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뒤늦게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유출 문제 대책에 나섰다.
일본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문제는 극히 중요하고 긴요한 과제다. 도쿄전력에게 맡겨서는 대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오염수 유출 문제에 정부가 직접나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산업상은 같은 날, 한 위성방송 채널에 출연해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불거진 고농도 오염수 누출 문제의 대책으로 수백억 엔의 국비를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테기 경제산업상은 "긴급성이 높은 사안, 기술적으로 어려운 사안에 우선적으로 국가 예산을 투입한다"고 언급, 자원의 필요성이 높은 사업에 국세를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오는 3일 열리는 원자력 재해 대책본부회의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오염수 누출 문제의 기본방침과 종합적인 대책을 밝힌다.
◆ 오염수 문제 '나 몰라라'하던 日정부, 올림픽 유치 위해 뒤늦게 움직이다
오염수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개입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계속 언급되어 왔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여당(자민당, 공명당)내에서는 오염수 대책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라는 제언이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3월과 6월, 여당은 정부에 "오염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응해 조속히 만전 대책을 강구하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오염수 유출에 대한 종합대책을 세운다고 발표했을 때, 여당내부에서 정부의 늦장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고 한다.
▲ 오염수 유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저장탱크 ©도쿄전력 제공 | |
이전까지 도쿄전력에 모든 대응을 일임했던 일본 정부는 왜 뒤늦게 오염수 대책에 적극 개입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오염수 문제를 더이상 방치하면 아베 정권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올림픽이다.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아르헨티나에서는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도시가 결정된다. 도쿄는 그동안 올림픽 개최 최유력 도시로 손꼽혀왔고, 지난달 초 필자와 만난 일본 일간지 스포츠 담당 기자는 도쿄의 2020 올림픽 유치 성공을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 언론사와 해외언론사 일부는, 간발의 차로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전제로 준비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같이 보도한 언론사는 바로 일본의 유명 주간지 '주간현대'다. 일본에서도 신뢰성이 높은 주간지인 '주간현대'는 8월 17일·24일 합병호를 통해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2020년 올림픽 유치 경쟁에 나선 도시는 터키 이스탄불, 일본 도쿄, 스페인 마드리드 등 3개 도시다. 2024년에 올림픽 개최 100년을 맞이하는 프랑스 파리가 2024년 올림픽 개최지로 거의 확정된 가운데, 2020년 개최지로 마드리드가 선정되면 2회 연속 유럽 개최가 되어버리는데다, 스페인에서는 재정위기와 더불어 7월 24일 열차 사고로 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마이너스 요인이 크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터키 이스탄불은 반정부 시위 등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하고, 인프라 설비 부족이 역력해 다른 두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 기사에서는 재무성 관계자들이 올림픽 개최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가 유치추진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그에게서 정보를 전달받아 어떠한 확신을 갖고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쿄도의 올림픽 유치 성공을 일본 성청조차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던 차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지난 8월 19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유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후 제1원전내 곳곳에서 오염수 유출이 확인돼 오염수 유출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에 올림픽 유치를 호언장담하던 이들조차도 오염수 문제가 올림픽 유치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오염수 유출사고가 개최지 선정에 있어서 영향을 줄만한 사안인데다, 올림픽 개최 경쟁지가 이를 거론하며 네가티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아베노믹스를 비롯해 각종 경기부양책을 구사하는 일본 정부로서는, 올림픽 유치가 가져오는 경제효과에 큰 기대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오염수 대책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종합 대책을 공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고자한다는 것.
심지어, 일본 의회는 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에 대한 심의를 IOC총회가 끝나는 9월 중순 이후로 연기했다. 아베 총리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일본 아베 정부의 올림픽 유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방증한다.
과연 일본 정부가 발표할 오염수 종합대책은 국제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낼까.
모테기 경제산업상은 2일 방송 출연 때, 종합대책의 일부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원자로 건물 주변의 토양을 얼려 지하수의 유입을 막는 '동토차수벽'의 설치에 드는 비용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액 부담하며, 오염수로부터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거 장치 '알프스'의 성능 향상에도 국비를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20130820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유출 ©도쿄전력 제공 | |
오염수 총량을 줄이고자 지하수 유입을 막고, 오염수의 오염도를 낮춘 뒤 튼튼한 저장소에 저장하는 것. 현 상황에서 이 이상의 오염수 대처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부대책안은 모테기 경제산업상이 이야기했던 내용처럼 기존 대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2일 열렸던 다나카 순이치 원자력규제위원장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계 각국 특파원들은 도쿄전력과 일본정부의 대응에 강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원전사고 대응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반응은, 어떻게보면 세계 언론을, 그리고 여론을 대변하는 것이다.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종합대책 발표만으로는, 일본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렇게 신경 써서 대응하고 있다"는 보여주기 정도의 효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