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는 26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 등 유럽 등지로부터 비판을 받자 27일 총리관저 출입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장에 흩어져 있는 분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리더로서 손을 모았다(참배했다). 이것은 세계 공통 리더의 자세일 것이다. 그것을 이해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
아베 수상은 현재 기자들이 마이크만 들이대면 자신의 신사 참배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긴 부연 설명을 덧붙인다. 신사참배 전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정당성을 합리화하기 위해 미리 일본어와 영어로 된 설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그만큼 아베 정부가 이번 신사 참배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을 의식한 것에 다름 아닌 것.
그런데 이같은 아베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최고의 우방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26일 11시 40분경, 아베 수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일본기자들에게 "금후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다짐(맹세)을 꼭 지켜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맹반발이 필시 되는 한국과 중국에게는 이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설명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정부는 일본주재 미대사관을 통해, 아베 수상의 "금후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맹세를 꼭 지켜 나갈 것이다"는 말에 주목한다면서 간단히 '실망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같은 미국의 반응에 대해 일부 일본 언론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은 아베 정부에서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도 아니었고, 또한 구체적으로 긴요한 내용도 없는데다 미대사관을 통한 간단한 성명서였기에 내심 안심한 것이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복병이 터졌다. 바로 미국 국무성에서 대변인을 통해 역시 똑같이 '실망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 이전을 둘러싼 현안 때문에 27일 예정돼 있던 오노 방위청 장관과 미국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의 전화회담이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아베 정부는 이를 쉬쉬하며 숨기는 것은 물론, 미국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발표했다. 때문에 미일 국방장관의 회담 연기 소식은 아베 정부는 물론 일본 국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아사히, 마이니치 신문을 비롯 일본언론은 일제히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우익사관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아베 총리 자신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함으로써 개인적으로는 만족했을지 몰라도, 대신 국익면에서는 많은 손실이 예상되며 이미 그 진행은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사히, 마이니치, 도쿄 신문 등은 "처음에는 미국의 반응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아베 정부가 미 국무 대변인의 성명과 양국의 국방장관 전화회담이 연기되자 당혹해 하고 있다. 이미 자민당 내부에서도 미국의 반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아베 수상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츠오 대표는 "수상의 이념적인 면에서의 언동이 하나하나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미로부터의 우려는 그 전체에 대한 평가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렇듯 아베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후 국내외적 '후폭풍'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아베 수상 자신뿐만 아니라 일본정부의 입지를 더욱 조여오는 압박성 비판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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