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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보호받고 있습니까?"
요네쿠라 료코 주연 <교섭인>, 사이코패스와 우리는 다른가
 
김봉석 (문화평론가)
지난 설 연휴에 요네쿠라 료코 주연의 <교섭인> 2번째 시즌을 몰아서 봤다. <교섭인>은 유괴, 인질극, 테러 협박 등 실시간으로 범인과 교섭을 해야 하는 특수 임무를 맡은 네고시에이터, 교섭인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2008년에 1시즌이 방영됐고, 2시즌은 작년 4/4분기에 방영했다.

1시즌은 인질극 현장에 투입되었다가 순직한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느낀 우사기 레이코가 특수범죄수사과에 지원하여 교섭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여성인 우사기 레이코가 배타적인 남성들의 조직에서 자리를 잡는 인정투쟁의 과정도 흥미롭고,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배치가 되어 있는 수작이었다. 우사기를 비롯한 개성적인 캐릭터들도 돋보였다.

물론 <짐승의 길> <나쁜 녀석들> 등 마츠모토 세이초 원작 드라마에서 연속으로 주연을 맡았던 요네쿠라 료코의 강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는 단연 돋보였다. 개인적으로는 70년대 경찰드라마 분위기를 오마쥬한 음악과 영상도 즐거웠고.

그러니 시즌 2까지 보게 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시즌 2에서는 서머 클로즈라는 악당이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우사기를 괴롭힌다. 사실 1편에 비해서는 좀 느슨해졌고, 서머 클로즈라는 악당의 존재감도 그리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2편을 보면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었다.

시즌 1에서 <교섭인> 제목이 뜰 때마다 나오던 문구는 '당신은 보호받고 있습니까'였다. 그것은 교섭인으로서 우사기가 가지고 있던 원칙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질극이 벌어질 때, 교섭인의 목적은 무엇일까? 흔히 인질만 구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인질만이 아니라 범인도 죽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사기가 가지고 있는, 이상이 아닌 목적이다.

교섭인은 인질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역시 시민인 범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곧 교섭인을 넘어서 경찰, 국가기관 전체의 임무이자 의무가 된다. 시민, 국민 모두가 경찰, 국가기관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보호'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신은 보호받고 있습니까'란 말은, 시민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시민을 보호하는 교섭인의 고뇌와 활약을 전면에 드러낸 드라마였다.

▲ 교섭인  영화
그런데 시즌 2를 보고 있자니, 뭔가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겨우 인질을 구출하고 보니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악인이라던가, 대체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교섭을 하고 있는지 헛갈리기는 상황들이 연출된다. '당신은 보호받고 있습니까'란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거기에 주인공 스스로 '과연 그들은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인가'란 질문을 덧붙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교섭인> 시즌2는 상식적이고 보수적인 해답을 내리는 것으로 끝난다. 보호받을 가치가 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나의 임무, 라는 것으로. 그것이 가장 무난한 답이라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유영철, 강호순 등의 사건을 접하면서 이제 한국에서도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어떤 죄책감이나 연민이 없이 타인을 괴롭히고 죽이는 자들을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진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은 일본에서 사이코패스를 전면에 부각시킨 최초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에서는 사이코패스가 인간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다른 종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이코패스의 감정이나 사고방식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고도 한다.

하지만 극악한 범죄자들을 사이코패스로 부르고, 그들을 조심하자고 말하는 것은 한편으로 위험한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 즉 우리들과는 다른,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이코패스'의 존재는 쉽게 우리가 아닌 타자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급증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쇄 살인, 근친 살해, 묻지마 살인 등이 모두 우리와 다른 사이코패스의 짓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은, 바로 우리일 수도 있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름 없는 독>에서 말하는 것은, 우리들 사이에 어느 순간 기척도 없이 스며든 독이다.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들이, 죄의식이나 반성 없이 저지르는 '악행'들. 미야베 미유키는 <이름 없는 독>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당혹감을 느낀다. 그들을 사악한 사이코패스나 악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우리들과 똑같은 존재라고 보기도 힘들고.
인터넷에서 지독한 악플을 달거나, 집단따돌림에 참여하거나 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냥 장난인데, 그냥 남들이 하니까, 정도로 생각하면서 누군가에게 잔혹한 폭력을 가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 그건 죄의식과 연민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그들은 동시에 우리 자신의 얼굴이기도 하다.

우리와 다른 사이코패스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라, 사이코패스를 닮은 우리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교섭인> 시즌 2에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은 그런 세태의 반영이 아닐까. <교섭인> 시즌 2가 시즌 1보다 느슨했지만 끝까지 보게 된 이유는, 그 질문 때문이었다. 우리는 과연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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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23 [09:56]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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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 Nicholas 10/02/23 [13:35]
현실속에서 대중은 누가 악당인지에 대해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잡혔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여기서 서구민주주의 병폐 中 한가지인 '개인주의'를 대입시켜보면 어떨까. 개인주의는 겉으로는 다소 고상해 보이지만, 정치적 무관심이나 구성원들간의 고립과 같은 공동체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유교문화의 권선징악이 아닌, 사회의 모든 악을 악당에게 귀속시켜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 서구 정치권력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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