걱정은 해 본 적 없나?
"없다. 준다니까 주겠지. 설마 그걸 안주겠나? 안주면 아마 큰 난리날 것이다" - 자민당이 왜 몰락했다고 보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 몰랐다. 민주당이 잘해주리라 믿는다"
- 지난번 선거때도 민주당에 넣었나?
"지난 번엔 자민당에 넣었던 것 같다" - 이유는?
"특별한 이유보단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다. 음...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난다"
■ 학생(21, 남자, 도쿄 신주쿠 거주, 정경학부생) - 투표했나?
"투표했다. 둘다 자민당에 넣었다" - 자민당?
"그렇다. 자민당에 넣었다. 왜 의외인가?" - 의외라기보다...
"전공이 정치쪽이라서 마니페스토(정권공약)를 면밀하게 따져봤는데, 민주당 공약보다 자민당 공약이 더 신뢰가 가고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민주당이 어차피 이길 것 같은 분위기라 견제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의도적으로 자민당에 넣었다" - 원래 지지정당은 어딘가? 의도적 투표라는 게 가능한가?
"없다. 투표자체를 처음 해 본다. 하지만 의도적 투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의도적 투표에는 마니페스토 비교라는 근거가 있다. 투표행위는 자기나름대로 근거가 있어야 한다"
- 민주당은 관료정치를 타파하겠다고 한다.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관료정치의 폐해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본다. 타파는 불가능하고 수정보완 정도가 맞지 않을까 한다" -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게다가 이건 민주당의 거대한 정권공약인데 그정도 준비도 없겠는가?
"초선의원이 너무 많다. 민주당은 의원 100명을 관청에 보내고 관료들의 정점에 있는 사무차관제도를 없앨 것이라 하는데 절대 무리라고 본다. 우선 이제 막 당선된 초선의원들은 노련한 관료들의 사보타지(딴청, 시간끌기)를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다" - 그런데 민주당이 대승했으니 앞으로 좋든 싫든 민주당 정권이다.
"그렇다. 이왕 이리된 거니까 잘 해줬음 한다. 하지만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 프리랜서 라이터 (31, 여자, 도쿄 무사시노시, 미혼)
- 투표정당은?
"소선구제는 간 나오토(민주당), 비례는 신당일본에 넣었다" - 간 나오토야 그렇다치더라도 신당일본은 신선하다.
"다나카 야스오의 팬이다(웃음). 또 신당일본의 정책에는 매력적이고 신선한 것도 많다" - 도쿄 18구는 간 나오토의 아성인 것 같다.
"그렇다. 쓰치야(자민당 중의원, 무사시노 시장출신)씨도 좋긴 하지만 역시 간 나오토의 텃밭이라고 봐야한다" -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는데 어떤가?
"자민당보다 못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고...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부담도 커졌을 거라 생각한다" - 자민당은 왜 몰락했다고 보는가?
"아무래도 다들 살기 어려워졌으니 화풀이할 상대가 필요해서 그런거 아니겠나. 자민당은 그 타겟이 됐을 뿐이다. 나같은 프리랜서도 최근에 잡지도 휴간하고, 원고료도 대폭 깎였으니까. 물론 민주당이 된다고 그렇게 기대하는 것도 없지만 자민당보다야 낫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든다" ■ 정년퇴직한 전(前) 기업체 간부 (73, 남자, 도쿄 이케부쿠로) - 어디다 넣었나?
"지역구는 고이케 유리코(도쿄 10구 자민당 후보), 비례는 민주당에 넣었다" - 지난번엔 투표했나? 했다면 어디에 넣었는지 말해달라.
"우정선거때는 둘다 자민당에 넣었다"
- 기업체 간부출신이라고 했는데, 기업 경영자들은 자민당 지지자가 많은 것 같다.
"대기업은 그런 것 같은데, 중소기업은 또 모르겠다. 하지만 중소기업도 자민당 지지자들 많다. 민주당은 접대비 항목를 1년에 4백만엔까지 제한한다는 말이 있던데, 이런 건 경영자들 입장에서 타격이 크다" - 기존엔 얼마였나?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6백 정도였던 걸로 안다" -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어떻게 보나?
"너무 많이 이긴 것 같다. 과반수 조금 넘기는 정도가 좋았는데... 이렇게까지 이길 줄 알았다면 비례도 자민당에 넣을 걸 그랬다"
민주당, 300석은 너무 많다는 목소리도 나와한편 <도쿄신문>(9월 1일자)에도 이와 비슷한 앙케이트 조사가 있어 소개한다. <도쿄신문>은 파견계약이 끝나 갈곳없는 파견노동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가나가와현의 거주단지와 도쿄내의 직업안정소(핼로워크) 4곳, 그리고 아키하바라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합 30명의 앙케이트 결과를 지면에 실었다.
이 결과를 보면, 30명의 유권자중 11명은 소선거구 및 비례대표 전부를 민주당으로 넣었다. 또 소선거, 비례 어느쪽이던 민주당을 선택한 유권자는 4명이었다. '핼로워크'에서 조사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공산당 및 사민당에 넣었다고 답하는 사람도 꽤 많았고, 만화광으로 유명한 아소 총리의 인기가 높은 아키하바라에서는 민주당과 자민당이 5대 5로 팽팽했다.
다음은 <도쿄신문>이 조사한 앙케이트 내용중 몇개를 추려 보았다.
■ 가나가와현 파견노동자 단지 거주자 (소선거/비례)
- 구직중 / 남 / 55 (민주/사민)
"지난번은 다중 채무로부터 도망다니고 있어서 투표에 못갔다. 자민당 덕택에 파견에서 잘렸다. 고용대책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 구직중 / 남 / 34 (민주/공산)
"마스조에 후생상이 '구인표를 나눠줬는데 응모가 없었다'는 발언에 열받았다. 여당(자민당)은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서 기어 올라와라! 공산당에는 신(新)정권의 브레이크역을 기대하기 위해 투표했다"- 구직중 / 남 / 41 (공산/공산)
"파견문제를 어떻게든 해줬으면 한다. 경기, 고용정책을 중시했다. 지금까지는 자민당에 투표해왔는데 파견처에서 잘리고 나니 이따위 정권(자공연립)은 싫어지고 말았다. 흔들리지 않는 공산당에 투표했다"
■ 도쿄내 핼로워크에서 만난 구직자들 (소선거/비례) - 구직중 / 남 / 30 (민주/민주)
"광고관련회사를 다니다 봄에 해고당했다. 마니페스토의 1/3은 실현해 줬으면 좋겠다. 고용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자녀화 대책에도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 구직중 / 여 / 39 (민주/사민)
"민주당을 지지한다기 보다 자민당에 표를 던지고 싶지 않아서 투표했다. 어떻게 생활을 나아지게 해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헌법 9조는 지켜줬으면 좋겠다" - 구직중 / 남 / 33 (자민/자민)
"민주당은 좋은 이야기만 잔뜩해서 믿을 수가 없다. 정말 그렇게 잘 할 수 있을지라는 생각이 든다" - 구직중 / 남 / 31 (투표안함)
"정치에 흥미가 없습니다. 민주당이 되어서 아마 잘 안될거라고 본다" ■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만난 사람들 (소선거/비례) - 도쿄 / 주부 / 여 / 31 (민주/민주)
"민주당은 마니페스토를 확실히 지켜야 한다. 민주당에 그다지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민당에 대한 신뢰감이 없어졌다" - 도쿄도 / 변호사 / 남 / 34 (자민/자민)
"300석 이상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은 안정된 정권을 운영하길 바란다. 수상이 계속 교체되는 사태가 국제적으로 어떻게 비추어질지 걱정이다" - 도쿄도 / 회사원 / 남 / 25 (자민/자민)
"수년후에 정권교체되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민주당이든 자민당이든 장기적인 전망이 결여돼 있다고 느낀다. 국민들도 정책검증이 부족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