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일정상간의 대화마저 대결구도로 몰아가려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8일, 청와대가 무단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대화 사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외무성 관계자들이 무단공개에 불만을 나타내며 "신의에 어긋나는 일"이라 지적했다는 기사다.
한일관계 개선에 애타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정상간 대화를 공개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용의주도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불의의 일격'을 날렸다"면서 "(정상대화로) 한국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고 전하고 있다.
▲ 청와대가 공개한 한일정상대화 사진. 아베 신조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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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태국 방콕 교외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시작 전 대기실에서 한일 양국 정상은 소파에 앉아 11분간 비공식 대화를 가졌다. 청와대는 당시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진에는 양국 정상과 통역사 2명 등 4명의 사진이 찍혀있었다. 촬영한 이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인 것으로 아려졌다.
산케이는 "한국이 양국 정상간 대화, 사진 촬영, 신속한 공표까지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대기실에 있던 10명의 정상과 순서대로 악수했고 마지막이 문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말을 걸었고, 이를 아베 총리가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추측했다.
대화 직후 한국 정부는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등에 양국정상의 대화 사진을 게재하고 "문대통령이 일본의 총리와 환담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로도 게재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측은 정식 회담이 아니었기에 관련 내용을 올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외무성 간부는 산케이의 취재에 "개인의 SNS에서도 누군가 찍힌 사진을 올릴 때는 상대의 허가를 받는 것이 상식"이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행위를 '에티켓 위반'으로 취급했다고 한다.
산케이는 "한국 측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자 문제에 대한 타협안을 긴급 제안하는 등 일본과의 관계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경제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은 오로지 한국 정부에 달려있다며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낙연 총리 불만 나타내자 곧바로 맞받아치는 日외무성
청와대가 한일정상의 대화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정부 측은 대화 사실을 공개하는 데 소극적이었을 뿐더러, 양국 정상간 오갔던 덕담이나 훈훈한 분위기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도리어 "일본의 강경한 입장을 한국에 전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에게서는 화해 분위기 조성을 원치 않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이에 한국 정부 인사들로부터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낙연 총리는 7일, "대화 내용도 소개하지 않는다.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일본 측의 발표를 비판한 것이다.
국회에서 한 야당의원이 "한일 발표에 온도차가 크다"고 지적한 데 대해 이낙연 총리가 이처럼 답한 것이다. 그는 "일본 측의 발표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발하듯 다음날인 8일,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산케이를 통해 전해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본 정부는, 한국이 강제징용자 문제에서 양보하고 굴복하지않는한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오랜만에 찾아온 관계개선의 분위기마저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있다. 한일간 무한 대결 구도의 종착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