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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하토야마 대량생산"의 현장을 가다
[현장취재] 하토야마 덕분에 한몫 톡톡히 본 일본기업 오가와 스튜디오
 
박철현 기자
"벌써 고이즈미 전(前)수상를 따라 잡았어요. 하토야마 대표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하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탄생을 앞두고 그 효과를 가장 많이 보는 기업은 어디일까? 일본 유수의 경제연구소와 경제전문가들이 잘되는 기업, 안 풀리는 기업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을 때 이미 '민주당 하토야마 특수'를 노리는 기업이 있다.

사이타마 오미야에 위치한 조그만 기업 오가와 스튜디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회사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오가와 스튜디오는 크리에이티브 계통의 기업이다. 하지만 보통의 스튜디오처럼 영상이나 음악, 혹은 사진을 다루지 않는다.
 
▲  '하토야마' 대량생산의 현장. 수작업만으로 하루에 하토야마를 400여기씩 만든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실제 인물이나 애니메니션의 캐릭터들을 소재로 만든 연회용 고무 마스크다. 왜 있지 않나? 파티같은 데서 머리에 뒤집어 쓰고 웃고 즐기는 큼직큼직한 그것.

그렇다. 오가와 스튜디오는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 탄생을 예상하고 8월 30일 중의원 총선거를 전후해 하토야마 유키오 고무 마스크를 제작, 근 한달여 만에 무려 2500개나 팔아 제꼈다.
 
"이 기록은 정치인들 중에서 넘버원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렸던 게 고이즈미 전총리의 2500개였는데, 이건 3,4개월 걸려서 세운 기록이거든요. 그런데 고작 한달만에 이렇게 팔아버렸으니. 또 시기도 좋아요. 앞으로 연말연시가 다가오니까. 한 1만개 정도는 팔아치우지 않을까 합니다. 하하하"

오가와 스튜디오의 야기하라 다카히로(50) 전무이사는 jpnews 취재진을 만나자 마자 만면에 웃음을 띠며 모처럼만의 대박에 즐거워 했다.

그의 말로는 고무마스크의 경우 보통 2000개가 손익분기점이라고 한다.하나에 2천엔 정도에 총제작비가 보통 4백만엔. 고무틀을 미리 석고로 만들어 놓고 그 안에 고무풀을 집어넣는 것부터 10명 남짓한 인원이 전부 수공업으로, 하루 최대 400개를 만들어 낸다.

정치인으로서는 하토야마 대표를 제외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총리가 2500개로 가장 잘 나갔다고 한다. 그 다음이 아소 다로 총리가 1800개, 아베 신조 전총리는 고작 600개를 기록했고, 후쿠다 야스오 전총리는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외국의 인물로는 마이클 잭슨과 오바마 미대통령이 최근에 잘 나가고 있다.
 
▲  왼쪽부터 600개가 팔린 아베 신조 전총리, 한달만에 2500개를 팔아치운 하토야마 총리예정자, 그리고 1800개로 그나마 선방한 아소 다로 총리. 뒤쪽에 고(故) 마이클 잭슨을 닮은 고무마스크도...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그때마다 화제를 끌고 다니는 인물이라면 정치인, 연예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등 아무거나 만드는데 그렇다고 또 아무나 만드는 건 아닙니다. 고무마스크 자체가 연회나 파티, 결혼식 피로연등에서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원형이 되는 인물이 퍼포먼스성이 있고 뚜렷한 특성이 있어야 하거든요. 아베 전총리는 혹시나 해서 만들어 봤는데, 역시 안 팔리더군요. 그래서 후쿠다 전총리도 아예 만들지도 않았어요"

그의 말을 따르면 고이즈미 전총리는 역시 퍼포먼스가 발군이었다고 한다. "인생도 여러가지, 회사도 여러가지", "감동했다!"등 수많은 명언을 만들어낸 그는 사람들이 흉내내기도 싶고, 또 고무마스크 자체가 웨이브진 퍼머머리 때문에 캐릭터성을 강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소 다로 총리 역시 퍼포먼스성은 고이즈미에 뒤떨어지지만 인물 그 자체가 만화광이라는 캐릭터성을 지녀서 어느정도 선방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소 총리의 퍼포먼스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자 그는 "연회에서 그냥 한자 몇자 씌여진 종이만 들고 잘못 읽으면 된다"고 웃으며 말한다. 아! 그렇군. 아소 총리는 이미 그 자체가 퍼포먼스 덩어리였다는 걸 깜빡했다.

하지만 오가와 스튜디오는 그냥 유행만 타는 한탕짜리 기업이 아니었다. 회사설립연도가 무려 메이지 38년(1905년)이고, 지금이 3대째 사장이다. 야기하라 전무가 오가와 스튜디오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물론 저는 태어나기 전입니다만, 창업초기엔 풍선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원래 우리 회사는 천연고무 소재로 풍선을 만들다가 5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에서 고무마스크 오더가 들어와서 50년대부터 흔히 몬스터마스크라 불리는 할로윈용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여기 왔을 땐 사무실에 프랑켄슈타인이나 드라큘라 가면들로 득실거렸죠. 철야라도 하는 날엔 얼마나 무서웠던지 몰라요(웃음)"

▲ 야기하라 다카히로(50) 전무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실제 jpnews 취재진이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도 한구석에 각종 캐릭터를 모델로 한 고무마스크가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 바로 옆 3단 탁자 상단에는 울트라맨, 기타로(鬼太郎), 고질라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그리고 하단은 일본의 전통극에서 나올법한 사무라이의 독특한 머리형태 가발이 전시돼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몬스터 마스크는 눈에 띠지 않는다.

"지금은 전부 내수용으로 전환했어요. 24∼25년전에 엔고로 수출오더가 들어오지 않아 그때 아예 방향전환을 했지요. 처음 다룬 게 고무로 만든 연회용의 사무라이나 스모 선수들 가발이었습니다. 이것도 꾸준히 팔렸지만 사람들에게 우리 회사가 알려진건 아카시아 산마(기자주 -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연예인중 하나)를 모델로 한 '뎃빠군'(뻐드렁니 군, 아카시아 산마의 신체적 특징이 뻐드렁니라서 이걸 모티브로 해 만든 고무마스크)때문이었습니다"

그 후 오가와 스튜디오는 비트(기타노) 다케시, 안토니오 이노키등 주로 연예인을 중심으로 고무마스크를 제작해 히트를 쳤고 이후 유행을 타는 연예인들과 만화 캐릭터들에게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통은 있지만 여전히 회사는 조그맣다. 과연 어떻게 판권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일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캐릭터는 전부 판권을 삽니다. 하나당 얼마씩 해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이지요. 사람의 경우 일단 정치인은 공인이니까 초상권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풍자의 영역으로 받아 들여지니까요. 또 설령 정치인들이 뭐라고 해도 당신을 만든게 아니다는 식으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연예인이다. jpnews 취재진이 사무실 옆의 공장을 견학했을때 하토야마도 하토야마지만,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담 콤비 '오도리'의 멤버 가스가(春日)의 고무 마스크도 제작중이었던 것이다. 가스가의 초상권은 해결했는지 물어보았다.

"아닙니다. 초상권 문제가 있기는 한데, 사후처리라는 방식을 택했지요. 사후에 클레임을 받으면 제작을 중지하거나 그때 초상권 협의를 본다던가 하지요.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것은 무조건 저희쪽이 잘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전 협의를 할 수 없는 것은 이유가 있고요. 그런데 또 만들어진 걸 보면 다들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아직까지 문제가 생긴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오가와 스튜디오는 이전에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의 고무마스크를 만들때 사전허가를 받기 위한 협의를 가졌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생겼다. 길다랗고 큰 턱이 매력적인(?) 이노키의 데포르메 디자인을 그려서 가지고 가면 이노키 쪽에서 "난 이렇게 턱이 크지 않은데"라는 식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즉, 사사건건 수정요구가 들어오니까 도무지 작업이 진행도 안될 뿐더러 그 시간에 유행이 지나가는 경우도 생겨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초상권이 민사법이라는 것을 이용해 아예 만들어 놓고 사후에 처리하자는 식으로 만드는 걸로 방침을 바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손을 못대는 영역은 지금도 존재한다고 한다.

"여전히 격투기 쪽은 무서워요. 한국의 최홍만 같은 선수는 캐릭터성이 있고 기질도 다분하고 해서 만들고는 싶은데, k-1이나 그쪽은 웬지 좀 그래서요"  

야기하라 전무는 취재진을 공장으로 안내했다. 공장에선 지금 일본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 하토야마 유키오 차기수상이 대량생산중에 있었다. 각각의 생산라인에 선 10명 남짓한 아티스트들은 일일이 손으로 하토야마를 쓰다듬고 있었다.

또 하루 최대 생산량이 400개인 이유도 알게 되었다. 21세기에 이런 가내수공업이 존재하다니. 100년 세월을 견뎌온 고무드럼통 겉면에는 천연고무 자국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이 회사에 다닌지 40년째라는 60대초반의 아저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장인의 향기를 선사해 준다.

"우린 전부 수공업입니다. 고무공장인데 냄새 안나죠? 100% 천연고무 씁니다. 얼굴에 뒤집어 쓰는 거니까 합성고무 쓸 수가 없죠. 메이드 인 재팬의 자부심도 있고. 고무드럼통도 손으로 만들었고, 이 생산라인도 전부 선대들이 손으로 만든 겁니다. 그래서 고장나면 우리가 손으로 고칩니다. 기획, 디자인, 조형, 캐터로리, 복제, 라인, 도장, 채색, 포장까지 전부 열명정도의 스탭들이 나누어서 하지요"

그래서 그런 걸까. 고무마스크 시장은 오가와 스튜디오가 100%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시장마진이 적게 떨어진다는 것도 있지만 노하우가 없다는 이유도 있다. 야기하라 전무에 의하면 최근에는 중국산 고무마스크도 들어오고 있지만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엔 좀 팔리더라도 역시 얼마지나지 않아 찢어지거나 합성고무 냄새등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 채색이 끝나 포장을 기다리고 있는 하토야마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공장라인의 마지막 단계 '채색'룸으로 가니 징그러울 정도로 하토야마가 쌓여 있다. 얼추 30개 정도? 이쪽에서는 하토야마 옆에 아소 총리, 아베 전총리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 워낙 매스컴 취재가 많이 와서 요구하길래 아예 놓아 두었습니다. 다들 좋다하고 찍어가더군요"

그러고 보니 총리만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만들 생각이 없는걸까? 게다가 민주당은 하토야마 대표보다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의 보이지 않는 권력이 더 크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오자와 이치로도 만들 겁니다. 퍼포먼스가 없어서 좀 그렇긴 한데, 얼굴이 재미있지 않습니까? 볼 쪽이 튀어나와서 두꺼비 비슷한 인상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이 흥미가 있지요. 프랑켄슈타인 비슷하게 생겼잖아요? 암튼 민주당이 인기가 좋고 또 우리로서는 연말장사를 해야 하니까 이 추세를 좀 유지해줬으면 하네요"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민주당 정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오가와 스튜디오. 야기하라 전무는 마지막으로 '신(新) 민주당 정권'에, 이렇게 당부했다.

"퍼포먼스나 캐릭터가 아닌 정치의 인기가 유권자들의 구매욕을 자극시켜주길 기대해 봅니다. 저희도 덕분에 좀 먹고 살면 좋겠구요. 하하하"

100년을 이어온 장인정신과 유머로 뭉친 그 마음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 사진으로 보는 하토야마 고무마스크의 생산과정
 
▲  먼저 석고를 이용해 조형틀을 만든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특수한 기법(기업비밀)으로 조형틀 안에 천연고무 마스크가 생겨나고...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이렇게 일단 한번 하토야마 마스크가 완성되지만 아직 여드름(?)등이 많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여드름을 말끔히 정리하는 역할은 경력 수십년의 두분이 맡아서 한다. 참고로 오른쪽 아주머니가 손에 들고 있는 고무마스크는 '오도리'의 가스가이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얼굴형태의 막을 덮어 검정색 스프레이로 우선 머리를 까맣게 칠하면...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머리카락만 검은 하토야마 고무마스크가 완성된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이렇게 완성된 것을 프로 채색자가 살구색 및 눈동자를 그려넣어 완성시킨다. 참고로 하토야마 가면을 들고 있는 이는 노무라 유카(25) 씨로 cnn, ap등이 취재의뢰를 할 때 "유카 노무라, 지금 있느냐"는 질문을, 이유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한다고 한다.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 기념으로 완성된 것을 본 기자도 착용해 보았다. 천연고무로 만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냄새가 나지 않았고 따뜻했다. 야기하라 전무 왈 "지금은 여름이라 그런데, 겨울되면 따뜻한게 좋아요"라고. 어때요? 어울리나요?  © 야마모토 히로키 / 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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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15 [01:49]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앗 1등이닷! 리틀비 09/09/15 [12:07]
ㅋㅋㅋㅋㅋ. 하토야마 마스크! 근데 저렇게 너무 많이 만들어 놓으니까 좀 징그럽다. 근데 저 마스크 누가 사가누? 수정 삭제
천연 고무 Nicholas 09/09/15 [18:33]
정치가들은 가면이 여러겹이죠. 재미있네요! 수정 삭제
오~ 저렇게 만드는군요... amaikoi 09/09/16 [16:01]
툭하면 TV에서 소개되던 그 마스크가 저곳에서 만드는 것이었군요~ ㅎㅎ
재미있게 잘 봤어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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