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6일, 내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검정에 통과한 사회 교과서 18종에서 모두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는 기술이 대폭 강화됐고, 역사인식에 있어서도 아베 정권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이번 중학 교과서 검정에서는 전 9과목 총 104종이 합격했다. 그 중 사회과 교과서는 지리 4종, 역사 8종, 공민 6종 등 총 18종이다.
내년부터 사용될 중학 사회과 교과서의 가장 큰 변화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관련 기술이 대폭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일선 중학교에서 사용되는 사회과 교과서 가운데 독도 관련 기술이 있는 교과서는 18종 중 11종으로, 영토 문제를 다루지 않은 교과서가 7종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교과서에는 모두 독도 관련 기술이 들어가게 되었다. 특히 '독도가 일본 고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기술은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번 교과서는 모두 2014년 1월에 개정된 '중학·고교 학습지도요령해설'을 참고로 하여 만들어졌다. 각 출판사는 문부과학성이 작성한 이 해설서를 지침으로 하여 교과서를 만든다.
개정된 해설서는 지리, 공민 교과서를 만들 때 주의사항으로 '다케시마와 센카쿠 열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이 때문에 모든 지리 교과서에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문장이 삽입되었다.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이러한 주의사항이 없었지만, 지리, 공민 교과서의 영향으로 총 8종 가운데 5종이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기술을 넣었다.
또한,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는 근현대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가 크게 반영되었다. 이 또한 지난해 1월 개정된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 의한 것이다. 해설서는 근대사를 다루는 데 있어서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가 있을 경우에는 이에 기초한 기술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를 테면, 일본의 전후처리에 대한 기술이다. 1995년의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식민지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 움직임을 기술한 한 출판사는 '정부의견을 추가하라'는 검정의견을 받았고, 결국 "일본정부는 국가 간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다"라는 정부견해를 추가해 합격 판정을 받았다.
더불어 통설적 견해가 없는 숫자를 기술하는 경우에는 이를 명시한다는 해설서 지침에 따라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희생자 수 등 총 6건의 기술에 검정의견이 붙어 출판사가 최종본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바꾸거나 삭제했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과서에 대해 "정부 견해와 다른 기술이 있을 경우, 정부 견해도 넣는 등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일부 역사교육 전문가들은 "교과서에 정부 견해를 게재하려면 다른 의견도 넣는 등 공정해야 하지만, 이번 검정에 통과된 교과서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견해 외에) 다른 사고방식이 있다는 점을 중학생 때부터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없으며, 일종의 정부 홍보가 되어버린다."
◆ 한국의 강력한 항의에 일본 "항의 받아들일 수 없어, 다케시마는 일본 땅"
한편, 한국 외교부는 이날, 문부성의 검정에 통과된 모든 중학 사회과 교과서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다뤄진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대변인 명의로 비난 성명을 낸 데 이어 조태용 제1차관은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벳쇼 대사는 "한국의 항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재차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와 역사인식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은 지금까지 변함 없다. 한국 측의 항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 발행자가 저작·편집한 도서를 대상으로, 학습지도요령에 근거해 교과서 도서검정조사심의회가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심의를 펼친다. 따라서 공정하고 중립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