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오시오 마나부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5년에 처한다." 지난 석달간 일본 열도를 충격속에 빠뜨린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재판 확정판결이 11월 2일부터 시작됐다.
첫 테이프를 끊은 이는 배우 오시오 마나부(押尾学, 31).
오시오는 지난 8월 3일 마약 및 향정신성 약품 위반혐의(mdma 흡입)으로 도쿄경시청에 체포됐지만, 도주우려가 없고 반성의 기미가 보인다는 이유로 31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10월 23일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그는, mdma(엑스터시)를 흡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체포되기 직전에 같이 있었던 나체 사망 여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진술을 거듭했다.
검찰은 오시오 마나부의 "mdma는 여성이 소지하고 있었고 자신은 그녀로부터 건네받아 복용했다"는 진술에 대해 이렇게 심문했다.
"오시오 피고와 사망여성과 나눈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보면, 오시오 피고는 '방에 들어오면 금방 필요해?(部屋に入ったらすぐいる?)'라고 묻고 있다. 이 문자는 곧 오시오 피고가 마약을 이미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검찰측) 하지만 이 물음에 대해 오시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내'가 필요하냐는 말이다. 마약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즉 오시오는 방에 들어오면 자신의 몸이 필요하냐는 의미로 그런 문자를 보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일본어 문장은 비상식적이다. 일본어에서는 섹스를 하겠냐는 의향을 떠 보는 말로 보통 '이루(要る, 필요해?)'가 아닌 '야루(やる, 할래?)'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망여성이 아니라 오시오가 마약을 이미 소지하고 있은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오시오는 "마약은 사망여성이 소지했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한 오시오는 검찰의 "사망여성과 섹스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성의 명예를 위해 말할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예능 리포터 나시모토 마사루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형량에 영향을 미칠만한 부분에 대해선 전부 여자한테 떠넘기면서 섹스를 했느냐 안했느냐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녀의 명예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섹스 여부에 관한 오시오의 진술은 여성의 명예가 아닌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첫 공판에서 보여준 오시오 마나부의 이러한 태도는 2일 있었던 판결 공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 11월 2일 오시오 마나부를 태운 검정색 차량이 도쿄지방재판소를 들어가고 있다. 뒷좌석은 커텐이 쳐져 있어 오시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 © 네모토 요시노리 / jpnews | |
11월 2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린 판결공판에서 이구치 오사무 재판관은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5년(검찰측 구형은 징역 1년 6개월)의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보통 초범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는 것에 비한다면 상당히 무거운 판결이다. 이구치 재판관은 선고이유에 대해 "오시오 피고의 마약과의 친화성은 상당히 깊고 오래돼, 그 형사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으며 장기간에 걸쳐 피고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약 관련 재판을 담당해 본 경험이 많은 다나카 유야 변호사는 jpnews의 전화취재에 "첫 공판에서 보여준 오시오 피고의 태도가 중형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말한다.
"마약재판의 경우 1심 판결이 거의 확정판결이 되므로 첫 공판에서 피고 스스로가 갱생하겠다는 의지, 또 반성하고 있다는 모습을 확실히 어필해야 한다. 그런데 오시오의 경우 첫 공판에서 검찰측의 심문에 큰 목소리로 반발하는 듯한 인상을 줬고, 또 마약의 입수경로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이런 점들이 재판부의 반감을 샀다고 보여진다"
▲ 8월 31일 보석으로 풀려난 오시오 마나부. 11월 2일 집행유예 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 네모토 요시노리/jpnews | |
실제로 이구치 재판관은 마약소지 여부에 관한 오시오 마나부의 답변을 두고 "소지하지 않았다는 대목의 피고 설명이 부자연스러워 신용하기 어렵다"라는 견해를 폈다.
한편 예능 리포터 나시모토 마사루는 첫 공판이 끝난 후에 보도된 오시오 마나부의 언동도 중형으로 이어긴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공판이 끝난지 불과 이틀만에 오시오 마나부의 헐리우드 진출 발언이 언론에 소개됐다. 오시오가 친구한테 '일본에서는 일을 구할 수 없으니까 헐리우드에 가겠다'는 말을 했다는 건데, 지금 마약끊고 반성해도 바쁜 판에 헐리우드가 어쩌고 저쩌고 하니 담당재판부도 상당히 어이없었을 것이다" 오시오의 이런 자세는, 비슷한 시기에 체포된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 38)의 태도와 비교된다. 사카이는 첫 공판에서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이런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연예활동이 아닌 개호(介護) 일을 통해 제 자신을 돌이켜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반성의 태도를 보인 바 있다.이에 비한다면 오시오는 "자신이 얼마나 큰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나시모토 마사루)는 것이다.
11월 2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직접 만난 시민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날 모인 방청희망객은 첫 공판의 약 3분의 1 수준인 1202명. 이중 각 방송국이 동원한 이들(약 8백명으로 추산)을 제외한다면 순수한 일반인 방청 희망자는 4백여명에 달한다.
오시오 마나부의 열성팬이었다는 사이타마 현 거주여성(24)은 "정나미가 다 떨어졌다. 야다 아키코(전처)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남자로서 최악이다. 이런 남자를 팬이라고 따라다닌 나에게도 환멸을 느낄 정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편 도쿄에 거주한다는 방청희망객 남성(35)은 "마약흡입여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사망여성과의 관계나 롯본기 힐즈의 그 맨션에 관한 소문등 의혹은 아직 많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드러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실 거대 언론사들은 여전히 다루지 않지만 시사종합주간지 주간현대, 주간문춘, 주간아사히, 주간포스트, 그리고 사진주간지 프라이데이, 플래쉬 등은 오시오 사건의 초점을 '마약'에서 '나체사망의혹'으로 옮기고 있는 경향이 눈에 띤다.
주간아사히의 경우 비록 대담형식을 빌렸지만 최신호에 '오시오 마나부와 사카이 노리코의 특별한 관계'를 거론했다.
또 모 인터넷 모바일 뉴스 사이트는 연예계의 정보통을 총동원해 오시오, 사카이와 씨줄날줄로 엮여져 있는 일본 연예계, 정계, 재계, 야쿠자의 거대한 관계망을 도표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 도표에는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은 물론 각 정당의 유력 실력자, 롯본기 힐즈족들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그 과정과 친분이 세세히 드러나 있다.
하지만 도표를 작성한 책임자 k씨는 기자의 취재에 "지금 더 간결하고 알기 쉽게 압축하고 있는 상황인데 아마 일반에 공개되기는 힘들 것이다. 이대로 나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으니까(웃음). 일단 만들어 놓은 다음 컨피덴셜(비밀) 화일로 두고두고 써 먹을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진실이 아직 저 너머에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