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부는 '자화자찬'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모든 방송사가 주말 황금시간대에 자화자찬식 프로그램을 편성할 정도다. 이 때문에 일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지나치다", "지겹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날 저녁 방송 편성표가 화제가 됐다. 화제가 된 편성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후지TV 19시잠입 리얼 특종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본의 기술 TV아사히 19시세계가 놀란 일본! 대단해!! 니혼TV 20시세계에서 가장 받고 싶은 수업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 마을 TBS 21시세계 신기한 발견!일본이 낳은 스시 문명 이처럼, 일본의 기술과 문화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자랑하는 방송이 토요일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 日방송 '세계가 놀란 일본! 대단해!!'의 한 장면 | |
이에 대해 일본 누리꾼들은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이 정도면 개그다", "한류 밀어주기의 반대 버전", "한국과 북한을 비웃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한국한국하더니 이제는 일본인가", "자화자찬도 한국 따라가는거야?"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한류 관련 콘텐츠가 일본 방송에 하루종일 나왔던 때와 비교하는 반응들이 많았다. 두 경우 모두 "적당하면 좋지만, 도가 지나쳐서 문제"라는 것이다.
일본의 장점을 직접 알아보는 방식뿐만 아니라, 외국인 게스트를 출연시켜 일본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는 방식의 프로그램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게스트 수요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자화자찬 경향은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일본 서점가에는 최근 "영국에 살면서 확신! 일본은 영국보다 50년 앞서 있다", "일본인으로 태어나 다행이다" 등 자화자찬식 내용의 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충분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화자찬식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좋게 나온다는 게 일본 방송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위기에 모든 방송사가 너도 나도 탑승했다는 것이다.
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일본 사회심리학자인 우스이 마후미(碓井真史) 니가타 세이료대(新潟青陵大) 교수는 도쿄신문의 취재에 "일본이 압도적인 경제력과 기술력을 자랑하던 시대에는 겸허함이 있었지만, 대지진이나 원전사고, 한국과 중국의 대두 등으로 여유가 사라졌다"며 "추월당한다, 무시당한다는 공포감에서 일본인은 자신들의 장점을 발견해 아시아 넘버원의 자신감을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8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도 일본의 자화자찬 분위기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자신감 결여는 고압적인 태도를 낳는다. '자존심'이 강하면서 '자신감'이 없는 젊은이들은 타인을 업신여겨 왜곡된 우월감을 얻으려 한다"며 "자신감이 없으면 나쁜 의미에서의 자화자찬을 만들어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자화자찬 분위기가 타자에 대한 업신여김과 우월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자화자찬식 일본 칭찬·미화 콘텐츠와 더불어 혐한·혐중 콘텐츠가 판을 치고 있다. 한국, 중국 비판 보도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많아졌다. 우스이의 교수가 말하는 '나쁜 의미에서의 자화자찬'이 일본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
교수는 "칭찬하여 자신감을 고무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자의 평가나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도약하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