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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화, 무조건 개방 답 아냐
갈라파고스 현상에서 배운다. 문화적 개방의 필요성은?
 
이시카와 쇼타

※ 글쓴이 이시카와 쇼타(가명)는 한국에 애정과 관심을 지닌 일본인 전문직 직장인입니다. 일본 소식과 한·일 양국을 오가며 느낀 점을 글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갈라파고스화라는 말을 아시는가?

 

어느 고립된 환경 아래서 최적화가 극도로 진행되어, 결과적으로 외래종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진 재래종이 외래종의 갑작스러운 진입을 계기로 도태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단어는 일본의 폐쇄적인 사회 형태를 야유하는 비즈니스 용어로서 일본에서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보면, 어느 시장에서 세계시장과 다른 독자적인 규격을 채용했을 경우, 이것이 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 되어 국내 기업을 보호할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은 국내의 극히 한정된 시장에서만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기업들은 소비자 한 명당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시장에 특화된 고기능, 고가격 제품을 내놓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내 특화된 이러한 제품들이 외국 시장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가격경쟁에 승리한 고성능 상품이 시장내로 유입됐을 경우, 단번에 국내 시장을 석권당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갈라파고스 현상이다.

 

현재 일본시장에서는, 휴대전화, 자동차, 알코올 음료, 농산물, 호텔·외식업계 등 많은 분야에서 이러한 '갈라파고스화'의 진행이 지적되고 있다.

 

◆일본의 근대사에서 보는 갈라파고스 현상

 

이러한 갈라파고스화 및 그 결과로서 생기는 갈라파고스 현상은 근대 일본에 있어서 역사적 사실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17세기 이후 오랫동안 무사정권에 의한 쇄국 정책이 시행되었으며,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서구 열강의 요구를 받아 개국에 이르게 됐다.

 

이 같은 대외정책의 전환에 동반한 국내 시장의 개방 과정에서 다른 여러 나라와 이른바 불평등조약의 체결을 강요당했고, 일본국내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큰 혼란이 발생해 최종적으로 내전상태에 빠졌다. 뒤이은 일본의 군국주의화나 제2차 세계대전의 돌입도, 어떻게 보면 국내 시장의 갑작스러운 개방에 대한 부작용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조차도 동서냉전의 종결과 글로벌화라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일본은 단명(短命) 내각이 이어지는 등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웠고, 이것이 불황으로부터의 탈출을 더욱 어렵게 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국내 시장에 진입장벽을 만들어 일정기간 보호주의 정책을 취함으로써 잠시나마 외견상의 고도 번영을 손에 넣었지만, 그 뒤 대외 압력에 따른 국내 시장의 개방에 의해 국내 정치경제는 불안정해졌다.

 

 ◆ 개방적 이민정책의 공죄(功罪)

 

이러한 일본의 정치경제분야에서 나타난 역사적인 변동은,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경제분야 상황과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이 두 나라를 비교했을 경우, 혹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서구 국가들을 비교하려는 경우,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바로 이민 정책이다.
 

일본을 비롯한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국적취득에 있어서 혈통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이는 오랜기간 왕조에 의한 통치가 이어져온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치체제에서 윤리적 규범이 된 유교사상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봉건적인 가족제도의 존재,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적인 구성 등 우리들이 놓인 상황 속에서 혈통주의가 가장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서구 국가 대다수는 국적취득에 있어서 출생지 주의를 채용하고 있고, 이것이 중동,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 출신자의 서구 국가내 생활기반 구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이 같은 개방적인 이민정책이 저출산 문제나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물론 출생지 주의와 같은 개방적 이민정책을 취하려면 큰 부작용이 동반되는 게 사실이다. 가장 큰 부작용이 바로 치안의 악화다. 최근 중동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테러 가 증가한 것도 결국은 이러한 이민 정책이 가져온 큰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랜 민족적 쇄국정책을 채용해온 동아시아 국가들이 갑자기 민족적 개방정책에 나선다는 것은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도리어 국가존망의 위기조차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국내시장의 단계적 개방을 위해서

 

갈라파고스 현상의 기본적인 이해에 기초하면, 답은 명백하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태학에 대한 이해에 기초하면, 외래종의 도래나 환경 변화에 따른 고유종의 절멸은 '급격한' 생태학적 변화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외래종의 도래가 단계적으로 일어난다면 갈라파고스 현상 자체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이를 일본의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독자분들도 아시다시피, 일본에서 취업비자나 영주권을 취득하기란 상당히 어려우며, 외국인이 일본에서 장기간 계속해서 일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또한,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는 해도 일본인이 사용하는 표준어에서는 알파벳의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아 중국어 화자 이외의 외국인들이 일본의 거리 속 활자를 읽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일본의 레스토랑, 카페, 편의점 등 생활 서비스 분야에서, 외국어 표시는 물론, 영어나 중국어를 말할 수 있는 스태프조차 거의 없어 서구에서 온 많은 외국인은 여행에서조차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문화면, 생활면에 있어서의 진입장벽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외국인이 일본에서의 안정된 생활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따라서 대담한 법률면에서의 구조개혁에 앞서 이러한 문화면에서의 구조개혁에 먼저 돌입함으로써 단계적인 시장개방이 가능하다고도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일본문화의 개방은 일본 고유문화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한 나라의 문화적 개방에 당사국의 국민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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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12 [22:47]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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