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된 단어를 꼽는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 수상작이 1일 발표됐다.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는다' 등 10개의 단어가 올해의 유행어로 꼽혔다.
올해의 대상에는 중국관광객이 한번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바쿠가이(爆買い)'와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타율 3할, 30홈런, 30도루를 뜻하는 '트리플 쓰리'가 꼽혔다.
◆ '바쿠가이'와 '트리플 쓰리'
엔저의 영향으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에 무려 1631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중 약 400만 명이 중국인이라고 한다. 이들이 각종 소매점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가는 모습은 일본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 트리플 쓰리를 달성한 야쿠르트 스왈로즈 야마다 테츠토(山田哲人), 소프트뱅크 호크스 야나기다 유키(柳田悠岐) ©JPNews |
|
또한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65년만에 '트리플 쓰리'를 달성한 야구선수가 두 명이나 나와 화제를 모았다. 이에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의 유행어로 '트리플 쓰리'가 꼽힌 데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의아해하는 일본인이 적지 않다.
◆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는다'
유행어 10선에는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는다'와 'SEALDs' 등 올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안보관련법안 반대 운동과 관련한 단어가 선정됐다.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안보관련법안 반대 운동 당시 시위대가 들고 있었던 팻말의 문구다. 이 문구는 작가 사와치 히사에(澤地久枝) 씨가 작성했고, 이를 하이쿠 시인 가네코 도다(金子兜太) 씨가 휘호했다. 안보관련법안 반대 시위 참가자들은 이 문구를 온라인상에서 다운로드 받아 출력한 뒤 시위장에 나섰고, 시위 때 이 문구가 담긴 팻말을 일제히 들어올렸다. 간결하고도 단호한 사와치 씨의 문구는 가네코 씨의 힘 있는 붓글씨와 만나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 20151201 작가 사와치 히사에(澤地久枝) ©JPNews |
|
이날 수상자로 등장한 사와치 씨는 "세계 각지에 이 팻말을 들고 있는 분들이 계셨다. 기사 속 사진으로 이를 볼 때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일본과 세계 곳곳에 있구나 생각했다"면서,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주신 상이라 생각하겠다.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 'SEALDs'
유행어로 꼽힌 '실즈'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 - s)의 약자로, 안보관련법안 반대 시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학생단체다.
일부 일본 언론은 소극적이고 정치문제에 무관심하던 젊은이들이 이처럼 시위의 선봉에 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단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 실즈(SEALDs) 멤버 오쿠다 아키(奥田愛基) ©JPNews |
|
'실즈'는 턴테이블 차량을 동원해 힙합 음악을 가미하는 등 신선하고도 혁신적인 정치활동으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한 SNS를 활용한 그들의 정치활동은 정당 이상의 발신력을 지녔다고 평가 받기도 했다.
◆ '안심하세요. 입고 있어요'
'안심하세요. 입고 있어요'는 '언제나 밝은 야스무라'를 일약 인기 개그맨으로 만든 유행어다. 항상 수영복 하의만 입고 등장하는 그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것처럼' 포즈를 취하는 것이 특기다. 뱃살과 포즈만으로 작은 수영복을 가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듯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같은 변태스러운(?) 개인기로 큰 인기를 끈 야스무라는 개그맨으로는 유일하게 유행어 10선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 '1억 총활약 사회'
'1억 총활약 사회'는 일본 아베 정권이 주창하는 슬로건이다. 일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저출산 고령화 경향을 막아 50년 뒤에도 일본 인구 1억 명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간단히 말해 더이상의 인구 감소를 막고, 인구증가가 어려운 만큼 개개인의 경제적 효율성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은 지난 10월 내각 개편 때 '1억 총괄활약담당상'이라는 장관직을 신설하고 명목국내총생산(GDP) 600조 엔 실현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가 과연 실현 가능한지는 일본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 '엠블럼'(도쿄 올림픽 엠블럼 도작 파문)
올해 여름, 도쿄 올림픽 엠블럼의 도작 의혹이 일본을 발칵 뒤집었다. 급기야 벨기에의 한 극장이 "극장 로고를 도용했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를 상대로 도쿄 올림픽 공식 엠블럼의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일으켰다. 결국 9월 1일, 도쿄 올림픽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 엠블럼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이후 시중에 배포된 포스터 등 홍보물을 전부 수거했다.
▲ 도작 파문 이후 새로 구성된 엠블럼 위원회의 멤버 나츠노 씨가 수상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불명예 수상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데 대해 "위원장을 대신해 나왔다. 우리 위원회 위원장은 영예로 생각하는 듯 하다(웃음)"면서 "좋은 엠블럼을 만들어 내년에는 좋은 의미에서 화제를 만들겠다. 전례가 없는 2년 연속 유행어 선정에 도전하겠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JPNews |
|
◆ '고로마루(五郎丸)'
올해 일본 스포츠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종목은 역시 '럭비'였다. 올해 9월, 영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 약체에 불과한 일본이 우승 후보인 강호 남아공을 34대 32로 꺾는 대이변을 만들어낸 것. 이 같은 경기 결과는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개최지인 영국의 언론사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각 영국 언론은 이 경기를 두고 "월드컵 사상 최대 충격"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일본 언론과 대중들은 일본 대표팀의 환상적인 역전 승리극에 환호했다.
▲ '닌자 느낌' 고로마루의 유명한 손동작 ©tv 캡처 |
|
비록 곧이은 스코틀랜드 전에서 대패하긴 했으나, 이 승리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쁨은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됐다. 특히 이 대회에서 맹활약한 고로마루 선수는 일본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 스타가 되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고로마루는 일본여성이 꼽은 '안기고 싶은 남성' 3위에 올랐다. 특히 그가 공을 차기 전에 하는 닌자와 같은 손동작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심지어 이 포즈를 본 딴 동상이 세워졌을 정도다.
◆ '마이니치 슈조!', '드론'
테니스 선수 출신 방송인 마츠오카 슈조(松岡修造)의 일일달력 '매일 슈조!(마이니치 슈조)'도 유행어 10선에 꼽혔다. 이 달력은 하루하루 넘길 때마다 마츠오카의 새로운 응원 메시지가 적혀있다. 이 달력은 삶이 고달픈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올해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 '건강의 아이콘' 마츠오카 슈조 ©JPNews |
|
그밖에도 총리관저 옥상에서 발견돼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는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소형 무인 비행기 '드론'도 유행어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