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1)가 일본의 유명 월간지 최신호에 아버지에 대한 수기를 기고했다. 그는 글에서 아버지의 전쟁 체험을 이야기하며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키는 10일 발매된 '문예춘추' 6월호에 '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 내가 말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특별기고했다. 분량은 28페이지.
이 글은 초등학생이었던 그가 아버지와 고양이를 버리러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가 귀가해보니 고양이가 놀랍게도 집에 돌아와있었다는 것이다. 일상적이고도 가벼운 하루키다운 필치의 글이다.
그리고 이어서 아버지의 전쟁체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하루키의 아버지 무라카미 치아키는 1917년 교토에서 태어나 재학 중이던 1938년 만 20살이 된 해에 제16사단 병참병 제16연대에 입대했다. 그의 부대는 중국으로 파병됐다. 하루키가 초등학생 때, 딱 한 번 아버지가 중국인 포로를 처형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한다.
하루키는 "군칼로 사람의 목이 떨어져나가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필요도 없이 어린 나의 마음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며 아버지의 경험을 전해들었을 때의 감상을 회상했다.
그는 "아무리 불쾌하고 눈을 돌리고 싶은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라며 모두가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작가가 된 이후 아버지와 관계가 틀어져 20년 이상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2008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화해 비슷한 것'을 했다고 적고 있다. 이후 그는 5년에 걸쳐 아버지의 군력을 알아봤다고 한다.
"자신의 혈맥을 돌아보는 듯, 나는 아버지와 관계된 여러 사람들을 만나 그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됐다"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7년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난징 대학살에 대해 적는가 하면, 평소 인터뷰에서는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마주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이번 기고문에서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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