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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日 민주당 대표선거의 열기... 하토야마 대표 선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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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차기 수상은 하토야마 34%, 아소 21%로 나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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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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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토야마 대표(왼쪽), 오카다 간사장(오른쪽) 체제가 출발했다 ©hiroki yamamoto / jpnews | | 일본 민주당의 대표선거가 있었던 지난 16일 도쿄 토라노몬의 오오쿠라 호텔은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700명이 넘는 보도진을 위해 프레스 센터가 마련되었고 nhk와 tbs는 생방송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 8시부터 보도관계자의 접수가 시작되었다. 나는 펜기자로 갔기 때문에 12시 30분에 있을 의원총회 이전에만 신청하면 되지만, 사진기자는 달랐다. jpnews에 보도사진을 제공하고 있는 카메라맨 야마모토 히로키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 7시부터 기다렸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류의 취재를 할 경우 스틸과 업무용 무비 카메라맨은 반드시 순번표를 받아 순서대로, 보통은 중앙 뒤쪽과 양쪽 스페이스에 설치된 '히나단(ひな壇)'이라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선착순이 많은 관계로 당연히 일찍 기다리고 있으면 좋은 중앙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12시, 접수대에 명함을 건네고 식별표를 받았다. 민주당이 건넨 자료를 보니 이 식별표와 자사 완장이나 기자증을 반드시 몸에 부착하라고 한다. 식별표는 눈에 잘 띄는 왼쪽 가슴에 부착했지만 jpnews는 아직 기자증을 만들지 않았다. 할 수 없어 그냥 회장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냉철한 표정의 보디가드가 막아선다. "실례지만 어디 매체십니까? 기자증 보여 주십시오""아! 사실..은 그게.. 말입니다. 외국.. ok 유 노 jpnews?" 이럴 땐 언제나 더듬더듬거리는 일본어를 쓰고 또 영어도 일부러 섞는다. '생긴 건 비슷해도 사실 저 외국인인데요' 작전이다. 그럼 대부분은 무사통과다. 사실 외국매체라는 것은 취재 현장에서 엄청난 메리트로 작용할 때가 많다.
▲ 700여명이 넘는 내외신 보도진이 몰려 프레스센터까지 차려졌다 © 박철현 / jpnews | |
▲ 중/참의원의 직접투표로 대표를 선출했다. 오카다 후보의 투표장면 ©hiroki yamamoto / jpnews | | 경계가 삼엄한 이유는 일본의 제1야당 민주당의 참/중의원 국회의원들 221명중 무려 99%에 해당하는 220명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11일 갑작스럽게 사임하여 충격을 몰고 온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는 물론 이번 후보자로 나선 하토야마 유키오(62) 간사장, 오카다 가쓰야(55) 부대표의 얼굴이 보인다. 간 나오토 대표대행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표정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밝다. 그도 그럴 것이 오자와 대표의 사임으로 인해 분열의 기미를 보이던 당이, 누가 대표로 선출되든지 간에 하나로 결속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만이 고질적 관료정치 타파할 수 있어일본 매스컴은 이번 선거의 초점을 "친(親)오자와 vs 반(反) 오자와"에 맞추었다. 자민당에 비해 '마니페스토(정권공약)'가 당론으로 정착된 민주당이다. 공약의 차이가 거의 없다 보니 결국 '오자와 전대표와의 사이'에 주목했다. 전자는 물론 하토야마, 후자는 오카다 후보다. 하토야마 후보는 다들 아시다시피 오자와 대표밑에서 3년간 넘버2인 간사장 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근엄하고 딱딱한 오자와의 이미지를 순화시킨 하토야마의 부드러우면서도 촌철살인의 유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감가는 정치인 상위권에 항상 올랐을 정도다. 반면 오카다 후보는 93년 신생당 및 신진당 창당 당시에는 오자와의 복심(腹心)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임을 받았었지만 97년 오자와가 신진당을 깰 때 이에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이후 줄곧 거리를 두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각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도 그렇게 긴박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하토야마 후보를 지지하는 후나야마 야스에 참의원이 nhk의 대하드라마 "천지인"의 주인공 나오에 가네쓰구의 대명사이기도 한 "아이(愛)"를 인용하면서 "하토야마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우애(友愛)야 말로 지역민과 향토를 사랑한 그를 연상케 한다"는 코멘트는 인상적이었다.
▲ 5월 16일 열린 민주당 신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hiroki yamamoto / jpnews | | 둘이 역설한 정권공약은 관료정치의 타파였다. 하토야마는 "메이지 유신 이래 130년간 계속되어 온 관료주도형 정치가 종언을 고할 것"이라고 했으며, 관료출신 오카다 역시 "그간 관료제도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지금은 관료가 정치를 좌지우지한다. 이걸 도려내지 않으면 일본은 끝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예전부터 "관료주도에서 정치주도로!"를 역설해 왔지만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의 오자와 전대표 뇌물사건을 둘러싼 수사방식이 관료파시즘의 폐해를 보여 주었다"고 말한다. 오자와 전대표와 비슷한 케이스였던 자민당 니카이 의원은 수사는 커녕 그 어떠한 조사조차 받지 않았던 것에 비해 오자와는 비서가 구속되고 자신은 사임했다. 또 일본 매스컴은 검찰 발표를 충실히 받아썼다. 당연히 오자와는 천하의 악당으로 묘사되었다. 검찰 역시 관료들이다. 관료가 정치, 매스컴을 장악해 버린 것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가장 근대화된 관료조직이었던 일본군 조직이 관료 파시즘으로 내달렸을 때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민중이 고통을 받았던 것이다. 당대표의 토론회등을 지켜보면서 문득 한국의 몇몇이들이 이야기하는 "민주당과 자민당 같은 보수정당 아닌가? 정권교체된다고 해서 무슨 차이가 날까?"라는 말들을 떠올렸다. 천부당 만부당한 말이다. 단순히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나누다 보니까 이런 말이 나온다. 일본 민주당은 "정치를 정치가들에게 되돌리자"는 국가적 대전환을 계획중에 있다. 이에 관료조직, 즉 기득권 세력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철저한 항전태세로 임하고 있다. 물론 자민당은 이런 수구적인 행태를 보이는 관료조직에 무언의 동조를 표한다.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안티테제, 대항기제가 아닌 자신들의 패러다임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 한국의 이른바 진보/개혁 정당들이 배워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약 4시간에 걸친 의원총회 및 투표결과 하토야마 후보가 220표 중 124표를 얻어 민주당의 신(新)대표로 선출되었다. (오카다 95표. 무효표 1표) 오카다 후보는 순순히 승복하였고, 둘은 손을 맞잡고 힘차게 "정권교체"를 외쳤다. 각 언론 여론조사, 하토야마 대표가 아소 총리 눌러 하토야마 대표는 주말동안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 18일 아침 오카다 후보를 당 간사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자민당이 가장 두려워한 인물이라는 오카다가 넘버2의 자리에, 그리고 인기만 놓고 본다면 언제나 상위권에 머무르는 대중 정치인 하토야마가 넘버1이다. 실제 <마이니치>가 실시한 주말 여론조사을 보면 차기 수상에 적합한 인물로 하토야마가 34%, 아소 다로 총리가 21%로 나와 있다. 보수색이 짙은 <요미우리> 조차 민주당 지지율이 자민당 보다 2.4% 높은 30.8%로 나왔다. 이는 골든위크 직후의 자민당 26.8%, 민주당 23.4%를 재역전시킨 것으로 오자와 사임 및 하토야마 신체제 출발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결과다. 한가지 흥미있는 것은 매스컴의 태도변화. 지금까지 수많은 대표선거, 당대회를 취재한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매스컴이 집결한 건 처음 보았다. 작년의 자민당 당대표 선거는 200여명 정도였으니, 약 3배 이상 모인 것이다. 여기에도 이유는 있다. 이날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삼엄한 경비를 폈지만, 민주당은 오자와 전대표 시절 "기자클럽 개방"을 공언해 왔었다.
▲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가 총회장에 들어오고 있다. ©hiroki yamamoto / jpnews | | 이날 역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우에스기 다카시의 "만약 총리에 취임한다면 수상관저 기자실을 오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하토야마 대표는 "물론입니다. 우에스기씨는 물론 그외 다른 매스컴들도 언제든지 와서 취재하십시오"라고 확실하게 말했다. 이 답변이 나왔을 때 내 옆에 서있던 오키나와현의 <류큐신보> 카메라맨과 <나가노 일보> 기자가 "과연 역시!(さすがだな)"라고 조그맣게 외치기도 했다. 자민당과는 확실히 다른 오픈 마인드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환영하고 싶어진다. 일본정치의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가 말 것인가.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 오자와 전대표의 사임극에서 "책임있는 설명을 다하지 않았다"며 비판적인 논조를 쏟아 냈던 매스컴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스즈끼 무네오 중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정치가는 결국 매스컴에서 띄워줘야 하거든. 근데 매스컴이 알아서 분위기 파악할 때가 있어. 바로 대물(大物)이 탄생하는 순간이지"라고 말했었다. 길어봤자 3개월, 짧으면 다음달에도 중의원 총선거가 진행될 수 있다. 과연 민주당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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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18 [01:36] 최종편집: ⓒ jpnews_co_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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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사를 바라고 있었어요. |
정말 좋아요~ |
09/05/18 [16: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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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답게 역시 이런 취재도 하시는군요. 아주 좋습니다. 기사 내용도 너무 알차고. 게다가 여러가지 배경설명도 저같은 초보자가 이해하기에 너무 알찬 내용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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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피 뉴스 탄생에 기대했던 그대로가 보여지기 시작하는군요. |
엘시드 |
09/05/19 [1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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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특히 정치권과 관련해서 이리 쿨하고 깔끔하면서도 충분히 예리한 기사를 클릭 몇번으로 접해볼수 있다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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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드립니다. |
박철현(테츠) |
09/05/20 [00: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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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보다 나은 뉴스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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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이느껴져!! |
밝은미소 |
09/05/20 [1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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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ugadesune텣횽의기사는*_* 이 기사는 블로그와서글읽는기분이나는걸요?ㅋ
오늘하루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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