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 38).
마쓰다 세이코의 후계자라고까지 불렸던 천하의 아이돌 사카이 노리코의 몰락에는 불과 2달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두달이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8월 2일 남편 다카소 유이치의 체포와 함께 시작된 그녀의 6일간의 도주극을 보면 항상 '건설회사 사장'이라고 소개되는 누군가가 옆에 있었고, 그녀의 각성제가 발견되었다는 별장은 원인불명의 화재로 인해 완전히 전소됐다.
체포장이 떨어진 8월 7일부터 사카이가 보석으로 풀려난 9월 17일까지 <tv도쿄>를 제외한 일본의 모든 매스컴은 사카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밀하게 파헤쳤다.
▲ 9월 17일 조수이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인 사카이 노리코 © jpnews | |
아무리 국민적 아이돌이었다 할지라도 거의 모든 매스컴의 연예・사회뉴스 란을 사카이 노리코가 독차지하는 것은 이상하다.
실제 사카이와 마찬가지로 전국민적 아이돌이었던 smap의 이나가키 고로가 도로교통법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죄, 상해죄로 체포됐던 지난 2001년에는 tv 와이드쇼에 등장한 리포터가 '이나가키 용의자', '이나가키 범인' 등이 아닌 "이나가키 멤버"라 부르는 우스운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방송국은 smap의 소속 사무소인 '쟈니즈'의 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사카이 피고'에 관해서, 현장에서 만난 연예기자들이 이렇게 말했다.
"선 뮤직이 그녀를 발빠르게 해고했으니까 (우리로서는) 소속 에이전시 눈치볼 필요도 없고, 또 죄질이 나쁜 것도 있다. 각성제는 음주운전이나 (구사나기 쓰요시의) 나체 고성방가와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옳다구나하고 맘놓고 때리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시청률이 나오니까"(모 방송국 인터넷 문자방송 담당기자 n씨) 이 말만 보더라도 적어도 방송국의 연예 저널리즘이 얼마나 저속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현장에 있는 이들이 이런 마인드이다. 그런데 또 이런 마인드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다른 기자의 말이다.
"민방 보도국은 뭔가 심층취재 그런 걸 하고 싶어해도 다른 부서에서 태클이 들어온다. 방송국이란 게 뉴스만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다른 버라이어티 쇼나 연예오락, 가요프로그램까지 생각해야 한다. 요시모토 흥업이나 쟈니즈, 와타나베 프로덕션 등은 건드릴 수 없다. 터부라고 보면 된다"(와이드쇼 외주제작 프로덕션 p 디렉터) 그렇다면 사카이 노리코도 선 뮤직이 발빠르게 해고하지 않았다면 어찌될 지 몰랐다는 말일까? p 디렉터는 손을 흔든다.
"이번엔 죄질이 나빠서 어차피 보도했을 거다. 선 뮤직도 바보가 아니다. 자기들 나름대로 조사해 보니까 '아, 이건 힘들겠다'고 판단해서 해고시킨 거다. 아무튼 소속사도 없고 죄질도 나쁘고 하니까 우리도 조금은 심하게 가도 되겠구나 한거지 뭐" 현장에서 만난 주류언론, 특히 방송국 기자들의 마인드는 대부분 이랬다. 소속사와의 관계를 고려하거나, 뭐가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죄질을 따지거나.
이런 상황이라면 주류언론에서 제대로 된 사카이 관련 보도를 접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나 중계형 보도라면 몰라도 그 배후에 어떤 것들이 감추어져 있는지 이것들만 봐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 모바일과 주간지로 눈을 돌렸다.
먼저 말해 두겠는데, 나는 주간지 언론, 그 중에서도 신문사가 아닌 출판사에서 발행되는 주간지를 꽤 신뢰한다. 이유는 주류 언론이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절대 다루지 못하는 테마에 대해 출판사계통 주간지들은 지난 수십년간 과감히 도전해 왔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른 기사를 통해 자세히 밝히겠다).
최근 몇년간 연예뉴스에 관련된 것만 하더라도 요시모토 흥업의 마에다 고로 협박사건이나 다나카 가우스의 폭력단 밀착의혹, 시마다 신스케의 여자 매니저 폭행사건등은 주류언론이 아닌 주간지가 보도해 왔다.
▲ 거대 주류 언론에서는 기획할 수 없는 토크쇼도 열렸다. 왼쪽부터 '사카이 노리코 감추어진 얼굴'의 저자 나시모토 마사루씨, 약물중독으로 인해 3번의 체포경험이 있는 전 쟈니즈 소속 사무소 출신의 아이돌 도요가와 죠, 그리고 마약담당수사관 우라가미 아쓰시 © jpnews | |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더더욱 그렇다. 쟈니즈 사무소의 쟈니 기타가와 사장의 '세크하라(성적 강요 행위)'에 관련한 치부를 드러낸 것도 81년 4월 30일자 <주간현대>의 "다노킨으로 폭발적 인기 - 기타가와 남매의 이상한 버릇"(이하 '다노킨')이라는 기사였다.
또 <주간문춘>은 99년 10월 28일호에서 "tv, 신문이 절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아오야마 다카시(포리브스 멤버)의 충격고백, 연예계의 몬스터 니즈의 비정한 짓들"을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들은 모두 소송에 걸렸으나 결국 주간지측의 전면승소, 혹은 부분승소로 끝났다.
이번 사카이 사건에 있어서도 주간지는 'tv와 신문이 절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내용들, 이를테면 사카이 노리코의 아버지가 야쿠자이며, 그녀의 도주극에서 항상 옆에 있었던 '건설회사 사장'과의 관계, 남편 다카소 유이치가 어떤 인물인지, 별장전소 의혹에 대한 심층취재, 사카이 이외의 각성제 및 마약복용의혹이 있는 연예인은 누구인지 등을 보도해 왔다.
모바일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모바일 연예뉴스인 "나시모토・예능! 뒷이야기 채널"은 40여일간 406건의 사카이 기사를 쏟아냈다. 원조 연예 리포터로 이름이 높은 나시모토 마사루 씨는 이 기사들을 재구성하면서 자신의 지론인 "다른 건 몰라도 마약은 폭력단의 자금원이 된다. 약물은 반드시 근절시켜야 하며, 또 약물복용을 한 이들은 연예계에 복귀해선 안된다"를 적절히 가미해 '사카이 노리코, 감추어진 얼굴'(이스트 프레스, 10월 4일 출간)을 긴급출판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프로듀스한 이가 모토키 마사히코다. 모토키 씨는 위에서 언급한 쟈니 기타가와의 세크하라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81년 4월 30일호의 "다노킨" 기사를 담당했던 편집자이며, 이후 <주간현대> 와 <프라이데이>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8일 신주쿠에서 '사카이 노리코, 감추어진 얼굴'의 출판기념회 겸 토크쇼를 한다는 연락이 와 참가했다. 우선 참석자 면면이 흥미롭다. 저자인 나시모토야 그렇다 치더라도 도요가와 죠(豊川誕), 우라가미 아쓰시(浦上厚)다.
도요가와 죠는 한때 쟈니즈 사무소에 소속되어 메리 기타가와(쟈니 기타가와의 누나)의 총애를 받았던 70년대 아이돌 가수이며 우라가미 아쓰시는 전(前) 마약수사관으로 최근 tv에 코멘테이터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토크쇼를 통해 왜 일본의 연예인들이 쉽게 마약을 접하고 또 그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지에 관해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세번의 약물복용 경험이 있는 도요가와 죠는 "이성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정말 자신이 지켜야 할 간절한 무언가가 없는 이상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우라가미 역시 현역 수사관이었을 당시의 풍부한 수사경험을 바탕으로 "마약은 한번 빠지면 정말 헤어나오기 힘들다. 연예인이든 누구든 중독에 빠져버린 이들을 체포했을때 다들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초범의 경우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정도 받는다. 그렇게 바깥에 풀려 나오는 순간 그 끝났다고 생각한 유혹은 다시 시작된다"고 말했다.
▲ 8월 31일 보석석방된 오시오 마나부. 그의 검거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 jpnews | |
그는 연예인의 경우 일반인과 달리 '돈'이 있는지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쉽게 마약에 다시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편 이날 출판기념회에도 '사카이'의 명성에 걸맞게 3개 민영 방송국에서 취재를 왔다. 다들 1시간동안 열심히 촬영하길래 그 중 한곳에 "이거 다 나가냐? 다 안나간다면 어디까지 나가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이렇게 답한다.
"모른다. 하지만 책소개는 보통 길어봤자 2분정도다. 아무튼 '노리피'에 관한 건 다 모으라고 하니까 일단 촬영하고 본다" 9월 17일 보석 석방된 후 병원에서 요양을 취하고 있는 사카이 노리코가 전혀 모르고 있는 새에, 이렇게 그녀에 관한 정보는 차곡차곡 방송국의 테이프 보관 캐비닛에 쌓여가는 것이다.
이쯤되면 일본 연예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궁금증이 도질만 하다. 비슷한 시기에 체포된 또 한명의 약물중독자는 왜 이리 보도가 안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다. 그는 바로 오시오 마나부(押尾学, 31)다.
죄질만 놓고 보자면 오시오 마나부도 사카이 노리코에 버금간다. 사카이의 각성제 단속법 위반 '소지' 혐의가 10년 이하의 징역인 반면, 오시오의 마약 및 향정신성 약품 위반혐의(mdma 흡입)는 7년 이하의 징역이다. 하지만 오시오는 조금 다른 측면의 의혹이 있다.
그와 마지막에 같이 있었던 30대 중반의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나체였다. 이 사건은 지금 현재 수사중에 있다는 이유로 거의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카이 사건 역시 수사중이었다.
오시오 마나부 역시 소속사인 '에이벡스'로부터 해고를 당했으니 소속사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방송국이나 주류 언론들은 오시오를 보도하지 않았다. 오시오를 한번 언급할 때 사카이는 천번 넘게 '연호'했다. 이 갭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9월 17일 사카이의 보석석방 이후 이런 갭에 대한 생각이 줄곧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관련 저널리스트가 재미있는 말을 털어 놓았다.
"8월에 왜 약물사범이 많이 나오냐고? 당연하지 단속기간이니까. 8월은 마약, 9월은 사기, 10월 교통 같은 식으로 일본경찰들은 매월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기획수사를 한다. 이번에는 마약, 그것도 연예인 마약이 테마였다" 그런데 그렇게 본다면 또 적다. 왜냐면 8월 한달간 나온 것이 오시오 마나부, 사카이 노리코 고작 2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 흡입의 '소문'이 돌고 있는 연예인만 해도 12명 정도 된다. 비록 소문이지만 그 안에는 아주 신빙성있는 목격정보도 존재한다.
즉 경시청이 체포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잡아들일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9월말이었을 겁니다. 위에서 '지도'가 떨어졌어요. 말인즉슨 요즘 연예인들의 약물복용이 문제가 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었지요. 사와지리 에리카가 소속돼 있는 스타더스트가 25일에 사와지리를 해고하고 연이어 마약검사를 실시한 것은 이런 '지도' 때문에 그런 겁니다. 스타더스트 말고도 o, h, w등 쟁쟁한 프로덕션들이 소속연예인들의 마약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견 프로덕션 간부 r씨) 여기서 '위'란 물론 경시청을 의미한다. 마약관련 여부는 본래라면 경찰이 맡아야 할 영역인데 소속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친절히 알려준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마약복용자가 나올 경우다. 소속사는 과연 어떤 자세를 보일까?
"경찰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재량권을 준 셈이니까, 앞으로 새롭게 무슨 마약관련 연예인 사건이 나오는 건 없을 것이다. 소속사에서 잠수를 시키거나 끊도록 할테니까. 정 그게 안되면 계약해지하겠지. 계약이 해지되면 경찰이 나서야 하는데, 이번처럼 기획해서 수사하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니 올해말까진 아마 없지 않을까 한다"(인터넷 모바일 연예뉴스 n 데스크)
그렇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본 경찰에 있어 기획은 상당히 중요한 테마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이른바 기획을 통해 '실적'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단 두명만 체포하고 말았다. '의혹'을 받고 있는 이가 수두룩한데 자체 조사로 끝내려 한다는 건 무언가 빨리 덮어버리려고 하는 '의혹'이 짙다.
이 모든 의혹에 종지부를 찍는 모 사회파 저널리스트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모두다 오시오 마나부 때문이야. 사실 사카이는 피해자지. 오시오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다 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흥미를 가졌었던 지점, 즉, 왜 오시오 마나부가 사카이 노리코에 비해 안 다루어지는지를." 그는 웃으면서 여기까지만 말하고 입을 닫았다. 그 말을 들었던 날이 수첩을 보니 9월 21일이다. 오늘이 10월 9일이니 18일이 지났다. 나는 18일동안 오시오 마나부에 얽힌 지극히 공통적인 이야기들을 공교롭게도 잡지 저널리즘에 속하는 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10월 16일(금)에 "오시오 마나부 체포에 숨겨진 진실과 잡지 저널리즘"에 대해 올리도록 하겠다.
☞ 2부 :
日 연예인 연루 변사사건이 보도안된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