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한국 소개 글에서 "우리나라와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문언이 2일 삭제됐다. 일본 언론은 한일 악화와 더불어 한국 사회, 사법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그동안 홈페이지 한국 소개 코너에서 "(한국은) 우리나라(일본)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국가이며, 최근 양국 관계는 한층 깊고 넓어지고 있다"고 소개해왔다.
그런데, 이 문장이 이달 2일, "한국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이며 최근 양국의 관계는 한층 깊고 넓어지고 있다"로 수정됐다.
▲ 20150304 외무성 홈페이지 한국 소개글. "한국은 우니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이며, 최근 양국 관계는 한층 깊고 넓어지고 있다"(빨간 색 줄친 곳) ©JPNews |
|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 동북 아시아과는 "특정 문장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보도된 소개 페이지는 무역자료 등을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갱신하곤 한다. 이번 갱신도 그 일환이며, 최근 아베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라고만 표현했다.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고 언급한 2013, 2014년과 비교해 짧은 표현이다. 당시에도 한일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외무성 관계자는 이러한 아베 총리의 시정방침 연설 내용을 반영한 것일뿐이라며 이번 문언 삭제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이번 문언 삭제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이들은 이번 문언 삭제가 일본 정부와 외무성의 한국 사회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불구속 기소된 문제 등이 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것.
한일관계에 밝은 아사바 유키(浅羽祐樹) 니가타 현립 대학 정책연구센터 준교수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단순히 삭제한 게 아니다. 당신들의 체제는 자유도 민주주의도 아니니까, 우리들과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소리다. 노골적이지만, 기어이 (이러한 속내를) 공식화했구나하는 느낌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트윗은, 일본 내 한일관계 전문가들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사바 준교수는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표현을 남긴 것은 관계 개선을 향한 신호이다"라고 언급하며,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