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윤동주 시인이 그리운 밤' 행사가 16일 일본 도쿄 재일본 한국 YMCA 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규 주일 대사와 김현환 주일 한국문화원장, 민단 동경 한국부인회 하귀명 회장, 우에무라 타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와 한국 시인, 일본 문인 등 약 8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민윤기 서울시인협회 회장의 진행으로 이준규 주일대사의 기념 환영사와 주제 강연, 시 낭송회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시인협회(회장 민윤기) 소속 시인 겸 방송인인 유자효 씨는 윤동주 생애 보고에서 "오늘은 윤동주가 광복을 불과 반년 앞두고 적지의 감옥에서 아무 죄 없이 28살 원통한 나이로 숨진 꼭 72년이 되는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곳(YMCA)은 동경 유학생들이 독립 선언을 했던 곳이고 우리는 지금 윤동주의 제사를 지금 지내고 있다"면서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시인협회 소속 시인 겸 방송인인 유자효 씨가 16일 일본 도쿄 YMCA 호텔에서 열린 윤동주 시인이 그리운 밤 행사에서 "오늘은 윤동주가 광복을 불과 반년 앞두고 적지의 감옥에서 아무 죄 없이 28살 원통한 나이로 숨진 꼭 72년이 되는 날"이라고 밝혔다. © JP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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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주일대사는 기념사를 통해 "험악한 현실 속에서도 윤동주는 아름답고 순수한 언어로 승화된 시상을 별처럼 바람처럼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한국인에게 형이자 오빠, 동생같은 친근한 존재"라고 말했다.
윤동주 팬을 자처하며 주제 강연에 나선 우에무라 씨는 일본제국주의가 윤동주를 치안유지법으로 구속하고 옥사하게 만들었다면서 일본인으로서 부끄러운 역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984년 윤동주의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일본에서 번역간행됐으며 많은 일본인을 감동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87년 아사히신문 어학유학생으로 한국에 가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윤동주의 '서시' 시비가 세워진 연세대와 그 주변을 자주 산책했다는 에피소드를 내놓기도 했다.
▲ 우에무라 타카시 전 아사히 신문 기자는 16일 일본 도쿄 YMCA 호텔에서 열린 윤동주 시인이 그리운 밤 행사에서 일본제국주의가 윤동주를 치안유지법으로 구속하고 옥사하게 만들었다면서 일본인으로서 부끄러운 역사라고 지적했다. © JP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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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김재홍 씨는 "윤동주와 이육사는 훌륭한 시인일 뿐 아니라 옥사를 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 "(민족)혼의 울림, 혼의 울부짖음을 대표하는 시인"이라고 역설했다.
유자효 씨는 윤동주 문학의 출발은 이 부끄러움이며, 20대 초에는 이성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시작해 24세 이후부터는 자의식을 의미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서시, 별헤는 밤, 참회록, 쉽게 쓰여진 시 등 그의 시 7편에 이 '부끄러움'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허형만 시인 겸 목포대 명예교수는 평론가 75명이 뽑은 현대시문학사를 빛낸 10권의 시집 안에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포함되었다며 “그만큼 윤동주는 한국문학사적 가치와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한국 시인의 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 허형만 시인 겸 목포대 명예교수는 평론가 75명이 뽑은 현대시문학사를 빛낸 10권의 시집 안에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포함되었다며 “그만큼 윤동주는 한국문학사적 가치와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한국 시인의 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 JP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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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르포라이터 유재순 씨는 윤동주가 시에서 말하고자 했던 시의 행간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일본인이라면서 그들에게 윤동주 시인의 존재감은 '아카데미적 한류'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많은 일본인들에게 윤동주가 사랑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일본 작가 이바라기 노리코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이바라기를 80년대 인터뷰한 장본인이다.
당시 일본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신 현대문에는 이바라기 선생이 윤동주 시인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한 수필이 실렸고 이를 접한 일본인의 반향은 대단했다고 한다.
한국 시인이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건 이 경우가 처음이었고 저항시인인 윤동주의 글이 고등교과서에 실린다는 건 당시 우익 성향의 지식인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16일 일본 도쿄 YMCA 호텔에서 열린 윤동주 시인이 그리운 밤 행사에 참가한 재일 르포라이터 유재순 씨는 윤동주가 시에서 말하고자 했던 시의 행간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일본인이라면서 그들에게 윤동주 시인의 존재감은 '아카데미적 한류'라고 표현했다. © JP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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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윤동주 시 낭송에는 이향숙 재일한국인연합회 문화국장과 김용진 재일한국인연합회 청년국장, 서울시인협회의 시낭송가 민문자, 손영란, 조경란 씨 등이 참여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한 서울시인협회 회원들은 17일과 18일 교토로 자리를 옮겨 윤동주가 머물렀던 장소와 도시샤대학 등을 방문해 추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샤대학은 윤동주가 일본 유학 시절 다니던 대학이다. 당시 윤동주는 한글로 시를 지어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으며 2년형을 받고 후쿠오카 교도소에서 투옥 중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