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인기 만화 '맛의 달인'이, 후쿠시마 원전 부근 방사능에 대한 묘사 때문에 일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맛의 달인은, 일본의 유명 출판사 쇼가쿠칸(小学館)이 발매하는 만화 주간지 '빅쿠 코믹 스피리츠'를 통해 연재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8일 발매된 5월 12, 19일 합병호의 내용이다.
만화 내용을 보면, 주인공인 신문사 문화부 기자 야마오카 시로(한국 번역판 명 : 야마오카 지로) 등 일행은 취재를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을 견학한다. 주인공은 도쿄에 돌아온 뒤 피로감을 느끼며 코피를 흘리는데, 만화 속에서 이도카와 가쓰타카 전 후쿠시마 현 후타바초 촌장은 주인공에게 "나도 (코피가) 나온다", "후쿠시마에는 같은 증상의 사람들이 많다.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 만화 '맛의 달인' 방사능 묘사 논란 ©JPNews | |
여기서 나오는 이도카와 전직 후타바초 촌장은 실존인물이다. 즉, 실제 인물에 보고 들은 이야기를 만화 속에 그대로 실은 것.
한편, 주인공을 진찰한 의사가 "후쿠시마이 방사선과 이 코피를 관련지을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답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이 실리자, "근거 없는 방사능에 대한 묘사는 부적절하다", "후쿠시마 현에 대한 유언비어를 확산시키는 꼴이다"라는 문의가 쇼가쿠칸 편집부에 쇄도했다고 한다.
이에 쇼가쿠칸 편집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피나 피로감이 방사선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의도는 없다", "유언비어 피해를 조장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만화 내용은 원작자가 직접 취재해 그린 내용이며, 이 때문에 편집부가 이를 존중한 것이라고 전했다.
원작자인 가리야 데쓰 씨는 올해 1월, 호주에 사는 일본인들이 이용하는 정보사이트를 통해 2011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을 직저 취재한 사실을 밝히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코피가 나와 멈추지 않았다", "동행한 스태프도 코피와 권태감에 힘들어했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만화 속에 나온 실존 인물인 이도카와 씨는 28일,마이니치 신문과의 취재에 "가리야 씨가 취재해 답한 것이 그대로 만화에 그려져 있다. (만화 속 묘사는) 정말이며, 그 이상의 코멘트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만화 내용에 대한 전문가의 소견은 어떨까?
방사선방호학 전문가인 노구치 구니카즈 니혼대 준교수는 마이니치 신문의 취재에 "방사선 장애가 있다면 코피가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혈소판도 줄어 눈이나 귀 등 몸 속 모세혈관으로부터 출혈이 이어질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취재 견학하면서 급성방사성 장애가 될 정도로 방사선에 노출이 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코피와 피폭을 관련 짓는 기술이 있다면, 그건 부정확한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밖에도, 방사선방호학에 정통한 리츠메이칸 대학의 안자이 이쿠로 명예교수는 "방사선 영향학적으로는 한번에 1시버트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으면 건강피해는 없다고 하지만, 심리적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에 영향을 주어 코피나 권태감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만화내용 때문에 후쿠시마 주민들이 피해를 겪지 않을지 우려했다.
"후쿠시마 사람들은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강하다. 만화에서의 표현이 마음의 짐을 더욱 늘리지는 않을지. 후쿠시마 주민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적인 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맛의 달인(원제: 美味しんぼ오이신보)'은 1983년에 연재를 시작해, 식도락 붐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