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편성한 예비비 예산의 사용처가 대부분 불분명하다고 22일 일본경제신문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국회에 사용처가 보고된 예비비 12조 엔 가량을 분석했지만, 최종적인 용도를 정확히 특정할 수 있는 금액은 6.5%인 약 8천억 엔에 그쳤다고 한다. 90% 이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심의를 거치지 않은 거액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하고 있다.
예비비 12조 엔을 크게 분류하면, 의료 및 검역체제 확보를 위한 4조 엔에 이어서 두번째로 많은 금액이 쓰였던 것이 바로 '지방창생임시교부금'이라는 명목으로 지방에 교부된 3.8조 엔이었다. 이 교부금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관계성이 얕은 공용차나 여가 도구 구입에 이 돈이 사용되는 등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예비비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가솔린 가격 상승 등 물가 급등 대책으로 2022년도 예산의 코로나 예비비(5조 엔) 일부를 사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 대응과 관련이 적은 이유로 코로나 예비비가 사용된다면 예비비의 본래 취지에 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일본 정부는 연금 지급 등 특정 정책을 목적으로 한 세출의 경우, 자세한 내역을 꼼꼼하게 적어서 예산안을 만든다. 이 예산안은 국회심의를 거쳐 이후 집행된다.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 바로 예비비다. 금액만 계상해두고 사용처는 정부 각료회의만으로 결정된다.
일본 정부는 최근 연 5천억 엔 정도의 예비비를 준비해 재해 등 예측불가능한 사태에 대비해왔다. 하지만 코로나가 확산된 2020년 봄 이후 2020년도 추경예산에서는 9.65조 엔이라는 이례적인 규모의 예비비를 코로나 사태 대비를 위해 편성했다. 2021년도와 2022년도 당초 예산을 포함해 3년간 총액 20조 엔에 달했다.
그 중 12조 3077억 엔은 실제로 집행됐고 국회에 사용처가 보고됐다. 일본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각 성청이나 지자체가 예비비를 구체적으로 무엇에 사용했는지 마지막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3가지 정책 항목 총 8013억 엔뿐이었다.
예비비의 최종적인 사용처를 알기 어려운 것은 예비비가 할당된 성청이 당초 예산이나 추경예산 등에 이미 보유한 자금과 예비비를 섞어 관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회계검사원마저 코로나 관련이라 주장하는 거액의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체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후생노동성이 백신 접종 체계를 만들기위해 지자체에 배포하는 보조금의 경우, 다른 경비와 별도 관리되고 있지 않아 예비비가 어느 지자체에 갔는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백신 구입비와 같이 '기업과의 비밀유지계약 관계로 공표할 수 없'는 항목도 있다.
예비비 3119억 엔을 투입한 관광수요 활성화 대책 '고투 트래블'은 감염확대로 중단됐다. 추가 투입한 예비비를 넘어서는 금액이 사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약 8300억 엔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에 유연하고도 기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에도 의의는 있다. 다만 국내총생산(GDP)의 수%에 상당하는 거대 예산을 국회심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할 수 있는 방식은 투명성에 우려가 남는다. 일본경제신문은 "난폭한 사용방식을 견제하는 의미에서도 외부에서 적절하게 감시할 수 있는 체제가 본래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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