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피디 결혼식에서 들은 주례사 한 토막.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목사님의 주례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성경말씀을 한 줄 읽어 주시고, “신랑은 신부의 귀에다 대고 앞으로 어떻게 살자고 귓속말을 하세요.” 신랑이 일순 머뭇거리더니 신부 귀에 대고 뭐라고 한마디 한다. “신랑의 귀에 앞으로 어떻게 살자고 한 말씀하세요.”라고 하는거다. 신랑 신부의 귓속말이 끝나자 신부는, “저는 신랑이 신부에게 또 신부가 신랑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신랑이 알고 신부가 알고 하나님이 알고 계십니다. 두 분은 조금 전에 귓속말로 했던 그대로 사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끝을 맺었다. 다른 데서는 못 들어본, (흔히 하는 주례사인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듣도 보도 못한 주례사다. 인생의 새 출발이라면서 어디서나 들어보던 ‘신랑은 장래가 촉망받고 신부는 가정교육이 잘된...’와 같은 만편 일률적인 주례사 보단 훨씬 신선했다. 어쩌다 주례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주례를 서는 일이 종종 있다. 그 때마다 꼭 빼놓지 않는 몇 가지 당부의 말이 있는데, 얼마 전 친구 딸 결혼식에 주례사 중 일부만 여기 소개한다. 남하고 비교하지 말고 살아라. 너희 둘 만의 공식을 만들어라.
신혼 초엔 거의가 별거 아닌 사소한 일로 싸우더라. 싸움한 장소가 보이지 않으면 없었던 일로 해라. 부엌에서 다툼이 있었다면 안방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싸우지 마라. 안방에 들어오면 좀 전에 다툰 일은 없었던 일로 해라
이제는 그런 일이 적어졌지만, 부모님 세대는 빚보증때문에 가정불화도 많이 생기고 심지어는 헤어지는 일도 많았단다. 빚보증은 정말 서지마라. 거절하기 정 어려우면 빚보증 서지 않는게 집안의 가훈이라고 말해라. 개그콘서트는 매주 꼭 빼놓지 말고 보거라!
남자들의 헛약속을 너무 믿지마라. 여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헛약속 많이 하거든!
▲ 일본의 결혼식 현장. 사진은 이미지입니다. ©이승열/jpnews | |
세상 사람들 중에 약속 다 지키고 사는 사람들 정말 드물꺼다. 옛날 이야기는, 좋은 건 들춰내더라도 상대방이 싫어하는 건 한 두번은 몰라도 자꾸 들춰내면 별로 안 좋다. 좋은 것만 이야기하고 살아도 앞날이 창창하다. 어쩌구 저쩌구 주례사를 마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는데... 앗차! 꼭 하고 싶었던 말이 그 때서야 생각났다. “아들 낳거든 군대 꼭 보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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