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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체육의 폐해? 일본은 이렇습니다
[박철현 칼럼] '문무양도' 추구하는 일본 생활체육 시스템
 
박철현

<편집자주> 평소 수려한 글솜씨와는 별개로 한일 양국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테츠를 제이피뉴스에서 잠시 빌렸다. 형태는 마음가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쓰는 것. 그 첫 번째 칼럼을 게재한다. 앞으로 많은 독자 여러분의 열독을 부탁드립니다.

 

 

“아빠, 오늘은 안돼. 나 아사렌(朝練) 가야 해.” 


일요일이 다가오면 아이들과 휴일 계획을 짠다.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일주일에 단 한번밖에 없는 날이다. 가능한 한 모두의 개인일정을 비우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런데 큰 딸 미우(13)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계획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가 학교 소프트볼 동아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사렌’은 아침연습의 준말이다. 일본어로 아침은 아사(朝), 연습은 렌슈(練習)인데 이걸 줄여서 아사렌이라고 부른다. 평일에도 훈련을 하지만 일과 수업을 반드시 들어야 하므로 방과후에 부활동을 한다. 그래서 중요한 시합이 앞두고 있을 때에는 주말을 활용해 아침에 연습하고 오후에는 다른 학교와 친선시합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  소프트볼 부활동  

 


한국에 있을 때 접하던, 일본만화에 등장하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미우가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미우가 다니는 중학교의 동아리는 크게 운동부와 문화부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 운동부는 야구, 축구, 남자농구, 여자농구, 탁구, 배구, 수영, 소프트볼로 구성된다. 문화부는 관현악, 미술, 요리, 영어, 차도(茶道) 등 5개로 운동부가 더 많다. 재학생들은 거의 모두 이들 동아리 중 한군데를 선택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을 제외한다면 100% 참여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 미우의 동급생 107명 중 101명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그에게 물어보니 1학년 중에 운동부에 들어간 이들은 들은 62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 62명은 모두 미우와 같은 패턴으로 생활한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이나 체육관에 모여 방과후 연습을 하고 해가 늬엿늬엿 넘어갈 무렵 운동복 차림으로 집으로 돌아와 게눈 감추듯 밥 두어공기를 해치운 후 욕조에 몸을 담근다. 욕조에서 그대로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

 
동아리 활동이지만 격식은 다 갖춰져 있어 매년 전국대회에 출장하기 위해 예선 시합부터 차근차근 펼쳐 나간다. 시대회에서 우승하면 도대회에 나가고 거기서 2위 안에 들면 토너먼트식으로 펼쳐지는 전국대회에 출전한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 춘계대회를 끝으로 대부분 동아리 활동을 관둔다. 진학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재능이 있는 아이는 고교에서 스카웃을 해 가지만10%가 채 안된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도 기본적으로 시험은 보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수업 출석은 꼬박꼬박 한다. 미우도 2년간 열심히 동아리활동을 하고 진학할 생각이라고 하니 스포츠 동아리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 자체가 일본사회에선 상식이라 할 수 있다.

 

▲ 소프트볼 부활동     ©JPNews

 


이러한 ‘문무양도’의 교육이념은 메이지덴노의 교육칙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최근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의 모리모토 학원 스캔들 때문에 오래간만에 악의 화신으로 취급되고 있는 ‘교육칙어’이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 자체로는 무난하며, 특히 왕정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그런 내용을 왕이 교지할 수 있다고 본다. (단, 아베 신조의 경우 그의 부인 아키에 씨가 명예교장으로 있는 모리토모 학원 부속 유치원에서 시대착오적인 이 내용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 생들에게 암기, 발표시켰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교육칙어 중 일본 학원교육의 전통이 된 ‘문무양도’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그대 신민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에게 우애하며, 부부 간에 서로 화목하고, 붕우 간에 서로 신의하라. 스스로는 공손하고 겸손하며, 박애를 여러 사람에게 미치고, 학문을 닦고 기술을 익혀 그 지능을 계발하고, 덕과 재능을 성취하며, 나아가 공익을 확장시켜 세상의 의무를 다함과 동시에 항상 국헌을 중시하고 국법에 따라, 일단 유사시에는 의용으로 봉공하여 그로써 천양무궁한 황운을 보호해야 한다.”(메이지덴노 교육칙어 중 발췌)

 
즉 학교는 학문을 닦고 지능을 계발함은 물론 유사시(전쟁시)에 의용으로 봉공해야 한다. 당연히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고 이것을 학교교육의 영역에 넣는다면 체육교과 뿐 아니라 이러한 스포츠 동아리, 특히 단체로 구성되는 구기스포츠는 학원 교육의 필수요소가 된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운동동아리 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없다. 하지만 1890년부터1948년까지, 반세기 넘게 지속된 이 교육칙어가 일본 학원교육의 유전자에 깊이 박혀있음을 부인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재미난 건 당시의 의도야 어찌되었건 지금에 와서 이 ‘문무양도’ 유전자는 아이들 교육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해서 의무교육을 빠지면 안되므로 교실수업을 다 들어야 한다. 동아리는 어디까지나 일과외 활동이다. 학업능력이 급속도로 저하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수업이 끝나면 운동부 활동을 하므로 당연히 건강이 좋아진다. 매일같이 뛰어다니니까. 급우들과도 친해질 수 밖에 없다. 하루 웬종일 붙어 있으니까. 부모입장에서는 별도의 사교육비가 들어가지 않아 매우 좋다. 아침에 딱 학교 보내 놓으면 거기서 하루를 다 보내고 귀가해선 밥도 잘먹고 잠도 쿨쿨 잘 자니 이 얼마나 건전한 생활이란 말인가.

 
이런 생활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이어진다.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안경선배 권준호가 고3 춘계대회를 끝내고 진학을 위해 농구부를 관두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다들 그렇게 한다. 일례로 지금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혼조 다이(27) 씨는 중고교 시절을 야구부 활동을 했지만 센터시험을 치고 명문 도쿄이과대학에 합격했다. 그에게 “와, 넌 야구부 활동을 하면서 그 좋은 대학에 어떻게 들어갔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혼조 씨가 내 질문 자체를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어리둥절’은 아마 일본의 보통 청소년이라면 다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진학 및 취업을 하는데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질문을 하는 건지 헷갈리는 데서 오는 것 일테다. 


그렇게 졸업한 이들이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학원스포츠의 진정한 팬이 된다. 고시엔으로 대표되는 고교야구 열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의료 저널리스트 지쿠마루 야스코 씨는 사이타마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름이 찾아오면 일주일 넘게 오사카에 체류한다. 고시엔 야구를 보기 위해서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야구부의 매니저를 했기 때문이다. 삼년, 아니 정확하게는 2년간의 그 매니저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러한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자기가 나온 운동부의 전국대회 시즌이 찾아오면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나 중학교의 소식을 적극적으로 살펴본다. 언론 역시 그것을 알기 때문에 심심찮게 고교야구 소식을 1면 톱으로 낸다. 고교축구선수권 대회는 반드시 연말부터 일정을 시작해 1월 둘째주 성인식 연휴에 결승전이 열리게 돼 있다. NHK의 실황중계는 덤이다. 당연히 무수히 많은 스타들이 탄생하고, 또 사라진다. 사라진 스타들은 몇년후 전혀 다른 직업인으로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전국지상파TBS는 아예 “사라진 천재들 – 1류였던 그들을 대추적”이라는 특별방송을 부정기적으로 편성하는데 몇몇 이들은 전혀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개중에는 회계사, 변호사 등 국가고시를 통과한 이들도 간혹 있다. 학교 수업에서 습득한 기본적인 지식, 기초적인 공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소프트볼 부활동    

 


이런 점은 최근 한국에서 연이어 터져나오는 엘리트 스포츠 교육의 부정적인 면과 완벽하게 대비된다. 우선 한국 스포츠 교육은 독재시대의 유물이다. 한일관계만 놓고 보자면 반일을 통한 국민단합과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명분하에 스포츠만큼은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암묵적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됐다. 언론은 이를 부추긴다. 국민교육헌장이 교육칙어를 본딴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원스포츠는 기형적인 엘리트 교육이 돼 버렸다. 25년전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축구부 소속 두명의 학우는 일년내내 얼굴한번 못 봤다. 축구부 전용 합숙소에서는 매일같이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그 폭력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학교 아닌 학교를 3년간 다녔다. 선수로서 잘 풀리면 모르겠다만 절대다수는 성공하지 못했다. 학교수업을 통한 기본적인 교양조차 없이 사회에 바로 적응해야 한다. 그야말로 학원스포츠잔혹사다.


이 엘리트 교육이 25년전에나 그렇지, 지금은 많이 나아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빙상과 유도 성폭행 사건 등이 연달아 터져나오는 것을 보고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부처는 학원 엘리트 스포츠에 대해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스포츠 특기생 전수조사 등에 나선다고 하는데 별 의미없다. 그냥 그 아이들에게 학교수업도 듣게 하면 상당부분 나아질 것이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한국 정도 수준의 나라에서 공부라곤 하나도 하지않는 엘리트 스포츠 교육은 너무 후졌다. 그런 의미에서 학업과 운동부 생활을 열심히 병행하며 자기 삶을 충실히 영위해가고 있는 미우는 축복받은 셈이다. 정작 본인은 그런 건 전혀 모른채 오늘도 욕조에서 곯아 떨어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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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05 [13:53]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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