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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만화 속 대지진 공포, 현실과 맞닿아
일본인의 지진 트라우마, 일본만화에도 잘 나타나 있어
 
김명갑 인턴기자

도시 생활은 어디나 비슷해서 서울 사람이라면 한 달도 채 못가 도쿄 생활에 무뎌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상할 정도로 깨끗한 거리, 수 십년 째 같은 포맷으로 방송하는 TV프로그램, 젊은 여자들이 기모노를 자연스럽게 입고 돌아다니는 긴자의 백화점, 한국보다 싼 먹거리들이 마냥 신기해만 보이다가,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다. 그러나 도쿄 생활이 반년에 접어드는 나에게도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지진이다.

 

일본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첫 지진을 경험했다.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벽이 꿀렁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아주 짧은 시간이어서 나는 그것이 처음에는 지진인줄도 몰랐다. 같이 사는 친구가 말해준 후에 그것이 지진인 줄 알았고, 나는 비로소 일본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작은 증상이 생겼는데, 피곤하거나 불안하면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가벼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지진이 잠잠해지면 이 증세도 점차 줄어들다가, 실제로 지진이 일어나면 한동안 어지러움이 잦아진다.

 

5월 말에는 큰 지진이 있었다. 오후 수업 시간이었는데 건물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지진을 알리는 경보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베트남, 몽골, 스리랑카, 중국인으로 이루어진 우리 반은 난생처음 경험하는 강진에 선생님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침착하게 교실문을 열더니 강하긴 했지만 일본에서는 이 정도는 보통이라며 안심시켰다. 그리고 지진과 연관해서 당시 배우고 있었던 일본어 감정 표현을 연계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놀라울 정도의 침착함이었다. 학생들은 긴장이 풀리자 큰 소리로 재미있었다며 떠들기 시작했는데, 나는 솔직히 그 때 머리가 어지러워서 좀 쉬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지진의 여파로 가재도구 몇 가지가 못쓰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학원보다 살고 있던 곳이 훨씬 더 층수가 높았기 때문에 흔들림도 더 강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나마 학원에서 지진을 겪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일본에서는 이 정도는 보통이라고 했었지만, 티비를 켜니 2011년도 이후로 이 정도 강진은 드물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나는 내심 집에서 이번 지진을 겪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5월 30일 규모 8.5의 강진 - 야후 재팬 기상정보 화면. 일본 모든 지역이 흔들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집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을 겪게 되었다. 진열장 안에서 접시 같은 것들이 아래로 떨어지며 깨지고 건물이 큰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TV 옆에 쓰러진 장식품들을 세워 놓으며 지진이 끝난 것에 안도했다. 나중에 그것이 규모 8.5도 정도의 강진이란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후에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바닥이 흔들거리는 착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고 있다. 이제 겨우 일본에 온지 반년밖에 안된 외국인이 이 정도인데, 일본사람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지진을 경험하는 것일까? 내가 얼핏 기억하는 것만 한 달에 크고 작은 지진이 2~3번은 일어나는 것 같으니 일 년이면 적어도 30번 가까운 지진을 경험하는 셈이겠다.

 

한국 사람에게 한국전쟁과 분단이 태어나면서부터 피할 수 없는 트라우마라면, 일본인에게는 지진일 것이다.

 

일본만화에도 지진에 대한 공포는 잘 나타나 있다.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년 선데이에서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연재했던 사이토 타카오의 만화 ‘서바이벌(국내 정발은 생존게임)’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이토 타카오는 일본 극화의 거장으로 ‘고르고 13’같은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부터 ‘서바이벌’,‘브레이크 다운’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을 연재하기도 하였다.

 

▲ 생존게임    

 

나는 중학교 당시 ‘생존게임’으로 그의 만화를 처음 접했다. 생존 게임은 화산 폭발로 일본의 2/3가 물에 잠긴 상황에서 주인공 ‘사토루’가 홀로 살아 남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생존의 교과서라 부를만한 구체적인 생존방법들을 작중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토루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반 중학생으로, 산에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대지진을 만나 산에 고립되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산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은 외딴 섬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지진으로 산이 물에 잠겨 섬이 된 것이다. 서바이벌이란 제목은 역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확하다.

 

사토루는 정글 생존으로 유명한 김병만이나 베어 그릴스가 아니다. 이야기 초반부의 사토루는 거의 항상 이름 모를 독초를 먹어 앓고 있거나 쥐들이 옮기는 병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문명을 벗어나면, 인간이 얼마나 순식간에 무기력해지고, 아는 것이 없는지 보여주면서 독자들은 작가가 중간 중간 알려주는 생존의 비법들에 몰입하게 된다. 자신도 언젠가 이런 상황에 던져질 것 같은 두려움으로 인해 만화의 짧은 지식이라도 흘려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핵폭탄이 떨어졌다거나, 외계인이 침공해서 세계가 멸망한 뒤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은 투쟁의 대상이 비교적 명확하다. 주인공은 영웅이 되어가고 세상에 희망을 전도하는 메시아적인 인물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서바이벌’은 순전히 하루하루의 투쟁에 관한 만화이다. 지진 후의 세계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고,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없는 고독한 세계다.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강한 열망이 사토루를 이곳 저곳으로 이끌지만 작가는 그의 행복조차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모치즈키 미네타로의 ‘드래곤 헤드’도 이 부류에서는 유명한 만화다. 물론 ‘서바이벌’이 너무 뛰어난 관계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드래곤 헤드는 약간 지루하고 괴이한 작품에 속하기 때문에 선뜻 추천하기도 망설여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 드래곤헤드    

 

테루는 기차를 타고 수학여행 중이다. 터널을 지나던 중 갑작스럽게 터널이 붕괴되면서 열차 안은 순식간에 수많은 사상자를 낸 채 고립되고 만다. 테루는 친구인 노부오와 세토를 찾게 되고, 어둠 속에서 식당 칸의 물과 음식에 의존한 채 탈출을 꿈꾼다.

 

동경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테루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폐쇄 공포 속에서도 테루는 힘겹게 터널을 탈출하게 되는데,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후지산 폭발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일본 열도다.

 

나는 만화의 재미 유무를 떠나, 드래곤 헤드가 묘사하고 있는 화산재와 마그마로 뒤덮인 일본 지도를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궁극의 공포는 어두컴컴한 터널 안에서 친구들의 시체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린 일본을 보는 것으로 극대화 되니 말이다.

 

또한 아주 의외의 곳에서도 지진의 공포를 만나기도 한다. 우리에게 ‘요괴소년 호야’로 알려진 후지타 카즈히로의 ‘우시오와 토라’. 일본인이 추천하는 일본만화 10선에도 들어갈 만큼 명작임이 분명한 작품이다.

 

▲ 후지타 카즈히로 '우시오와 토라'    

 

백면인이라는 대요괴가 일본의 플레이트에 봉인되어 있는데, 이 봉인이 풀리면 일본이 침몰하게 된다. 주인공 호야는 사람들의 목숨을 노리는 대 요괴 백면인을 상대로 다른 요괴들과 힘을 합쳐 싸우게 된다. 백면인이라는 요괴를 죽이지 않으면 인간들과 다른 요괴들이 죽고, 백면인을 죽이면 일본은 침몰하고 마는 아이러니한 상황.

 

‘우시오토 토라’는 일본의 수많은 요괴만화 중에 요괴를 인간과 가장 적대적이면서 친숙하게 그리고 있다. 이제까지 사람들을 괴롭히던 수많은 요괴들은 백면인이 죽은 후 일본이 침몰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들을 희생한다. 플레이트에 자신들을 봉인함으로 일본을 위기에서 구한 것이다. 가히 영화 ‘아마겟돈’ 의 브루스 윌리스가 겹쳐 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요괴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주인공조차 지진으로 일본이 침몰하는 것은 막을 수 없고, 폐쇄된 터널에서 느끼는 극한의 공포조차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충격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물며,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세계는 어떨까? 매달, 매년 지진을 겪으면서 무뎌지고 익숙해지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 한 것일까?    

 

아직도 일본의 지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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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03 [04:02]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재미가 쏠쏠 15/06/04 [15:46]
재밌게 잘 봤습니다 수정 삭제
세상은 신약뒤에 묵시록이라고 해서 요한계ㅣ록이 진행중인데 111 15/06/09 [23:23]
망해도 다같이 바다속으로 침몰로 그리 귀결되어잇으니.
지구에 인간 1명이 없이

바닷속에 잇는 문명을 보면모르냐

한국은 현재 호흡기탄저균가 퍼져지.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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