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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육' 돼지고기를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김태훈 박사(세이사 대


▲ 홋카이도 나카무라 양돈장과 주변 학교와의 체험학습  ©jpnews

돼지고기를 먹을 것인가 말것인가?

이 이야기는 지금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돼지고기로 인한 신형 인플루엔자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들이 키운 돼지를 잡아먹을까, 말까?를 놓고 일본의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토론이다.

작년 10월 23일, 도쿄도 고가네이시에 있는 도쿄학예대학에서 한 토론회가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교직과정을 밟고 있는 재학생 30여명을 중심으로 "이것이 교육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된 것.

이 토론회가 열리게 된 계기는 도쿄 고가네이시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 6학년 2반 학생들의 체험 때문이었다.

반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은 졸업식을 1년 앞두고 뭔가 의미있는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그것은 6학년 1년동안 돼지를 키워 졸업식날 잡아 먹자고 약속을 한 것. 실제로 그들은 1년동안 착실히 돼지를 키웠고, 마침내 졸업식이 다가왔다.

문제는 6학년 초기의 약속이 어렵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 것.

졸업식을 눈 앞에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 「먹겠다」「먹지 않겠다」로 의견이 갈려진 것이다. "먹지 않겠다"는 아이들 중에서 가장 많았던 의견이, “고통스럽게 죽어갈 돼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라는 것이었고, 먹겠다고 한 아이들의 의견은, “졸업식에 돼지를 잡아먹겠다고 한 약속은 약속이니까 지켜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즉 ‘생명의 존엄성’을 주장하는 아이들과 약속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키운 돼지를 계기로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바로 이같은 초등학생들의 의견에 대해 교직 과정의 대학생들에게 장차 이러한 상황이 닥쳐 왔을 때, 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관한 토론이었다.

대학생들 의견중 가장 많았던 것은 “생명에 관한 교육은 가정교육의 범위이지 학교교육의 범위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반면 다른 의견도 다수 나왔다.

“요즘 아이들은 가까운 친척의 죽음을 직접 접할 기회가 적어 죽음의 고통을 모르고 성인이 되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다 하는 식의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고방식이 유연한 어린아이일 때 슬픔과 괴로움 등을 경험하지 않으면 인간적으로 성장하질 못한다”.

“현대 가정은 핵가정이 많고 가축을 사육하지 않아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것이 중요하다.”


실제 이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돼지가 있는 교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가 되어 일본사회에 커다란 화제를 던지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또한 갑론을박이 벌어질만큼 사회문제화가 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의 초,중학교에서는 채소를 재배한다던가, 토끼나 닭 등 가축을 사육하는 곳이 많다. 이는 가축이나 동물을 사육함으로써 생명을 귀중함을 교육시키기 위해서다.

고베살인사건의 14세 소년 진술서  © jpnews
이러한 생명존중교육은, 1997
년 고베시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연속 아동 살해 사건, 일명 "사카키바라 사건" 이후 전국 각지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14 살밖에 안된 중학생 청소년이 초등학교 학생의 목을 베어 그 소년이 다니는 교문에 건, 그야말로 잔인하면서도 엽기적인 살인사건이었다.

재일동포 소설가 유미리는 나중에 이 사건을 내용으로 한 소설 <골든러시>를 출판,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범인인 일명 a(일본언론에서 통일하여 부름)의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왜 그같은 잔인한 살인자가 되었는지 그 수기를 출판하기도 했다.

그 책에 의하면 a라는 소년은 너무나 평범한 가정의 소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이 같은 평범함 때문에 일본인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다, 왜냐하면 그 같은 일이 언제 또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2003년, 나가사키현과 오키나와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유치원 남자아이를 살해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고, 2004년에는 나가사키현 사세보의 초등학교에서 여자학생이 같은 학년의 여자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니이가타현의 산죠시의 초등학교에서는 학년 남자학생이 같은 학년의 남자학생을 칼로 찌르는 등, 초등학생들에 의한 잔인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처럼 잔인한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형태는 다양했지만 사건을 일으킨 대부분의 아이들이 모두 평범한 보통 가정의 자식들이었다는 점에서 일본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일본사회에 폭넓게 퍼져 나간 것이다.

한국사회도 그렇지만 일본 사회도 청소년들에 의한 흉악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나 이유를 찾기에 바쁘다. 뿐만 아니라 사회학자나 심리학자 등 평론가들이 매스컴에 등장,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범인을 마치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가정 환경에 문제가 있다”, “범인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 는 식으로 발언을 한다.

그러다가 “교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즉 일본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린다.

결국 모든 범죄를 일으키게 하는 최종적인 원인은 학교 교육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도 일본의 미디어에서는 일제히 “학교 교육현장에서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인식,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등 자기억제력을 길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 보도했다.

그러나 필자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근대교육이 법제화되면서부터 “생명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시해왔다. 그럼에도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은 왜일까? 아무튼 이러한 반성에 입각하여 2004년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는 청소년들의 살인사건으로 인하여 어린이들의 소중한 목숨을 잃는 중대한 사건를 막기 위해 새로운 교육방침을 정했다.

차세대를 이어갈 어린이들을 위해 실속있는 교육,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에 힘쓴다는 것이다. 그 실행방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둘째타인에게도 생명의 소중함을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을 기른다. 또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그 분위기를 조성한다.
세째,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에 대한 체험활동을 통해, 그 느낌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문부과학성은 다음과 같은 교육지침을 세웠다.

1. 생명 존중 교육을 실시한다.
도덕시간을 중심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 생명의 소중함,  탄생의 기쁨, 죽음과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초/중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교재로「마음의 노트」등을 활용해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시키는 교육을 실시한다.

2. 가정에서의 생명교육에 대한 지원을 한다.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실감할 수 있는 “신가정교육수첩”을 초등학생이 있는 보호자에게 배포함과 동시에 육아 강좌등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팜플렛을 작성하여 배포한다.

3. 타인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력을 기르며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한다.

4.
돌발적인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을 실시한다.
어린이들의 사회성을 육성하며 자제심과 자립심, 스트레스의 대응력을 포함한 자기 통제력과 도덕성을 높히며 이를 위해 다양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활용한다.

5.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기 위한 체험활동을 추진한다.
어린이들의 사회성과 풍부한 인간성을 기르기 위해 학교에서 자연체험 활동과 사회 봉사체험 활동 등을 실시하고 어린이들에게 「생명교육」을 도입한 체험활동에 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며 마음의 갈등과 충동적인 행동에 좌우되지 않는 힘을 기른다. 또한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도록 한다.

6.
학교에서 봉사활동 실시에 관한 지도를 철저히 한다.
학습지도요령(교육과정에 해당됨)의 취지에 입각하여 인성교육과 인간관계를 넓힐수 있는 봉사활동 등을 지역실정에 맞게 실시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7.
청소년 교육시설등에 있어서 체험활동을 실시한다.
청소년 교육시설에 있어서 자연체험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며 어린이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중시한 체험활동을 실시한다. 또 어린이들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옛부터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청소년 문제가 발생하면 "교육이 잘못되어서 그렇다"고 인식되어 왔다. 즉 교육만능주의적인 사고 방식에 젖어들어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어떤 일을 저지르면 그 원인은 모두 교육 탓이라는 것이 교육만능주의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소년에 의한 살인사건은 교육으로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이 비교적 강하다.

그러나 필자는 청소년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여러가지 조건과 우연이 반복, 중복되면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지 단순히 어떤 한가지 원인으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나 평론가 그 외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은 알기 쉽게 사건을 일으키게 한 범인을 특정하려고 하지만,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미디어 등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과 냉정히 비판할 수 있는 균형적인 눈을 가지는 것이다.

모든 범죄가 교육으로 예방된다는 생각은 모든 청소년들에게 똑갇은 사실을 주입시키는 전근대적인, 또는 특정 종교집단에서 행하고 있는 세뇌교육 방식으로 자신들이 뜻하는대로 청소년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아주 위험한 사고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에서 소개한 문부과학성의 방침은 배려깊은 교육방침이라고 생각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료적인 발상이라는 이중적인 방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부과학성에서 강조하고 있는 “心の教育(마음교육, 한국의 인성교육에 해당됨)”을 생각할 때 인간의 마음은 교육으로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몇년 전, 필자가 心の教育에 관한 조사로 일본의 공립학교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조사에 협력을 해준 교사가, “무남독녀인 하나 밖에 없는 딸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데, 30여명이나 되는 우리반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고 교육시킬 수가 있겠는 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필자 또한 과연 인간의 마음을 교육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문부과학성의 교육방침대로 위에서 소개한 생명존중 교육을 강화시켰다고 해서 사카키바라사건과 같은 잔인한 살인사건, 그리고 작년 아카하바라에서 일어난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살인사건이 정말 발생하지 않았을까?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부과학성의 방침대로 한가지 교육적인 문제 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요즘 청소년들의 사고와 행동은 매우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면 자신이 학교에서 기른 돼지를 잡아 먹을 수 있겠습니까?




(편집자 주 - 김태훈 교수는 현재 일본 문부과학성 국립교육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며, 세이사 대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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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15 [11:59]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어떻게 자신이 키우던 돼지를... 살모사 09/05/15 [17:23]
난 절대 내가 키우던 돼지 못 먹어! 수정 삭제
살무사님 미운정 고운정 09/05/17 [13:40]
돼지고기를 싫어하시나봐요!아님 뱀이 돼지한테 약하다는데 싸워서 질것같아선가요? 수정 삭제
인성교육은... troia 10/01/19 [05:19]
인성교육은 집안에서 이루어지는것이 아닌가요?... 학교는 전문적인 지식을 전수할뿐 그이상은 되기 힘들다고 봅니다 ... 위의 일본교사가 한말이 바로 그것을 증명하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무남독녀인 하나 밖에 없는 딸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데, 30여명이나 되는 우리반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고 교육시킬 수가 있겠는 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 학교로 학원으로 아이들을 부모와의 접촉을 줄인체 바깥으로 내모는 우리나라는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나 합니다... 일본도 미국도...가만 지켜보면 부모님들이 아이들 학교 않가는 날은 불안해 하거나 불만을 토하더군요... - - 수정 삭제
돼지의생명이냐? 약속을지키느냐? Martin Luther Kim Jr. 10/03/21 [16:45]
근본적인이슈인 생명의존엄성이 중요하냐?
애당초의 약속을 지키는게 더중요하냐?

모든게 매뉴얼식으로 돌아가서 융통성이 부족해보이는 일본사회는 전자를 가르치는것이, 또한 융통성이 너무있어서(?) 기본기도 무시하고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하는경향이 심한 작금의 한국사회는 후자쪽을 가르치는것이 양국사회에게 각각 적합한 방법같은데...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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