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연례 연말 기자회견에서 쿠릴 열도 일부 섬을 일본에 반환할 경우, 미군기지가 배치될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일본에게 결정권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일소 공동선언(1956년)에 기반해 러시아가 쿠릴 열도의 시코탄, 하보마이 두 개 섬을 일본에 양도하는 것을 전제로 평화협정을 추진 중이다. 그간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쿠릴열도에 미군기지를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같은 발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그걸 정할 수 있는가? 일본이 이 문제에서 어느 정도 주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조약 체결 뒤에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답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언급하며,평화조약 체결을 위해서는 미군기지가 쿠릴열도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는 일본의 결정권에 의문을 가지는 근거 중 하나로 오키나와 미군 사례를 들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을 나고시 헤노코 지역으로 이설할 계획을 세우고 최근 헤노코 연안에 건설용 모래 등을 반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오키나와 현 지사와 주민이 이에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사가 기지확대에 반대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들이 철거를 요구하지만 기지는 강화되고 있다. 모두가 반대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일본의 주권 수준을 의심하게 된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일본이 배치하는 미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이) 방위 목적이라고 하는데 믿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공격능력을 지닌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일본이 배치 예정인 육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날도 '이지스 어쇼어'와 관련해 "미국의 잠재적 핵능력의 일부"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 일본 정부, "코멘트 삼가겠다"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쿠릴 열도 내 미군기지 배치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발언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논평을 피했다.
그는 "영토문제를 해결해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기본방침 아래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협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