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수상이 단단히 화가 났다. 19일자 <주간문춘>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주간문춘>의 19일자 발매 기사에서 "지난 6월 30일 밤, 한 모임에 참석했던 아베 수상이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더니 피를 토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7월 1일에는 귀가 도중에 차 안에서 복통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의 기사가 나가자 아베 신조 수상은 즉각 반응을 나타냈다. <주간문춘>을 발행하는 '문예춘추'사의 마츠이 기요토 사장 앞으로 항의문을 보낸 것.
"전혀 사실무근의 내용이 포함된 기사다. 근거가 없는 증언에 의해서 개인을 중상비방하고, 독자들에게 현저한 오해를 주는 악질적인 내용의 기사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기사를 내리고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조치를 취하겠다"
이같은 항의문에 대해 <주간문춘>의 반응은 간단 그 자체. 일본언론에 발표한 <주간문춘>의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기사에 써 있는 그대로 입니다."
사실 아베 수상에 대한 건강 이상설은 그동안 수상관저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때문에 항상 출입기자들은 아베 수상의 얼굴 혈색에 따라 그날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했다.
"올해 어떤 한 행사에 아베 수상이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수상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았다.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그 때 현장 취재를 함께 하고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오갔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드디어 수상의 건강에 무리가 온 것이다라고. 그 정도로 수상의 건강은 극단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아베 수상의 건강에 대해서 소상히 잘 알고 있는 시사주간지 편집장의 얘기다.
실제로 아베 수상은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다. 바로 이 지병 때문에 1기 수상 때도 도중에 하차했다. 당시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수상의 건강은 대단히 심각했다. 그 때 수상관저를 출입했던 기자의 말을 인용하면 "정말로 수상직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음식을 섭취한 후 30분도 안돼 설사로 배설되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고정적으로 30분 이상 머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사임발표를 하고 바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번 제 2기 수상직에 취임한 이 후에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인한 건강 이상설은 불거되지 않았다. 그동안 1기 수상직을 내려놓고 치료에 전념한 결과,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말이 수상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실제로 아베 수상은 2기에 들어와서는 건강이상설을 일축이라도 하듯 왕성한 업무 활동을 해왔다. 그렇지만 관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궤양성 대장염은 많이 나았는데 그 치료약 부작용으로 다른 장기 부분에 이상이 왔다"는 소문은 끊임없이 나돌았다. 그래서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신문사나 시사주간지의 데스크는 늘 수상의 동선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주간문춘>의 기사도 바로 이같은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지만 아베 수상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내용의 보도였다. 왜냐하면 아베 수상은 이미 오는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재출마하기로 공식선언을 한 상태다. 게다가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던 이시바시 지방창생담당장관이 20일,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아베 수상이 재출마 의사를 밝힌 후, 내각 각료들이 차례차례로 아베 지지 선언을 공표하자,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출마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베 수상은 무투표 당선으로 재선 가능성은 거의 결정적이다. 그런 차제에 <주간문춘>의 보도는 아베 수상 입장에서는 차 한대 없는 뻥 뚫린 고속도로에 갑자기 장애물 하나가 나타난 셈이 된다.
결국 아베 수상은 '법적조치' 경고를 곁들인 항의문을 <문예춘추> 사장과 <주간문춘> 편집장에게 발송한 것이다. 하지만 <주간문춘> 편집부에서는 위의 보도처럼 "기사에 써 있는 그대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앞으로 법정 공방으로 확대될 지 그것은 아베 수상의 결정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