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만능세포인 'STAP세포' 제작 성공 논문의 날조·조작 문제와 관련해, 이 연구를 주도한 이화학연구소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 주임(만 30세)이 9일 오후, 오사카 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녀가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STAP(자극야기성 다능성 획득, 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세포 논문에 조작과 날조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이화학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다.
오보카타 주임은 조작 논란이 있었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정신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그녀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까봐 주변인들이 노심초사 지켜본 시기도 있었다. 이같은 불안정한 정신 상태 때문에 지난 7일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별실에서 의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오보카타 주임은 짙은 갈색 원피스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STAP세포로 처음 매스컴에 등장했을 때와 비교해 상당히 야위고 표정은 어두웠다.
불과 두 세달 전까지만 해도, '일본 과학계의 신데렐라'였던 그녀였다.
지난 1월말, 신형 만능세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며 실험과정과 결과를 담은 논문을 영국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기고했다. 일반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2,30분 담그는 과정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화 가능한 만능세포를 만들어냈다는 연구결과에 세계가 깜짝놀랐다. 인체의 한 부분으로 성장한 세포를 초기화해 만능세포로 만든다는 것은 현 생명과학계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논문내용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나무에서 새 순이 돋아나듯 인체에서도 잘린 부위가 새로 돋아나는 일도 가능해진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재생의료학에 혁신을 가져다 줄 만한 논문 내용이었다.
그래서 세계 언론은 만 30세 불과한 그녀를 잠재적 노벨상 후보자라고 치켜세웠다. 일본 언론사들은 한 술 더 떠 그녀의 모교인 와세다 대학을 방문해 후배들을 인터뷰하고 그녀의 사생활까지 캐내는 등, 그녀의 모든 것을 기사화했다. 그 어떤 인기스타도 이만큼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같은 '오보카타 붐'은 오래가지 않았다. 네이처에 게재된 직후인 올해 2월 초부터, 인터넷상에서 사진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국내외 연구자들로부터도 "STAP세포의 재현실험이 계속 실패한다"며 STAP세포의 존재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던 것.
이에 결국 이화학연구소는 이달, 외부 전문가와 함께 자체 조사를 개시했다. 그리고 4월 1일, 세포의 만능성을 나타내는 사진과 유전자의 변화를 조사하는 실험 데이터 사진 2장에 대해, "날조 및 조작이 있었다"고 인정, 연구부정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이후 그녀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그녀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불과 두세달만에 일본 과학계의 신데렐라에서 일본의 골치덩이, 수치로 전락한 것이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녀는 이전과 달리 표정이 어두웠고 핼쓱했으며, 이전까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봤던 취재진들은 반대로 이날 매서운 눈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준비해간 서면을 들고 읽어내려갔다. 읽는 도중에 간혹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그녀는 최근 논문 조작 논란에 대해, 자신의 부주의함과 공부 부족, 미숙함 때문에 논문에 미비한 점이 많았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최근 STAP세포 논문 취하소동과 관련하여, 저의 공부 부족, 부주의, 미숙함 등에 의해 논문에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화학연구소 공동집필자 여러분, 그리고 많은 분들에게 다대한 폐를 끼친 점, 마음 속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렇게 사죄를 하면서도 그녀는 연구부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른 논문의 만능세포 사진을 마치 STAP세포 사진이라고 논문에 실은 데 대해
"악의적인 행동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그녀는 이후 질의응답에서, 거짓된 사진 사용에 대해 "단순한 착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STAP세포 실험을 수없이 단행해 200회 이상 제작에 성공했으며, 이에 대한 증거 사진도 대량으로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화학연구소 조사위원회가 "STAP세포 실험 노트가 3년간 2권밖에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적어도 4, 5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화학연구소 조사위원회의 청취조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녀는 청취조사에 대해 "변명할 기회가 적었고, 사실관계를 상세히 들으려는 면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설명을 제대로 들었다면 조사위원회가 연구부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네이처지에 논문 게재 철회를 신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데 대해서도 "STAP 현상이 틀렸다고 발표하는 게 되어버린다"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녀는 시종일관 STAP세포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TAP세포의 존재를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는 밝히지 않았다.
국내외 연구자들로부터 STAP세포의 제작 성공 사례가 보고되지 않는 데 대해 오보카타 연구주임은 "STAP세포 제작에는 어떤 종류의 레시피와 같은 게 있다. 새로운 논문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다른 분이 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STAP 세포를 제작했다는 인물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오보카타 주임은 2시간반에 걸친 기자회견 동안 여러차례 "저의 부주의입니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연구부정은 아니었으며, STAP세포는 존재한다고 끝까지 항변했다.
그녀는 기자회견 하루 전인 8일, 이화학연구소에 자신의 논문에 연구부정이 있었다는 조사결과에 대한 불복신청서를 제출했다. '날조, 조작'으로 결론이 난 사진에 대해, 본래 게재되어야 할 사진이 존재하며, 이화학연구소 규정에 따른 위조, 날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 재조사와 연구부정 결론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화학연구소는 이날 신청서를 수리했으며, 조사위원회는 재조사가 필요할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다. 조사위원회가 심사하여 재조사가 결정될 경우, 규정상 50일 이내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과연 반전이 있을까? 하지만 STAP세포가 존재한다는 명확한 근거 제시조차 못하는 상황이라,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다. 분명한 것은, 그녀의 논란이 일본 과학계가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과 신뢰를 하루 아침에 실추시켰다는 것과, 이번 소동으로 일본의 많은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을 상당 부분 위축시켰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진. 코다 타쿠미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