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이 '중국+아시아국가'로 바뀌고 있다. 중국경제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고, 영토분쟁에 의해 중일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중국이외의 아시아 국가에 생산거점을 확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반일데모 등으로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서, 일본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이 중국 외에 인도네이시아,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두는 '중국+아시아국가'로 전환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작년 4∼9월까지 일본의 무역수지는 3조2,190억 엔의 적자로,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8.2%나 줄어, 무역적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센카쿠 영토문제가 일본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체 매출액 중 중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닛산자동차가 25%를 넘고, 혼다가 20%, 니콘이 14%에 이르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치명타를 안겼다. 이같은 불매운동은 작년 여름에 비해 많이 수그러들긴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또한 중국과의 사회간접자본관련 상담도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한편, 중국은 리먼 쇼크 이후 실시했던 4조 위안(약 50조 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의 반등으로 공급과잉상태에 빠진데다, 유럽 채무위기로 유럽지역 수출도 급감하면서 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이 7.4% 증가에 그쳐 7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바로 이같은 중국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일본 현지기업의 인건비 급등으로 중국은 이제 생산거점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유럽 채무위기로 인한 영향도 상대적으로 약해 일본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4∼9월까지 일본의 동남아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의 호조세를 보였다. 태국에 대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고 베트남이 15.0%, 인도네시아가 20.6%나 늘었다.
이들 동남아 국가의 지난해 4∼6월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4.2∼6.4%를 기록했고, 올해도 비슷한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어 동남아지역에 대한 개척여지가 크다.
일본의 시장 조사기업 테이코쿠 데이터뱅크가 실시한 일본기업의 해외진출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에 이미 진출한 업체 중 82.0%가 현지 생산거점을 확대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18.0%가 중국외의 지역에 생산기지 확대를 희망했는데 39.3%가 태국, 30.4%가 인도네시아, 25.0%가 베트남이라고 답했다(복수 응답 포함). 게다가 이같은 조사 결과는 중국에서 반일데모가 일어나기 전에 조사된 것으로, 중국이외의 지역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중국+아시아국가'의 대상국가로 인도와 미얀마도 부상하고 있다. 주인도 일본대사관 조사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한 일본기업은 지난 10월 기준으로 926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4개나 늘었다.
일본정부는 지난 11월 13일, 인도 서부의 해수담수화 설비, 전력 및 공업용수 공급 등 19건의 SOC 정비계획에 1조 2,00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간사이전력,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미쓰이물산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아시아 최후의 미개발국으로 불리는 미얀마를 겨냥해 일본정부는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연체된 채권 약 5,000억 엔을 올해 1월에 탕감하고, 신규 엔 차관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얀마의 SOC 정비가 진행되면 한층 더 일본기업이 진출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일본기업의 지난해 해외 M&A(인수ㆍ합병) 건수가 전년대비 13% 증가한 515건으로,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경제 버블시기인 1990년의 463건보다도 더 많은 수치로, 이는 엔고의 틈새시장을 노려 해외로 눈을 돌린 기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일본기업의 전체 M&A 금액은 7조3,389억 엔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지역별로는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넥스텔 인수 등 북미기업에 대한 M&A가 4조1,654억 엔으로 가장 많았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은 일본기업의 중국+아시아국가 진출 전략을 면밀히 검토, 중국이외 지역에 진출하려는 일본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포스트는 아직도 개척할 틈새시장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지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