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감을 표출한 데 대해, 에토 세이치(衛藤晟一) 일본 총리보좌관이 온라인 영상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실망했다"며 미국을 공개비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에토 보좌관이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이 같은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던 것. 아베 총리 최측근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내에서 파문을 일으켰고, 일본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에토 보좌관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미국이 'disappointed'(실망)했다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disappointed'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이 중국에 제대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국가가 되고 있다", "우방국인 일본을 지키려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미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의 동영상내 발언은 즉각 일본 언론에 의해 다뤄졌다. 아베 총리 최측근인 에토 보좌관의 미국 비판 발언으로 아베 정권의 속내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미국 비판 발언은 외교적으로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나 그의 이번 발언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국빈으로 맞이할지 어떨지 등 세부사항을 한창 논의 중이었다. 그런데 총리보좌관이 갑작스럽게 미국을 공개 비판한 것. 그러니 일본 정부로서는, 에토 보좌관의 이번 발언을 접하고 그야말로 'KY'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분위기를 못 읽는다(쿠키 요메나이= 'k'uuki 'y'omenai)'는 것이다.
일본이 위안부, 제2차 세계대전 등 과거사 인식 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서 케네디 일본 주재 미국 대사는 최근 백악관의 동의 아래 일본 공영방송국 NHK의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 NHK경영위원들의 천황 찬미 발언과 도쿄전범재판, 난징대학살 부정 발언, 모미이 가쓰토 NHK회장의 위안부 발언 등 NHK내 요직의 인물들이 잇따라 역사인식 관련 문제발언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모미이 회장의 경우, 아베 총리와 오랜기간 친분을 가져온 '낙하산'인사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도 본래 2박 3일 예정됐으나 한국의 요청 때문인지 1박 2일로 줄었다.
이렇듯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가운데 에토 보좌관은 작심이나 한듯 미국을 비판했다.
에토 보좌관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서인지, 일본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어디까지나 총리보좌관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일본 정부의 견해는 아니다"라고 언급하고, 에토 보좌관 본인에게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스가 관방장관은 오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토 보좌관에 전화로 진의를 물은 결과, 개인적인 견해를 언급했다고 하더라. 총리 보좌관은 내각의 일원이기 때문에 개인적 견해는 지우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보좌관 본인도 자신의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동영상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취재진에 알렸다. 현재 해당 동영상은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