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이시카와 쇼타(가명)는 한국에 애정과 관심을 지닌 일본인 전문직 직장인입니다. 일본 소식과 한·일 양국을 오가며 느낀 점을 글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공룡의 멸종과 리스크 분산 약 1억년 전, 이 지구상에는 공룡이라 불리는 여러 종의 거대 생물이 군림해 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누린 공룡들은 조류의 선조격이 되는 일부 종을 제외하고,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멸종하고 말았다.
약 6600만 년 전, 각종 생물들의 멸종이 왜 멸종했는지에 대해서는, 운석 충돌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아직 확정적인 결론에는 다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멸종이라는 현상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서 반복되어 일어나온 일이다. 현대에 나타나는 생물들의 멸종은 상당수가 인간의 난획과 자연파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활동이 없었던 시대에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했다. 이는 유사 이전에 만들어진 여러 화석 등이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멸종의 이론적 원인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자손을 남기는 게 어려워지거나, 그들이 이용하는 자원이 고갈, 혹은 극적으로 감소하는 등 식(食)에 관한 문제인 경우도 많다. 어느 쪽이든, 멸종은 각 생물종의 생존에 있어서의 리스크 분산 실패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다가스카르 섬이나 오세아니아의 일부 지역 등 지리적으로 격리된 지역에서는 그 지역 특유의 생물종이 그 지역의 특색에 맞춰 적응한다. 그런데 이들 격리된 지역에서 진화를 한 생물종이 외래종의 침입을 계기로 하는 약간의 환경변화로 멸종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어느 생물종이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 특정 식물만을 먹이로 사용했을 우, 외래종의 침입이나 환경의 작은 변화에 따라 그 식물의 생식지역 감소하고, 그 상위에 있는 고유종을 멸종에 이르게 한다는 구조다. 바꿔 말하면, 이 같은 형태의 생물종의 멸종은, 먹이에 대한 리스크 분산 실패의 결과이기도 하다.
◆ 생물학과 경제학 생물종의 발생과 멸종의 문제는, 현재 진화생물학이나 생태학이라는 학문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생태학의 발전이, 사실은 경제학 이론의 차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실제 생태학은 영어로 ecology인데, 이 단어의 접두어 eco는 경제학을 의미하는 영단어인 economy의 eco와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생태학과 경제학을 같은 계열의 학문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더욱 일반적으로 말하면, 생태학이 널리 생물집단의 행동을 설명하려는 데 비해, 경제학이 화폐경제의 요소를 포함한 인간집단의 행동을 설명하려한다는 점에서, 경제학을 일반화한 학문이 바로 생태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제학에서 각 개인의 행동 원리를 설명하려고 하는 게임이론은 생태학에 있어서도 생물의 진화이론 등을 설명하기 위해 이용된다.
◆ 생물진화가 가져온 것자, 여기서 본론으로 넘어가자.
생물의 멸종이라는 현상은 생물의 진화에 있어서 주요한 결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공룡은 포식행동이나 생식행동을 효율화하기 위해서 거대화의 길을 걸었고, 이 때문에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많은 자원을 소비해야 했다. 이처럼 리스크가 충분히 분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인이 어떻든 간에 자원의 급속한 감소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들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멸종을 하게 되었다.
이 설명은, 약 6600만 년 전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생물종이, 비교적 소형의 생물이었던 현재 포유류의 선조, 조류의 선조였다는 사실과도 부합한다.
◆ 사회의 진화와 리스크 분산 실은 이 리스크 분산이라는 전략의 유용성은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이라 불리는 노벨 경제학상의 대상이 된 경제이론에 의해 설명되고 있으며, 투자 전략의 기초가 되고 있다. 효율적인 이익을 쫓아감으로써 리스크의 분산이 충분이 되지 않았을 경우, 어느 시점에서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내용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이같은 불충분한 리스크 분산에 의한 손실 계상은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사회 전체에 고학력화가 진행돼 물가나 지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인건비나 설비비의 증대는, 일본 기업의 저가 전략을 크게 발목잡고 있으며, 고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선진국 시장의 경제 침체와 동반해 일본기업의 실적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
도쿄로 사람이나 조직이 몰리는 '일극 집중'의 문제를 통해서도, 지가의 급등에 따른 비용증대나 재해 취약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고도로 의존한 결과, 지진 뒤의 심각한 에너지 문제에 괴로움을 겪었던 일본사회의 모습도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어떤 사회에서든, 효율적이고도 풍부한 생활만을 추구하다가 리스크 증대와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환경의 변동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에서, 지금 우리들이 배워야 할 선례는 많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