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바로 앞에는 ‘아리스카와 공원’이 있다. 도쿄에서는 젊은 남녀의 데이트 코스로도 꽤 유명한 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작은 연못이 있고 그 곳에서 가끔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오늘 내가 소개하려는 곳은 이 공원이 아니다. 공원에 제일 위에 있는 ‘도쿄 도립 히로오 중앙 도서관’이다. 얼마전 아이들을 피해 공부를 할 일이 있어 이 도서관을 찾았다. 이사 온지 몇 달이 되었지만 집 앞에 공원이 있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실제 공원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더욱이 그 공원 안 어디쯤에 있다는 도서관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집을 나섰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공원 입구까지 겨우 찾아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길이 영 엉망이었다. 공원의 나름 예쁘게 만들려고 설치한 듯한 계단은 울퉁불퉁한 돌계단 이었다. 나 같은 시각장애인은 정형화되지 않은 이런 돌계단은 정말 힘들다.
툴툴거리며 지팡이로 계단을 두드려가며 공원의 제일 위쪽까지 올라가서 겨우 도서관을 찾았다. ‘베리어프리’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도서관이 있네 하며 툴툴거리며 도서관 1층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시각장애인이세요? 잠시만 기다리면 시각장애인 담당 직원을 부르겠습니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그러면서 나를 창 넓은 곳에 위치한 대기 소파로 안내했다.
"시각장애인 담당 직원이 따로 있나?”
조금은 의아해하며 기다리고 있자니 자신이 시각장애인을 담당한다는 직원이 왔다. 그리곤 시각장애인 전용 열람실로 나를 안내했다. 전용 열람실은 일반 열람실과 별도로 직원 전용 출입구를 이용하게 되어 있었다. 시각장애를 안내한 경험이 많은듯 출입구부터 3층에 있는 열람실까지 시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엘리베이터의 위치며 화장실의 위치를 설명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3층 전용열람실에는 시각장애인 담당 직원이 3 명 상근하고 있었고 몇 개의 대면 낭독실이 있었다. 대면 낭독실은 시각장애인에게 이곳 히로오중앙도서관이 소장한 160만권의 도서를 시각장애인도 읽을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와 직원이 읽어 주기 위한 개인용 열람실이었다.
솔직히 시각을 상실한 이후 도서관 이용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터라 조금 얼떨떨했다. 나는 그날 내가 읽기 위한 책을 음성과 점자로 출력되는 기기를 가지고 도서관을 찾았었다. 집에서는 도저히 3살된 비와 4 개월된 새벽이와의 전쟁으로 인해 책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공도서관에 시각장애인을 위한담당 직원이 별도로 있는 것도 놀라웠고 대면 낭독실을 갖추고 있는 것에는 더욱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중에 도서관을 나올 때는 담당 직원이 나를 집까지 안내도 해주었다.
갈 때는 울퉁불퉁한 돌 계단 때문에 투덜거렸는데 나중에 보니 도서관까지 올라가는 별도의 편안한 길이 있었다. 그 길에는 물론 점자유도블록이 잘 설치되어 있었다. 함께 돌아오는 길에 안내 직원을 통해 히로오중앙도서관의 장애인 서비스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현재 히로오중앙도서관에는 약 280여명 정도의 시각장애인이 이용자로 등록해 있으며 대면 낭독 서비스 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 도서. 즉 점자 도서나 데이지 포맷 파일(페이지나 섹션별로 이동이 가능한 음성 파일 형태의 도서 포맷)이 약 5,000여종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들어 일본에서도 시각장애인의 도서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제도도 변화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도립 히로오중앙도서관에서 받은 인상은 매우 컸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과연 공공도서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어떤 것이 존재하는 가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그런데 기쁜 일은 이런 히로오중앙도서관의 서비스와 비슷한 서비스가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에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2009 년 4 월 13 일부터 서울 반포로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에 '장애인 정보누리터'를 개관·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 38석 규모의 장애인 정보누리터에는 시각·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대면낭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면낭독실'(3개실)과 수화·자막이 삽입된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는 '영상실'(3개실), 점자정보 단말기와 인쇄물 음성변환출력기 등 보조공학기기가 비치된 '보조공학기기 보관실'(1개실) 등 공간이 설치되어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경험한 히로오 중앙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수의 장애인이 이용하는지 잘 모른다. 내가 만난 히로오중앙도서관의 시각장애인 담당 직원은 등록된 280여 명 중 늘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은 약 20여명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우리나라나 일본 모두 공공 도서관의 장애 서비스보다는 장애인 전용 도서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도쿄 다카다노바바역 근처에 있는 ‘일본점자도서관’이 시각장애인의 도서 서비스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점자도서관’이나 몇몇복지관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서관 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도서관까지의 이동이나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서의 내용도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대개의 시각장애인 전용 도서관의 경우 점자책이나 음성 도서를 시각장애인 자택까지 우편으로 송부해 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 면에서 공공도서관의 자료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각장애인 전용도서는 별도의 제작을 필요로하고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도 상당하다. 그래도 도서관까지의 이동이나 시각장애인이 접할 수 있는 도서의 형태등으로 인해 공공 도서관보다는 장애인 전용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단점을 모두 아우르는 방법은 없을까? 다양한 자료를 이용하면서도 이동이나 접근이 편한 방법 말이다.
히로오중앙도서관에서 대면 낭독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이런 대면 낭독 서비스를 받기 위해 시각장애인이 도서관을 직접 찾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을까? 요즘 발달된 it 기술을 이용하여 공공 도서관에 위치한 대면 낭독실에서 직접 자택에 있는 시각장애인과 인터넷 등과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해 낭독 서비스를 한다면 좋을텐데…”하고 말이다.
그렇게 되면 160만종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도 얼마든지 시각장애인도 이용할 수가 있고 이동등에 불편도 사라지지 않을까 또 만약 그 낭독 서비스를 지체장애인등이 담당한다면 장애인의 직업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텐데 하고 말이다.
그런 도서관이 어느 도서관인지 궁금하네??? 집 근처에 공공 도서관이 두 군데나 있어 자주 이용하는데, 요즘 도서관들은 쾌적한 환경,친절한 사서들,유용한 시설들을 잘 구비해 있는데, 얼척없는 소리를 하는지;;;
세상 불만을 도서관에 화풀이 하지 마세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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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19 [02:32]
대출 기간 어기면 당연히 사서들이 조치를 취해야 예약한 사람들이 제때에 맞춰 볼 수 있는 것이고, 전산센터에서 게임 하면 퇴실되는 조치 사항이 있음. 그리고, 일부 이용자들의 비매너 행위를 일반화 시키지 말길. 요즘은 경제 사항이 어렵다 보니까 노숙자들이 쉬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차별할 수 없는 사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