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젊은 지성인들이 추천하는 책들은 과연 어떤 무엇일까? 이 궁금증에 답해주는 결과가 지난 달 15일 TV 아사히에서 방송된 '붓차케지&큐사마!! 3시간 스페셜'을 통해 발표 되었다. 일명 "현역 도쿄대·교토대생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책 30권". 그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위 <마음> 나쓰메 소세키
2 위 <겐지 모노가타리> 무라사키 시키부
3 위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
4 위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5 위 <무희> 모리 오가이
6 위 <라쇼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7 위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8 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
9 위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10 위 <무사도> 니토베 이나조
11 위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12 위 <군주론> 마키아 벨리
13 위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14 위 <쓰레즈 레구사> 요시다 겐코
15 위 <이방인> 알베르 카뮈
16 위 <도사일기> 기노쓰라 유키
17 위 <고사>
18 위 <종의 기원> 다윈
19 위 <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20 위 <학문을 권함> 후쿠자와 유키치
21 위 <반딧불의 묘> 노사카 아키유키
22 위 <법의 정신> 몽테스키외
23 위 <이즈의 무희> 가와바타 야스나리
24 위 <은하 철도의 밤> 미야자와 켄지
25 위 <수레 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26 위 <만엽집>
27 위 <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28 위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29 위 <헤이케 이야기>
30 위 <해체 신서> 스기타 겐파쿠
1위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차지했다. <도련님>,<산시로> 역시 상당히 높은 순위 안에 포함되어 있어 그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나쓰메 소세키(1867.2.9 ~ 1916.12.9)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고, 1984년부터 2004년까지 발행되었던 천엔권의 도안 모델이기도 했다.
이 순위에는 일본 젊은이들의 독서 기호 넘어 조금 더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부분들이 있다.
우선 순위의 대부분이 1860년대에서 1900년대 초반. 즉 메이지, 다이쇼 시대에 태어나 활동했던 작가들로 채워져 있다.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일본인들은 대부분 헤이세이(1989년) 이후의 출생자들이므로 그들은 당대의 문학보다 한세기 이전의 문학에 더 심취해 있는 셈이다.
두번째로 도쿄대(당시 도쿄제국대학) 출신의 작가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이 순위를 일본 대학생들의 평균적인 독서 기호로 확대해석 하기는 무리로 보인다. 게이오 대학 출신의 나가이 가후, 다니자키 준이치로 와세다 대학 출신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문학적 성취나 대중적 인기를 생각했을 때 한 작품 정도는 순위권에 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
(나쓰메 소세키(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 모리 오가이(도쿄제국대학 의학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 니토베 이나죠(도쿄제국대학 교수), 가와바타 야스나리(도쿄제국대학 문학부 국어국문학과), 다자이 오사무(도쿄제국대학 불문학과), 미시마 유키오(도쿄제국대학 법학부))
세번째는 압도적인 일본 국내 문학에 대한 선호. 그 중에서도 근대 소설의 비중은 놀라울 정도다. 반면 현대문학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은 미야자와 켄지의 <은하 철도의 밤>과 노사카 아키유키의 <반딧불의 묘>뿐이고, 이는 각각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와 <반딧불의 묘>의 원작임을 생각했을 때, 순수하게 문학적 성취만으로 순위에 올랐다 생각하기에 무리가 있다.
네번째, 인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작품이 인기가 있었다. 순위권에 자리 잡은 소설들의 화자는 20~30대의 젊은이들이고 격변의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사이의 마찰이 만든 상처와 구원에 대한 의문들이 소설의 주제인 경우가 많았다. 어째서 그들은 카프카의 <변신>이 아니고 까뮈의 <이방인>을, 톨스토이의 <부활>이 아니라 도스토프예스키의 <죄와 벌>을 좋아하는 것일까. 예컨대, 나약하고 병리적 인간을 그린 작품이 도쿄대,교토대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전히 소설의 위력이 강력한 나라. 옛것을 버리지 않고 다시 꺼내 즐길 줄 아는 문화.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읽히는 소설이 있는 일본이 기자는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