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인터넷에 접속해서 온라인상으로 술자리를 갖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상 술자리'란 특별히 어느 장소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집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 마실 수 있는 술을 준비해두고, 회원제인 사이트의 사람들과 채팅을 하면서 마시는 것을 말한다.
이런 온라인 술자리의 유일한 룰은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술과 안주를 신고하는 것. 그리고 화면상의 상대와 채팅을 하면서 잔을 비우는 것이다. 한국말로 하자면 음주채팅이다.
요미우리 신문(11월 18일자) 취재에 응한 치바현 거주 30대 여성회원은 "원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채팅을 하는 곳이었으나, 기분이라도 같이 술자리를 갖자고 제안, '온라인 술자리'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주와 오징어 안주를 신고한 뒤 온라인 술자리를 시작했는데, "다들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면서 즐기고 있다. 얼굴을 몰라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적당한 거리감이 좋다"며 온라인 술자리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 술과 안주만 준비하면 오케이 ©jpnews | |
인터넷 술자리의 특징은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무언가 하면서도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밖에 나가는 게 귀찮고, 밖에서 마시면 돈이 든다."
"회사 회식자리는 결국 상사 설교 자리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 술자리에 참가하는 젊은이가 많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온라인으로 술자리에 참가할 수 있는 사이트도 등장했다.산토리가 올해 3월 개설한 사이트 '호로요이.컴(ほろよい.com)'은 지금까지 예상을 뒤엎고 6만2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호로요이 닷컴은 다음과 같이 사이트를 소개한다.
호로요이닷컴이란 집에서 마시는 것과 밖에서 마시는 것의 중간에 위치한다. 자택에서 혼서 마시는 사람도 '호로요이'에 오면 속내를 서로 이야기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가볍게 이어지고 여럿이서 같이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이곳에 온 사람들 모두가 살짝 행복해지는 곳이 '호로요이'다. - 호로요이(살짝 기분 좋게 취하는 곳)
▲ 호로요이닷컴 /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을 골라서 들어가면 된다. | |
호로요이는 a-e까지 구역이 나뉘어져 있고, 각 구역별로 9개의 방이 존재한다. 취미. 혈액형, 여행이야기, 밥 이야기, 사는 곳, 꿈 이야기 등 각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곳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산토리의 야마다 신이치 부장은 "대화를 하고 싶을 때 접속할 수 있고, 끝내고 싶을 때 바로 떠날 수 있다. 그런 느슨한 만남을 통해 마시는 방법이 젊은이들에게 지지받는 게 아닐까"라고 인기 요인에 대해 답했다.
대인 관계 등 심리적인 부분 이외에 경제적인 부분도 온라인 술자리를 찾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집에서 술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업계단체 '발포주 세금제도를 생각하는 모임'에 따르면 "술집이 아니라 집에서 술을 즐기는 일명 '집 음주파'가 86.2%로 집계됐다.
10명 중 8명 이상은 집에서 마신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조사를 개시한 2005년(75.1%)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또한 맥주를 마실 기회가 1년 전에 비해 '줄었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36.8%였던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제3의 맥주를 찾는 빈도가 '늘었다'라는 답변이 54.3%를 차지했다고 한다.
인터넷 술자리 모임의 인기는 경기불황 여파에 따른 자구책으로 생긴 절약지향성, 부담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성향이 만들어낸 신풍속도인 셈이다.
그러나 서로 만나서 얼굴을 마주보고 잔을 부딪치며 나누는 이야기와 모니터와 키보드를 두고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의 농도가 같을 수 있을까.
'음주의 사회학' 저자이자 알콜관련 사회병리학적 연구를 계속해온 시미즈신지 교수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어도 현실은 혼자 마시는 것. 다른 사람과 함께 마실 때보다 주량을 제어하지 못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속에서 채팅이라는 형태로 즐기는 술은 결국 혼자 마시는 술과 다를 바 없는 자작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