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거장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일,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른 것이다.
92년의 미국 아카데미상 역사에서 한국영화가 본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도 사상 처음이다.
감독상 또한 아시아계 감독인 이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 수상한 적이 있지만, 모두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였다. 순수 아시아 영화의 감독상 수상도 '기생충이 사상 처음인 것.
▲ 영화 '기생충', 일본에서는 '파라사이트 반지하의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
각본상 수상 또한 아시아계 영화로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처럼 무수한 '최초'를 만들어낼 정도로 기생충의 4관왕 등극은 아카데미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기대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쾌거인 만큼, 한국 영화팬들도 크게 감격하며 환호하고 있다.
일본도 속보로 소식 전해
워낙 놀라운 소식이었던 만큼, 옆나라 일본도 이번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일본 주요 방송, 일간지와 영화전문매체를 중심으로 수없이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 매체는 "기생충, 아카데미상 최다 4관왕"(지지통신),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 영어 이외 작품으로 최초", (TV아사히), "아카데미상 작품상은 한국 최초 '기생충', 외국어영화사상 최초 쾌거! 쏟아지는 기록, 최다 4관왕 달성"(스포츠 닛폰) 등의 제목으로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일본 최대 포탈사이트 '야후 재팬'의 메인페이지에도 톱뉴스로 올랐다.
일본 언론이 분석한 수상 배경
한 영화 전문 매체는 '기생충'의 4관왕이 놀라운 이유와 수상 배경을 나름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 영화매체 '크랭크인'이 '<아카데미상 총괄> 정말로 바뀌고 싶었던 아카데미, 기생충 수상으로 크게 방향전환'이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시상식에 이르기까지 작품상 부문의 최유력 후보는 '1917'이었다. 샘 멘데스가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제1차 대전을 무대로 하는, 실화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오스카 수상작 예측에 있어서 중요한 프로듀서 조합상이나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점이나, 미국 아카데미의 경우 영국 컴플렉스가 강해서 작품상은 아마 이 작품이 수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다. 더욱이 외국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이나 미국 각 도시의 비평가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단순히 외국어라는 이유로 오스카상을 놓치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비판이 점점 거세졌다. 그 목소리를 최근 점점 다양화하는 아카데미 회원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