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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내, '삼겹살'에 반해 버리다! (2부)
 
박철현 기자
(이 글은 연재형식이므로 처음부터 읽지 않으면 무슨 내용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읽으실 분은 '일본 여친에게 프로포즈 받다'(전12화)를 먼저 읽으신 후 제2부 '일본 아내, 한국 며느리로 인정받다'를 읽으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일본 여친 프로포즈 시리즈
혼인신고 (1부)
 
혼인신고가 끝난 다음날 아내와 나는 입국관리국에 갔다. 
 
2002년 8월 23일이다. 3일전에 혼자 입국관리국을 찾아갔을 때와는 또다른 두려움과 초조함이 밀려왔다. 
 
계속 아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원래부터 사이는 좋았지만 그날은 더 사이가 좋은 것을 연출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차례를 기다리는데 아내가 슬며시 손수건을 내민다. 
 
"땀 좀 닦어."
"어디? 땀 안나는데?"
"얼굴말고 손."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을 때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박철현씨!"
 
입국관리국의, 냉정해 보이는 아가씨는 우리가 제출한 서류를 이것저것 뒤적였고, 또 몇가지를 물어왔다. 나는 동거중이다, 게임회사에 다니고 있다, 혼인신고는 어제 했다, 범죄사실은 없다 등을 사실대로 대답했다. 
 
이게 인터뷰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보았던 따로따로 밀실에서 하는 인터뷰나 그런 건 없었다. 입국관리국 아가씨는 아내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주욱 고쿠분지에서 살아왔냐, 어떻게 알게 되었나, 동거는 언제부터 했나 등등. 아무튼 다 합해도 5분이 채 안 걸렸다. 그녀는 이것저것 보더니만 고개를 끄덕인다. 
 
"한달 정도 있으면 집으로 엽서가 갈 겁니다. 그럼 그 엽서를 가지고 다시 오세요."
 
그리고는 웃으면서 덧붙였다.
 
"결혼, 축하합니다."
 
입국관리국에서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이후에 선배나 친구들에게 설명해도 그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이다. 아마 하루에 수십, 수백명의 결혼비자 신청을 받는 그녀가 일일이 그런 말을 할 리는 없을 테지만, 우리에게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이번에는 아내가 내 손을 꼭 잡았다.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그 손을 통해 전해져 왔다. 아내는 말한다.
 
"당연히 경험이 없으니까 엄청나게 무서운 것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끝나서 기운이 풀리는 거 있지. 무진장 잠 오더라."
 
그 주에 오다이바(お台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신혼여행이라기엔 볼품없었지만 이전 주에 이별여행, 아니 프로포즈 여행으로 쿠사츠 온천을 다녀왔던 것도 있었고 또 결정적으로 돈도 없었다. 
 
일본에서의 여행은 그렇게 손쉬운 게 아니다. 막대한 자금과 노력, 시간이 든다. 결혼식은커녕 양가 집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결혼이다. 축의금도 게임회사 대표가 건네준 2만엔과 아내의 부동산 회사에서 나온 3만엔이 전부였다.
 
일본에서는 결혼축의금은 홀수로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보통 1만엔, 3만엔, 5만엔으로 나간다. 10만엔이상 넘어가면 그런 개념도 사라지지만. 아내는 게임회사 대표(물론 일본인)의 2만엔을 상당히 거북스러워 했다. 
 
"짝수로 넣으면 헤어진다는 속설같은 게 있어서. 뭐, 요즘엔 그런 거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2만엔이 뭐야. 차라리 1만엔을 넣던가. 쩝."

 
이 2만엔으로 아내는 밥상 용도의 길다란 탁자를 샀다. 지갑에 넣는 것이 웬지 꺼림칙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이 탁자는 무려 7년이나 지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부동산 회사 대표가 건네준 축의금 3만엔으로는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또 아내는 이미 여름휴가도 써 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결국 오다이바를 갔다. 하지만 오다이바라고 해서 우습게 봐선 안된다.
 
물론 잠시 들렀다 가는 오다이바는 별 것 없다. 후지tv 근처에서 기념사진 찍고 관람차를 타는 정도다. 좀더 시간이 있다면 '오에도 온천 이야기(大江戸温泉物語)'에 들러 즐기거나 '조이플러스'에서 아이들 장난감을 사는 정도일테다. 
 
그러나 우리처럼 아리아케(有明)의 워싱턴 호텔에 숙박, 그것도 2박이나 해 버리면 오다이바의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다. 낮에 보는 오다이바와 밤에 보는 오다이바는 천양지차다. 수상버스를 타면 아사쿠사까지 갈 수 있다. 도쿄타워나 긴자도 가깝다. 신혼여행지로 도쿄를 고려하는 예비부부들이 있다면 오다이바를 거점으로 하는 것도 한번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2박 3일간 아내와 나는 오다이바를 돌아다녔다. 전철역마다 내렸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그냥 황폐한 건설현장을 말없이 지켜보기도 했다.
 
"저기 뭐가 들어설까?"
"글쎄 맨션이나 그런 게 아닐까?"
"비싸겠지?"
"아마 그럴테지?"
"......"
"......-_-"

 
(참고로 이곳은 나중에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의 모델이 된 완간(湾岸)경찰서가 들어섰다.)
 
2박 3일간의 오다이바 탐험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내에게 있어 2002년 8월 22일까지의 일상과 그 이후의 일상은 전혀 달랐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매운 것을 전혀 못 먹던 아내다. 하지만 지금은 김치의 상태감별까지 가능할 정도다.
 
"(김치를 손으로 집어 조금 먹어보고) 김치가 덜 익었네. 조금 더 익혀야 맛있겠다. 지금 상태라면 김치볶음밥 정도 밖에 못 만들겠다. 팍 익혀서 김치찌개나 두부김치 해 먹어도 좋겠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바뀌었다. 원래 아내는 우동이나 스파게티등 면류를 좋아했다. 하지만 삼겹살을 제대로 쌈 싸먹는 법을 알고서는 눈물까지 보일 정도로 흥분했다.
 
▲ 세계 최고의 음식 삼겹살. 물론 제대로 쌈을 싸서 먹을 때 말이다.  ©박철현/jpnews
 
아내도 물론 나를 만나기 이전까지 삼겹살을 먹어 본 적이 있다. 일본에도 삼겹살은 '부타산단바라니쿠(豚三段ばら肉)'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하지만 아내는 먹는 방법을 몰랐다. 삼겹살을 구워서 그냥 간장에 찍어서 먹거나 야채와 같이 볶아서 먹는 수준이었다.
 
그런 아내에게 삼겹살 먹는 법을 가르쳐 줬다. 아니, 처음엔 먹여 줬다. 깨끗하게 손을 닦고 먼저 상추 한장을 깐다. 기름장을 살짝 걸친 삼겹살을 올린 후 파무침과 잘 익힌 김치 한두조각, 그리고 쌈장을 바른 마늘을 얹혔다.
 
"아! 해 봐."
"(입을 활짝 벌리며) 아!! 이렇게?"
"그렇게 억지로 안 벌려도 돼...-_-"

 
삼겹살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두어번 씹었을까?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해 했다.
 
"어때? 맛있지?
"... 정말 맛있다... 세계 최고의 음식이야. 왜 지금까지 몰랐지. 정말 너무 맛있어. 아! 매일 삼겹살만 먹으며 살고 싶다. 정말 최고다, 이거."

 
아내는 그 후 삼겹살 예찬론자가 됐다. 그런데 삼겹살의 대단함은 아내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본인 친구들을 감동시켰다. 아내는 친구들을 만나면 당연히 나를 불렀고, 아내의 친구들도 나를 통해 한국을 접했다. 한류열풍이 불기 전이다.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이 어느 정도 알려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친밀한 나라가 된 것도 아니다.  
 
아내가 전형적인 일본인이었던 탓일까? 아내의 친구들도 상당히 일본적이었다. 여기서 일본적이라 함은 쉽게 본심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번을 만나도 마음을 주고 받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들과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곳이 우에노의 한국식당이었다. 개중에는 한국음식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내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삼겹살을 시켜도 대부분 야끼니쿠(焼き肉)처럼 그냥 고기를 소스에 찍어먹는 정도였다.
 
"그렇게 먹으면 안돼. 상추에 싸서 이것도 집어넣고 저것도 집어넣어서 먹어야지. 넌 야키니쿠 좋아하는 애가 어떻게 삼겹살 먹는 법도 모르냐?"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더니 딱 그짝이다. 자기도 얼마전까지 하나도 몰랐으면서. 삼겹살을 처음으로 제대로 먹어 본 아내의 친구들도 광분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맛이라니!"
"와! 이건 완벽한 맛인데?"
"어떻게 이런 음식이..."

 
거짓말이 아니다. 혹시 일본인 친구를 뒀다면, 그 친구가 아직 삼겹살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 아니 일본인 친구를 한번 사귀어보고 싶다면 삼겹살 쌈 싸먹는 법을 가르쳐 주면 한번에 넘어간다. 삼겹살은 그만큼 위대하다.
 
다만 고추는 빼는 게 좋다. 아내도 이날 실수를 하고 말았다. 허겁지겁 먹느라 미처 정신을 챙기지 못했던 것 같다.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資生堂) 센다이 지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미인' 친구 미사코는 삼겹살 얘기만 나오면 '고추의 추억'을 말할 정도로 호되게 당했다.
 
여러 명이서 그렇게 삼겹살을 먹던 도중 미사코는 아내에게 물었다.
 
"아무 것이나 다 넣어서 그냥 싸먹으면 되는거야?"
"응. 응." 

 
먹느라 정신이 없었던 아내는 '응'만 되풀이 했다. 그러자 미사코는 마늘과 같이 나온 고추를 상추에 집어넣음과 동시에 입속으로 의기양양하게 밀어 넣었다. 제지하고 싶었지만 미사코와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녀는 건너편 대각선 끄트머리에 앉아 있었고, 하필이면 나도 입안이 가득찬 상태였다. 5초정도 지났다.
 
"물! 물! 빨리! 하아하아! 물, 물!"
 
미사코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미사코도 그것이 고추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삼겹살의 순화작용에 의해 고추의 매운 맛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날 고추는 하필이면 한국식당의 주방이모가 한국을 다녀오면서 특별히 가지고 왔다는 '청양고추'였다.
 
한바탕 난리가 났다. 미사코는 물을 몇 잔이고 마셨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아무리 물을 마셔도 충혈된 상태다. 아무리 물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도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결국 그녀는 고추 한조각 때문에 그날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나머지 친구들은 그런 그녀를 다테마에(建前, 겉마음)로 위로하면서 즐겁게 삼겹살을 만끽했다. 
 
아내와 아내의 절친한 친구들은 그렇게 한국을 알아 갔다. 음식을 먹으면 본심을 털어놓는다. 좋은 식당을 발견해서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그 식당이 정말 감추어져 있던 맛있는 가게라면 태도가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일본인은 대체적으로 음식에 약하다.
 
이때만 하더라도 이런 것들을 몰랐지만, 이때 그들에게 삼겹살을 소개시켜준 인연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아내 친구들과의 망년회는 무조건 삼겹살이다. 올해도 우에노의 한국식당에서 삼겹살을 먹기로 이미 약속을 해 둔 상태다.
 
그즈음 아내는 신오쿠보의 한국어 교실에도 다니기 시작했다. 아내는 간혹 등장하는 한국어와 일본어 단어의 같은 발음에 또 흥분한다. 
 
"오빠! 고속도로가 발음이 같아! 무지 신기하다! 고소쿠도로, 고속도로. '무리'는 완벽하게 같네.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흥분을 자주하는 건 이유가 있다. 아내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그냥 막연한 외국이었다. 어느날 그 외국이 가장 가까운 나라가 돼 버렸다. 이 막연한 외국의 언어가 모국어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언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흥분할 만하다.
 
그렇게 우리들의 시간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2003년 3월 어느날 아침 한국에서 그 전화가 걸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3부
아버지가 동거사실을 눈치채다! (3부)

 
■ 글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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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28 [23:3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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