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호쿠세이가쿠엔 대학(北星学園大) 다무라 신이치 학장(총장에 해당)이 31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학에서 비상근 강사로 재직 중인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직 아사히 신문 기자를 내년에 재임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무라 학장은 기자회견에서 "부학장, 각 학부장, 사무국장과의 29일 회의 때, 우에무라 씨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이에 찬동했다"고 밝혔다. 이달 5일에 열리는 대학 최고의사결정기관인 평의회와 이달 중순에 열리는 이사회에서도 각 멤버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것이며, 그 뒤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눠 12월 초까지 확정 짓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우에무라 씨의 임용에 대한 극우들의 협박과 항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우에무라 씨는 아사히 신문 재직 당시인 1990년대 초,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기사화하는 등 위안부 문제를 일본에 널리 알리는 데 공헌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우익들로부터 '비국민',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가 현재 호쿠세이가쿠엔 대학의 비상근 강사로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대학에는 5월초와 7월초, "(우에무라를) 그만두게 하지 않으면 학생에게 위해를 가하겠다. 가스통을 폭발시키겠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협박문이 날아들어왔다. 또한 9월 12일에 협박전화를 건 한 남성이, 지난달 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학장은 우에무라 씨를 재임용하지 않기로 결심을 굳힌 데 대해, 대학 경비 강화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 학생들로부터의 비판이나 수험생 보호자들로부터 문의가 있었던 점, 우에무라 임용 건에 대한 항의전화가 빗발쳐 교직원들이 힘들어한 점, 곧 입시인데 수험생들까지 말려들게 할 수 없으며, 엄중경계태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학장은 특히 "학생의 안전과 평온한 학습환경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덧붙여 "(협박에도) 올 한 해 우에무라 전 기자와의 계약을 유지했다. 그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외압에 굴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지금도 항의전화가 오고 있다. 우리는 작은 대학이며 학생확보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아사히 신문을 조기 퇴직한 우에무라 씨는 본래 올해 3월에 고베의 한 대학교수로 임용될 예정이었으나 우익들의 협박으로 채용이 취소됐고, 현재 비상근 강사로 재직 중인 곳에서도 이처럼 물러날 상황에 처했다. 지난달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사를 쓴 다른 아사히 신문 기자가 극우들의 협박에 결국 데즈카야마가쿠인(帝塚山學院) 대학 교수직을 내려놓은 일도 있었다. 그가 아사히 신문 재직 당시인 1991년에 썼던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사가 오보로 판명돼 아사히 신문이 올해 8월, 해당기사를 뒤늦게 취소했고, 이 때문에 그는 극우들의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그의 소속 대학에까지 임용 취소를 요구하는 협박편지와 전화가 잇따랐고, 결국 그는 "대학 측에 폐를 끼친다"며 사표를 냈다. 이 같이 극우들의 협박에 못이겨 사임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데 대해, 일본에서는 "나쁜 선례다. 앞으로 극우들이 더욱 극성스러워질 것이다", "언론을 위축시킨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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