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적극적 평화주의를 추구하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미에 현 이세 시에서 새해 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후 70주년를 맞이해 발표되는 '아베 담화'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8월 15일 일본의 종전기념일에 맞춰 무라야마, 고노 담화를 이어갈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 담화에 대해 "지난 전쟁에 대한 반성, 전후 평화국가로서의 발걸음,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세계에 어떠한 공헌해나갈 것인지, 지혜를 모아 생각을 적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간에 대해 "일본은 지난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오로지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어왔다. 아시아 및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공헌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날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일본이 국제사회에) 한층 공헌해야 한다. 그 명확한 의사를 세계에 발신하고 싶다"고 언급, 새 담화를 통해 이 같은 일본의 기본자세를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아베 정권은 '평화와 안전은 우리나라 한 나라로는 확보될 수 없고, 국제사회 또한 일본이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층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적극적 평화주의를 언급하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한 '명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당하지 않아도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상대국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집단안보 개념으로, 이를 용인했을 때 일본의 평화헌법이 무색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아베 총리는 이날, 집단적 자위권 행사용인 구체화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행복한 삶을 단호히 지켜나가겠다. 이를 위해 새로운 안전보장법제를 정비하겠다"고 언급했다.
◆ 아베 "새 담화, 과거 담화 계승", 우려는 여전
옛 강했던 제국주의 일본에 향수를 느끼는, 일본 극우 인사 특유의 감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고노 담화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를 낸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우려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새 담화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아시아인들에 고통을 준 데 대한 반성과 사과를 나타낸 무라야마 담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담은 고노담화 등 과거사 관련 기존 담화를 무력화시키거나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베 총리가 새로운 담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종합해보면, 과거 반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후 일본의 평화적 행보를 강조하려는 인상이 강하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후 50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할 것"이라고 표명했으나, 우려는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베 담화로 인해 도리어 한일, 중일간 역사 문제가 더욱 크게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여러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인 듯 보인다.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5일 정례기자회견에서 8월 발표되는 아베 담화에 대해 "지금까지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담화를 통해 밝힌) 사죄가, 이웃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이 계속해서 주변국과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역사에 대한 현안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 고노 담화를 계승하길 바란다는 뜻을 나타낸 것. 미국 정부의 이같은 반응은, 아베 담화가 과거사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도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