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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누구를 위한 '담배 카드' 인가?
 
안민정 기자
일년에도 몇번씩 일본에 들르는 친구가 있다.
일로도 여행으로도 일본을 자주 찾았던 이 친구는 일본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감으로 통하고 동경이라면 모르는 곳이 없는 그야말로 일본통. 그런데 올해 겨울, 일본을 다시 찾은 친구에게 느닷없이 sos가 왔다.

'저기..담배를 사려고 자동판매기에 돈을 넣었는데 담배가 안 나와'
'응? 그래? 불량주화 아냐?'
'아니. 불도 들어왔고 돈을 넣은 건 확인이 되는데 담배는 안 나와'
'자판기에서 뭐라고 하는데? 들려줘 봐'
'(일본어 쏼라쏼라) 타스포 카드를 대 주세요~'
'타스포 카드를 대 달래'
'타스포가 뭔데?'
'아..담배 카드.. 참 그거 없지.. 그냥 편의점 가서 손으로 가리켜서 사'
 
▲     ©jpnews

일본은 지난해 7월, 전국 담배 자동 판매기에 '타스포' 카드 입력 시스템을 도용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길거리 흡연 방지와 더불어 2700만 흡연천국에서 청소년들의 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성이 도래되었기 때문이다.

2006년 일본담배공사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남성의 약 41%, 여성의 12%가 흡연자라는 '흡연 일본'. 

동경의 거리를 걸으면 100미터에 네 다섯개는 발견할 수 있는 엄청난 수의 담배 자동 판매기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이 나라 담배를 이렇게 팔아도 괜찮나?'라고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타스포' 카드가 발행되기 전에도 밤 10~11시 이후 '자판기 담배 구입'이 제한되는 등 나름대로 청소년 구입 규제가 있었지만,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담배를 구입하더라도 혼내는 어른들이 없는 이상, 전혀 효과가 없었다.
 
▲   

이에 미성년자를 흡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일본에서 실행된 '타스포' 카드 시스템.
성인만 발급해주는 '타스포' 카드 없이 자판기에서 담배를 구입할 수 없는 제도로 카드는 자동판매기에 비치된 무료신청서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고, 신청에는 신청서와 사진 1장, 신분증 복사본이 필요하다. 또한, 우편으로 우송되는 타스포 카드에는 얼굴과 이름이 새겨져 있어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 못하도록 했다.
 
 
신청서 사진 양식

그러나 '타스포'는 실행이 발표되면서부터 여기저기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우선, 카드 신규 발행에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재발행을 원할 경우 1,000엔(약 13,000원 정도)의 수수료가 드는 데다, 신청서에는 여권 사이즈의 사진을 부착해야 하고, 신분증 복사본, 주소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최근 공공요금 납부서 복사본 등을 우송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문제가 됐다. 누가 담배 좀 사겠다고 증명 사진을 찍을 것이며, 어느 집에나 복사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서류 복사까지 해야되는지 불만이 터져나온 것. 여기에 신청서를 우송하고 심사하여 카드가 발급되는 데까지 약 2주가 걸리자, 일본인들의 반응은 '그 귀찮은 걸 왜 만들어~ 편의점에서 사고 말지..
 
타스포 신청서 앞면
실제 일본에서 담배는 자동판매기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동네 담배 판매점, 전철역 매점, 슈퍼마켓 등 사려고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어디에서든 구입이 가능하다.

이런 번거로움을 호소하는 의견이 많자, 일본담배협회, 전국담배판매협동조합연합회, 일본자동판매기연합회는 지난 4월 1일 '타스포 즉시 발급 서비스 센터'를 동경 신주쿠에 설치했다. 이 곳에 신분증을 지참하고 방문하면 사진 촬영, 신분증 확인 등을 거쳐 최단 30분에 '타스포' 카드를 발급해준다. 또한, 인터넷으로 사진 첨부와 신분증 첨부를 통해 신청하는 서비스도 개시된 상태이다.
 
 
▲  신주쿠 즉시발급센터     ©jpnews
한편, '타스포' 신청은 개인정보 관리에 민감한 일본인들에게 '사진', '신분증 복사' 등을 요구함으로써 거부감을 유발시켰다.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 중요한 개인 정보를 담고 있는 '신분증 복사본'을 우송하다가 행여 누락이 되거나 유출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완성된 '타스포' 카드에는 이름과 사진이 부착되어 있어 만일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개인정보가 누군가에게 도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지난해 '타스포' 발행예정이 발표되었을 때, 흡연자의 '개인정보'를 파악해서 벌금을 물릴 지도 모른다는 괴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여기에 '타스포' 카드를 만들지 않은 사람들이 담배 자동 판매기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담배 자판기를 관리하는 업자들의 수입에 직격탄을 맞은 것도 문제가 됐다. 원래 미성년자들도 접근이 가능한 담배자판기는 불법에 가까웠으나 이를 합법화시키는 것이 '타스포' 시스템. 자판기 관리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타스포' 전용 자동판매기로 교체는 했지만, 확연히 줄어든 수입에 골머리를 썩고 일부 판매기에는 주인 명의의 '타스포' 카드를 빌려주거나 자판기 옆에 놔두는 등 편법이 이용되기도 했다.
 
▲  타스포를 빌려드립니다    ©jpnews
 
▲  타스포를 빌려드립니다    ©jpnews

지난 3월 11일에도 일본 효고현에서 중고생들에게 담배를 판매한 65세의 오코노미야키 가게 경영자가 체포되었다. 고교생들이 담배를 피는 현장을 목격한 경찰이 '어디서 구입했는지' 물어 '그 식당에 가면 중고생에게도 담배를 준다' 고 소문을 듣고 샀다는 것. 이 식당 주인은 '타스포' 도입 이후 담배 판매가 7분의 1로 줄어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판매했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또한, 10일에는 동경에서 17~19세 소년 4명이 편의점에서 담배 21보루를 훔치다 적발되어 체포됐는데, 이들은 '타스포가 없어서 훔쳤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고.

'타스포' 에 대해 일본인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쓸데없는 카드 한장 더 늘었다'
'미성년자 보호에 과연 효과가 있는가'
'청소년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타스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다'
'정말로 미성년자의 담배 판매를 중지할 생각이라면 타스포를 발행할 것이 아니라 담배 자판기를 없애야 할 것'
'자판기에 얼굴 인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진은 왜 필요한가'

등 불평, 불만이 일색이다.
 
▲     ©jpnews
한편, '타스포' 발행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800억엔에 2008년 3월 카고시마, 미야자키현 등 일부지역에서 실시된 이후, 약 1여년 만에 약 900만건을 발행, 흡연자의 33.4%에 보급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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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08 [15:31]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타스포 kori2sal 09/06/11 [22:26]
이건 시행할 당시부터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던 것이죠. 결국 타스포 장비 도입하면서 장비 제조업자 배만 불린 꼴이 된 것이니까. 한국의 모종의 사업과 매우 비슷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앞으로는 편의점에서도 타스포 없이는 담배를 살 수 없게 하려는 듯 하더군요. 수정 삭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당그니 09/06/11 [23:43]
얼마전 술자리에서 담배 피시는 분에게 담배를 대신 사드리려고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녔는데 결국 15분거리 떨어진 편의점까지 가서 겨우 사왔습니다. 수정 삭제
얼굴인식 나루 09/06/13 [15:58]
드물긴 해도 운전 면허증이나, 얼굴을 인식해서 성인 인증을 하는 자판기도 있더군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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