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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라멘은 산업이다! 뜨거운 현장
2009 라멘산업전, 국제제면기술전, 요코하마 라멘쇼에 가다
 
안민정 기자
일본에 여행간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라멘 먹고 와~' 라는 말을 으례 듣게 된다.

스시, 덴뿌라, 우동, 스키야키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라멘'이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미소 라멘부터 규슈 돈코츠 라멘까지 한국에도 일본 라멘맛을 내는 가게가 하나 둘씩 늘어가기 시작하면서 한국인들에게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음식 일본 라멘.

그런데 일본에서는 라멘을 단순한 음식이 아닌 산업으로 생각하고 각종 전시회, 박람회를 열며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 하다.
 
일년에도 몇 번씩 각 지역에서 라멘관련쇼가 열리고, 때마다 라멘최강자를 뽑는 콘테스트가 열리며, 요코하마에는 라멘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하고 있는 라멘박물관도 있다.

▲ 아침부터 줄이 늘어서 라멘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이승열/jpnews

일년의 수많은 라멘관련쇼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식욕의 계절 가을 이맘때쯤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라멘엑스포 <라멘산업전 2009>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라멘산업전은 관련업체 280여개사의 참여와 방문객 3만여명을 자랑하는 라멘 관계자들의 정보교환의 장으로 10월 현재,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파시휘코 요코하마에서 열리고 있다.

'라멘산업은 도대체 어떤 산업?' 이라며 머리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꼼꼼한 일본인들이 만드는 라멘인만큼 면발 하나부터 국물, 토핑에 이르기까지 최신 일본 라멘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라멘산업전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라멘업계의 트렌드, 자동시스템

라멘산업전 입구에서부터 볼 수 있는 것은 각종 기계들이 움직이고 있는 풍경이었다. 사람보다 바삐 움직이고 있는 기계들은 빠르고 정확하고 맛있게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면을 삶고, 국물을 간편하게 만들고, 사람 손으로는 기계가 썰어준 야채, 고기 토핑을 얹어주기만 하면 금방 라멘 한 그릇이 만들어진다.

 
라멘산업전 2009에서 느껴지는 라멘업계의 트렌드는 자동화와 절약.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인건비는 줄이면서 재료는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동 기계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타면'을 우대하는 일본이지만, 흘러가는 세월과 발전하는 기술 속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지 굵기부터 색깔까지 다양한 기계 면들이 등장했다. 돼지뼈를 몇날 며칠 꼬박 고아 만들었던 육수도 플라스틱 병 안에 담겨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고, 토핑 야채도 전부 기계로 처리하고 있었다.

▲ 라멘 삶는 기계     ©이승열/jpnews
 
▲ 만두굽기, 야채볶음기 등 자동시스템이 눈길    ©이승열/jpnews

한국에서 '라면의 짝꿍이 김밥'이라면, 일본의 라멘 짝꿍은 만두와 볶음밥이다. 라멘만으로는 허기가 가시지 않을 때 일본인들이 자주 찾는 메뉴는 군만두나 볶음밥이 있는데, 이런 사이드 메뉴들의 전자동화가 특히 눈에 띄었다.

볶음밥 만드는 자동로봇, 쌀값 줄여주는 밥통?

자동 중화조리기 '로보셰프'라는 제품은 볶음밥의 재료를 넣어주면 로봇이 알아서 골고루 열을 가하고 볶아주는 기계.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계란을 풀고 이어 밥을 넣고 볶음밥에 들어갈 재료와 소금, 후추 간을 조금 해주면 팬이 움직여 가며 잘 볶아준다.
 
뭐가 자동이냐며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겠지만, 중화요리 후라이팬의 무게를 생각해보시길. 묵직한 후라이팬을 한쪽 팔로 계속 흔들어주어야 하는 중국식 볶음밥은 의외로 고된 노동의 강도를 요한다. 볶음밥 전문점이 아닌 라멘의 사이드 메뉴로 생각하는 가게라면 사람을 한 명 쓰는 대신 기계를 들여놓으면 오히려 절약이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로봇이 갓 만든 볶음밥은 관계자들의 날카로운 입맛으로 평가가 되고 있었는데, 의외로 맛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만드는 과정을 보지 않았으면 로봇이 만들었는지 사람이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 강한 불로 단시간에 볶아 밥알이 탱글탱글 살아있으면서 간이 잘 밴 볶음밥 맛이었다. 
 

▲ 볶음밥을 볶고 있는 '로보셰프'     ©이승열/jpnews

볶음밥 뿐만이 아니다. 일본식 김밥인 후토마키(太巻き)를 자동으로 마는 기계도 등장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숙련된 기술자가 후토마키를 말아도 1시간에 50개 정도를 말 수 있는데 비해 기계가 말면 2배인 1시간에 100개를 말 수 있다고 한다. 1줄에 600엔씩 하루에 100개만 팔아도 매상은 6만엔. 하루 기계 렌탈비가 900엔이니 힘 안들이고 매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만두속 제조기부터, 만두피 제조기, 만두빚는 기계, 자동 야채 볶음 후라이팬, 세계최초로 개발된 멀티대응 마이크로 밥솥도 눈에 띄었다. 마이크로 밥솥은 생긴 것은 전자렌지처럼 생겼지만, 적은 양의 쌀로 많은 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의 밥솥'이다. 
 
통상 밥솥에서 밥을 지을 땐 2.3~2.5배로 부풀어오르는 것이 마이크로 밥솥을 사용하면 2.65배로 부풀어 적은 쌀로도 같은 양의 밥을 지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1일 30킬로그램의 밥을 짓는 가게가 마이크로 밥솥을 사용할 경우 5.3 킬로그램 적은 26.9 킬로그램으로 같은 양의 밥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마이크로 밥솥으로는 두유를 이용하여 20~40인분의 두부를 30분 안에 만들 수 있고, 카레도 끓일 필요없이 물과 야채, 카레가루를 한꺼번에 넣고 3~40분 안에 만들 수 있어 가게에 두면 여러가지 메뉴에 쓸모있는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한다.

▲ 마이크로 밥솥. 쌀을 아낄 수 있다.     ©이승열/jpnews

요코하마 라멘쇼 2010년 라멘트렌드를 예고

한편, 라멘산업전 2009에는 전국 유명 라면점 7군데가 출점하여 라멘 신메뉴를 선보이는 '요코하마 라멘쇼'도 함께 열려 일반인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입장료는 없고, 라멘 1그릇에 800엔, 4그릇에 3000엔 두가지 티켓을 구입하여 직접 최신 라멘맛을 볼 수 있는 쇼였다.
 
전국 유명 라멘전문점의 신메뉴인만큼 라멘관계자들은 신중하게 살피며 맛을 보는 풍경이 펼쳐졌다. 발상이 독특한 라멘들도 눈에 띄었는데, 우동맛이 나는 라멘, 케밥식 고기를 얹은 라멘, 물만두와 비슷한 완탕을 함께 넣은 라멘 등 7가지 신선한 라멘들이 선보였다.
 

▲ 라멘 한 그릇 드시고 가세요~     ©이승열/jpnews

근교에 살아 산책 겸 요코하마 해변에 들렀다가 라멘쇼 구경을 왔다는 노부부는 일본인에게 라멘은 어떤 의미인지 묻자 "어느날 갑자기 문득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라고 답했다. 주식의 개념으로 이해되는 우동과는 달리 문득문득 떠오르며 먹고 싶어지는 특별식같은 개념이라는 것. 우연히 들른 행사장이지만 오늘은 왠지 라멘이 먹고 싶어졌다며 신메뉴 라멘들을 주의깊게 둘러보았다.
 
대학생 커플은 역에서 라멘쇼 포스터를 발견, 좋아하는 라멘가게가 출전하는 것을 보고 신메뉴를 먹고 싶어서 와 봤다며 독특한 경험이라 즐겁다고 말했다.  
 
라멘의 최신 기술을 볼 수 있고, 먹어볼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는 라멘산업전 2009. 음식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업계 종사자들의 정보교환을 위한 장이 마련되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이채롭다. 행사는 16일까지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역 파시휘코 요코하마에서 열린다.
 
<사진으로 보는 라멘산업전 2009>
 
▲ 평일 오전임에도 끊임없는 줄을 이룬 라멘산업전     ©이승열/jpnews
 
▲ 시식용 라멘      ©이승열/jpnews

▲ 돈코츠 라멘 어떠세요?     ©이승열/jpnews

▲ 다양한 라멘 면발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도     ©이승열/jpnews

▲ 일본 라멘은 면부터 국물까지 정성이 듬뿍     ©이승열/jpnews
 
▲ 시식용 라멘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도우미   ©이승열/jpnews

 
▲ 미소라멘 드시고 가세요~    ©이승열/jpnews
 
▲ 파도 편하게 써세요~ 자동 파 채썰기    ©이승열/jpnews
 
▲ 볶음밥을 만들고 있는 로보셰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승열/jpnews
 
▲ 이동식 라멘가게 트레일러. 타치가와에  1호점이 생겨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이승열/jpnews

 
▲ 라멘 관련서적도 이만큼     ©이승열/jpnews

 
▲ 돼지도 방긋~  일본 냄새 물씬~ 라멘산업전 구경오세요  ©이승열/jpnews

* 참고: 라멘산업전 2009는 일반 관객의 입장은 제한되어 있고, 요코하마 라멘쇼는 무료로 누구나 입장가능하다.
 
* 교통: 미나토미라이선 미나토미라이 역 하차. 도보 5분
 
* 행사기간: 2009.10.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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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13 [15:59]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일본라멘 먹고싶어! 동방신기 09/10/14 [11:20]
일본은 뭐든지 자동시스템인 것 같다. 그치만 먹는 것까지 전자동으로 하는 건 좀... 안 민정기자의 글 늘 재밌게 읽고 갑니다. 수정 삭제
웃는 돼지 머리 올리는게 일본식인가요? 09/10/14 [12:03]
뭐지 저건... 수정 삭제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장군 09/10/14 [16:35]
역시 발품 팔아 쓴 현장의 생상한 기사가 와 닿는군요
좋은 기사 잼있는 기사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수정 삭제
한편으로는 씁쓸.. .. 09/10/15 [11:02]
자동화의 효율을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의 노동력은 이제 점점 존재의의를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값싸고 맛있는 라멘과 챠항을 만들어 내는 저 기계들로 인해 수많은 아르바이트 생들과 조리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겠군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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