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지역 광역지자체 6곳의 전력 공급을 맡는 '간사이 전력'의 전직 핵심 간부가, 유력일간지 아사히 신문을 통해 역대 총리에게 거액의 정치헌금을 건넸던 사실을 폭로했다. 이번 폭로는 일본 정계와 원전기업의 오랜 유착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나이토 치모리(内藤千百里) 간사이 전력 전 부사장(만 91세)은 아사히 신문의 취재에 응해 "최소 1972년부터 약 18년간 역대 총리 7명에게 1천만 엔씩 1년에 두 차례 정치헌금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또한 정계 전체에 배포한 자금은 연간 수억 엔에 달한다고 밝혔다.
나이토 씨는 간사이 전력에서 약 30년간 정계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1947년에 교토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해 간사이 전력의 전신인 간사이 배전에 입사, 1962년에 故 아시하라 요시시게 간사이 전력 사장(당시)의 비서가 되어 약 30년간 근무했다.
그가 밝힌 역대 총리 7명은, 다나카 가쿠에이, 미키 다케오, 오히라 마사요시, 스즈키 젠코, 나카소네 야스히로, 다케시타 노보루다. 모두 총리 재임 기간 중에 정치 헌금을 건넸으며, 자금 출처는 모두 일본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전기요금이었다고 한다.
록키드 사건 뒤인 1980년에 정치가 개인이 받은 정치헌금에 대해 수지 보고서 작성이 의무화되었고, 리쿠르트 사건과 도쿄 사가와큐빈 사건 이후인 1999년에 정치가 개인에 대한 기업·단체 헌금이 금지됐다. 간사이 전력이 역대 총리에게 정치헌금을 건넸을 당시는 정치가 개인에 대한 기업의 헌금이 법률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았다.
▲ 간사이 전력 전직 임원 나이토 치모리 씨 ©JPNews | |
하지만 "정치헌금에 사용되는 돈까지 전기요금으로 내야 하나"라는 여론이 거세져 1974년, 각 전력업체는 정치헌금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나이토 씨의 말에 따르면, 당시 전력 업계는 헌금 폐지 선언 이후에도 은밀히 정치 헌금을 지속했다고 한다. "정치가를 적으로 돌리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간사이 전력의 원전의존도는 지진 전에 50%가 넘는 등 업계에서도 높은 편이었다. 원전 도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계 공작이 중요했다. 이 때문에 정계의 스폰서적 역할을 자청했던 것이었다.
나이토 씨의 증언으로, 일본 정계와 전력회사의 유착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본 전력업체의 독점지배 체제 강화와 경쟁력 약화, 전력업체의 원전 재가동 의지에 대한 정치인들의 동조 등은 이 같은 유착관계의 산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대해 간사이 전력 홍보실은 "(해당 사안에 대해)알지 못한다"며 언론의 취재를 거부했고, 나이토 씨가 언급한 7명의 역대 총리 출신 정치인들은 아사히 신문의 취재에 "그런 사실 없다", "모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