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티스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일본 공중파 방송국 아나운서 내정이 취소된 여대생이 법정 투쟁 끝에 결국 아나운서로서 채용됐다.
도요에이와조가쿠인(東洋英和女学院) 대학 4학년 사사자키 리나(23) 양은 '2011년 미스 도요에이와' 출신으로, 2013년 8월에 니혼TV 아나운서로 내정됐다. 그런데 그녀가 지난해 3월, 긴자 호스티스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회사에 보고하자, 니혼TV 측은 '아나운서에 걸맞는 청렴성이 없다'며 같은해 5월, 내정을 취소했다.
사사자키는 회사의 결정에 반발했다. 모친의 은인과 다름없는 지인이 부탁을 해왔기에 호스티스로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며, 내정 취소는 모친의 지인을 욕되게 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 '2011 미스 도요에이와' 사사자키 리나 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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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니혼TV를 상대로 내정자로서의 지위 확인을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법에 제기했다. 모친의 지인들을 위해서라도 법정 투쟁을 불사하고 아나운서로서 내정을 받겠다고 나섰다.
니혼TV는 처음에 맞대응 의사를 밝혔지만, 곧 사사자키 양과 화해안 조정에 들어갔고, 이달 8일 화해안이 성립됐다.
니혼TV가 '사사자키를 아나운서부 배정 예정의 종합직 채용 내정자 지위로 돌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니혼TV는 "합의한 화해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 日전직 아나운서 "호스티스 경력 때문에 아나운서 내정 취소? 직업 차별"
일본 사회에는 직업에 귀천을 따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호스티스에 대한 이미지도 한국과 180도 달라, 하나의 서비스업종으로서 인정받는 분위기다. 일본에서 호스티스는 기본적으로 성적 접촉이 전제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긴자 등에 위치한 고급 호스티스 클럽의 경우에는, 손님을 상대하는 말솜씨나 기품을 중요시하는 등 나름 직업인으로서의 신념이 있고, 그에 따른 자부심도 있다.
전직 후지TV 아나운서 하세가와 유타카가 이번 내정 취소 사태를 둘러싸고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보면, 일본인들의 긴자 호스티스에 대한 인식이 잘 나타나 있다.
"긴자의 호스티스는 불결한 존재가 아니다. 말솜씨는 아나운서가 혀를 내두를 정도이며, 결코 '청렴함이 결여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단어 선택은 매우 품위가 있어,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배우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니혼TV는 사사자키 양을 아나운서로 내정했고, 이 때문에 사사자키 양이 다른 방송국 아나운서가 될 기회를 잃었다. 사사자키 양이 다른 어떤 회사에 지원했는지 모르지만 (니혼TV의 내정 결정으로) 기회를 잃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세가와는 '직업 차별이 심하다'며 위와 같이 니혼TV측을 비판했다. 그는 정갈한 말솜씨와 복잡한 일본의 경어 체계에 대한 완전한 이해 등 긴자 호스티스의 프로페셔널한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의 글에서는 호스티스에 대한 경의마저 느껴진다.
많은 일본인들도 이러한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 있어서 사사자키 양을 옹호하고 니혼TV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그 반대보다 더 컸던 게 사실이다.
물론, 호스티스라는 직업이 여성의 성(性)을 이용해 남성의 술시중을 든다는 점에서 이미지가 좋을 수는 없다. 한국과 유사한 일본의 전통적 아나운서상을 생각하면 결코 호스티스 경력은 아나운서와 어울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다'와 '품위, 청렴 등 아나운서의 전통적인 이미지는 호스티스 경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리가 서로 부딪혀 이번 스캔들을 낳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니혼TV의 편을 드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여자 아나운서가 연예인화되어가는 추세에서 전통적인 아나운서상을 추구하는 게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긴자 호스티스 아르바이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니혼TV는 재판을 접고 사사자키 양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잘한 결정'이라고 환영했지만, 사실상 니혼TV의 속내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니혼TV가 이번 사건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사상초유의 신인 아나운서를 시청률 상승의 도구로서 사용할지, 아니면 그녀를 내쫓기 위해 이지메와 다름없는 신입 훈련을 시킬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