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피뉴스] 김연수 기자 = 아베 신조 총리가 15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역대 총리가 언급했던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았을 뿐, 그는 추도사를 통해 자신의 색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추도사에서, 가족을 남기고 전지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으나,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 책임과 깊은 반성, 추도의 뜻, 그리고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 추도사 내용은 아베 총리가 주도해서 작성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백지 상태에서 하나하나 만들고 싶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여는 행사인가. 근본적으로 내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비서관 등 소수만 모아 문안을 정리했다고 한다. 전몰자나 유족에 대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총리의 의향이 중시되는 등 국내용 메시지를 강화했지만, 아시아 피해국, 피해자들에 대한 내용은 쏙 빠졌다. 부도칸에서 항상 열리는 8.15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 총리가 아시아 침략을 반성하고 피해자를 애도하며 전쟁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관례화 된 일이었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가 아시아 근린 국가들에 '애도의 뜻'을 나타낸 데 이어,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는 '깊은 반성'을 추가했다. 이 표현은 이후 자민당의 역대 총리에게도 계승해 정착됐다. 아베 총리도 제1차 내각에서 같은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 추도사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전쟁하지 않겠다는 맹세'는 '세계 영구 평화에 가능한 한 공헌한다'는 표현으로 변했다. 이에 대해, 한 일본 정부고관은 "전몰자 추도식에 아시아에 대한 반성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관례화되어 있는 아시아에 대한 메시지를 없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만 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한중 양국의 비판을 초래한다는 걸 몰랐던 것일까. 한편, 이번 추도사와 관련해 일본의 진보 성향의 주요 언론도 우려를 나타냈다. 아사히 신문은 "총리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의 반성을 나타낸 전후 50년의 무라야마 담화와 겹친다.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의 재검토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어, 지난 4월 국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학계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것이 한중 양국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도 비판받았고, 이번 추도사 재검토도 국제사회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도쿄 신문도 "역대 총리가 표명해온 '부전의 맹세'가 사라졌다. 전쟁의 다대한 희생으로 구축된 평화주의의 토대가 흔들린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전몰자 유족의 비판적 코멘트를 실었다. 도쿄 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유족들은 "개헌이나 국방군을 부르짖는 정치가는 전쟁의 진정한 모습을 모른다. 언동이 가볍다", "(아시아국가에 대한 가해와 반성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왜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가. 정말 쇼크다"라는 등 아베 총리의 추도사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전몰자 유족들도 원하지 않는 아베의 우경화,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일까. 혹시 아베 자신의 개인적 야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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