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6)가 7일 벨트상 수상 기념 연설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지금도 인종과 종교 등의 벽이 있다. 소설가에게 있어서 벽은 무너뜨려야 할 장애물이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벽'에 맞서는 홍콩의 젊은이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독일 벨트지가 세계 유력작가에게 수여하는 '벨트 문학상'(1999년 창설, 상금 1만 유로)을 일본인 최초로 수상한 무라카미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수상 기념 연설을 펼쳤다. 이날 무라카미는 많은 취재진과 2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영어로 연설을 진행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독일 빌트지 웹사이트에 실린 빌트상 수상 사진 | |
그는 베를린 장벽 붕괴 25년을 맞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를 회상했다.
"두번째 베를린에 방문했을 때는 벽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세계는 완전히 변한 듯 보였다. 더욱 평화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벽이 붕괴된 뒤에도 중동이나 발칸반도 등지에서 분쟁이 잇따랐고, "행복의 희망은 덧없이 무너졌다"고 그는 말했다. 더불어 "지금도 인종이나 종교, 불관용, 원리주의, 그리고 욕망이나 불안이라는 벽이 있다"고 언급했다.
무라카미 작품에서 벽은 항상 중요한 모티브였다. 그는 "벽은 사람과 사람을, 가치와 가치를 가로막는 상징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타자를 배제해야 한다. 그것이 벽의 논리다"라고 설명했다. 종교나 민족, 불관용 등 많은 '벽'이 존재하는 현재 상황에 한탄하며 "우리들은 벽이라는 시스템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들 소설가에게 있어서 벽이라는 것은 무너뜨려야 할 장애물이다. 벽을 넘어설 자유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나는 최대한 쓰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벽이 있는 세계에 있어서 벽이 없는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그것이 중요한 것으로 연결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벽에 맞서고 있는 홍콩의 젊은이들에게도 이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무라카미는 공적인 장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만큼, 그의 발언은 매번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09년 2월에 이스라엘 문학상 '예루살렘상'을 일본인 최초로 수상했을 때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격을 비판했고, 동일본 대지진 뒤인 2011년 6월, 인문과학 분야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되는 스페인의 국제적인 상 '카탈루냐 상'을 수상했을 때에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일본인은 핵에 대해 'NO'를 계속 외쳤어야 했다. 스스로의 손으로 잘못을 범해 스스로의 국토를 오염시키고, 우리들 자신의 생활을 파괴하고 있다"고 호소해 세간을 이목을 끌었다.
그밖에 지난해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서 일어난 폭파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미국 잡지 '뉴요커'에 '런너를 자임하는 한 명의 세계 시민이 보스턴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시민들을 위로했다.
그는 이 글에서 "슬픔과 분노, 절망이 섞인 기분을 지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보복을 생각해도 평온해지지 않는다. 상처를 잊지 않고 괴로워하면서도 눈을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그리고 조용히 시간을 쌓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달 3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는 "일본인의 가해자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과거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일본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벨트상 시상식에서 있었던 그의 홍콩 시위 관련 발언도 많은 외신에 의해 기사로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