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조사국이 지난 8일, 미일관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베신조 총리의 역사 인식이나 이와 관련한 발언은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혼란하게 만들어 미국의 국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견해를 게재했다.
보고서는 아베 총리를 "강고한 내셔널리스트로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전시 중 구 일본군의 관여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를 수정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는 악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외상이 방일을 취소하는 등 양국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이 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보고서는 의회의 공식적 견해가 아니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보고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날 스가 장관은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마음이나 종교의 문제다. 참배를 할지 말지 강요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역사인식에 대해서도 "아베내각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과 같으며, 이웃국가와의 관계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지역평화와 번영에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 또한, 일본의 입장이 이해될 수 있도록 제대로 설명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스가 장관은 미국 의회조사국이 보고서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강고한 내셔널리스트'로 소개한 데 대해 "오해"라며 반론했다. 중국과 한국으로부터도 총리에 대해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도 "일방적인 평가"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편, 기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1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미국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 대해 "의회의 공식견해도 아니고, 미국 정부의 공식견해도 아니다. 내용에 대한 언급은 삼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이 벌인 행위에 대해 "아시아 각국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 아베 내각으로서 역대내각의 입장을 계승해가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얼마 전 비슷한 말을 남겼다.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전쟁 당시 일본과 아시아국가의 관계에 대해 "우리 나라는 많은 국가들, 아시아국가들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지난달 23일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간의 관계에서는 어느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침략의 정의가 달라진다'고 밝혀 한국과 중국의 큰 반발을 산 바 있는데, 지난 8일 있었던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과 발언에서는 아시아국가들이 입은 손해와 고통이 '일본의 침략'에 의해서였다는 언급이 빠져있어 '반쪽짜리 사과'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반발함은 물론, 미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자 아베 정권도 한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 않던 일본이 이제는 '과거 정부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 '일본이 아시아국가들에 고통을 안겼다'는 등 이전보다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진심으로 여기는 이는 많지 않다. 올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큰 파문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한 아베 정권의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