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세계 최대의 검색사이트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한 것을 두고 일본언론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쿄신문>(3월 24일자)은 "자유와 통제, 양보할 수 없는 사이"라는 제목으로 한 개 지면(3면 '핵심')을 통째로 할애해 이번 사태를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같은 날 "인터넷의 자유가 저지됐다"라는 클로즈업 기사를 내 보냈다.
구글은 22일 구글 차이나(google.cn) 검색서비스 거점을 중국본토에서 홍콩으로 옮기는 결단을 내렸다. 이날 구글 차이나로 검색한 유저들은 톱 화면에 "구글 차이나가 새롭게 장만한 집에 오신 걸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봤을테다.
'집들이'라면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정부는 인터넷 검열, 차단을 치안유지의 중요 대책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구글 검색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견제해 왔던 중국정부에 구글측이 반항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구글 차이나의 경우 검열대상 키워드가 존재한다. 천안문사건, 법륜공, 민주활동가, 중공태자당(中共太子党, 중국공산당 자녀들), 티벳독립, 문화대혁명 등이 대표적이다. 89년 천안문사건 때 ap통신이 촬영했던 '전차 앞의 1인 청년' 사진은 한동안 중국 인터넷 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이 신문은 전한다.
일본 굴지의 휴대폰 회사에 근무하는 중국인 료리코(가명, 27, 일본거주 6년) 씨는 <제이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열대상 키워드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때 검열대상 키워드로 검색하면 아예 페이지 자체가 블라인드 처리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부 블라인드 처리되는 게 아니라 적당한 수준의 내용은 뜬다. 검열도 예전처럼 중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 컴퓨터 내에 내장된 검열소프트웨어 로봇이 작동해 자동필터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까지 중국정부는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국가규모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반정부조직의 위험정보가 포함돼 있는 사이트에의 접근을 금지시켜 왔다. 또한 작년 7월부터는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컴퓨터에 인공지능 검열소프트웨어 '그린 댐'을 탑재해 왔다.
이런 중국정부의 검열태도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측의 불만이 거세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새롭게 등장한 정보의 장막"이라며 과거 냉전시대 죽의 장막으로 불렸던 중국을 비꼬았다.
중국측도 이런 국제사회의 비난에 맞대응했다. 국영 <신화사통신>은 중국고위간부의 말을 인용해 "일개 기업이 국가주권에 도전하고 있다"며 구글측을 비판했다. 구글 및 미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라는 요구가 중국입장에서는 '내정간섭'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구글도 중국시장을 완벽하게 철수하지는 못했다. 구글 차이나의 연간 매출액은 5억달러 정도로 이는 구글 전체의 연간 매출액 250억 달러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9년 12월 현재 4억명, 2011년까지 6억명 유저로 예상되고 있는 '황금어장'을 버리기엔 너무나 아쉽다.
또 중국이 지금까지 해왔던 국가주도의 검열방식이 앞으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공업대학 대학원에 다니는 류도죠 씨는 <마이니치신문>의 인터뷰에 "앞으로는 중국당국의 검열이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사이트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만약 힘들다면 검열회피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당국의 검열을 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당국이 검열회피 소프트웨어를 무효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지만, 우리들도 그 프로그램을 깨는 소프트웨어를 다시 만들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한다.
중국정부로서는 통신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골치아픈 요소다. 지금 중국은 휴대폰을 이용한 고속데이터통신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곧 중국정부가 감시해야 할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류 씨는 "구글이 철수해도 새로운 '구글'이 나타날 것"이라며 검열자체가 가까운 시일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구글 차이나가 중국본토에서는 한발 빼되 지근거리(홍콩)에서 계속적으로 대륙을 관측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대해 중국외무성은 흔들리지 않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외무성 정강(秦剛) 보도부국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법에 기반한 인터넷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나갈 것"을 강조해 검열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또한 홍콩 역시 자유롭기는 하지만 중국당국의 손이 미치는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구글의 '잔꾀'를 중국정부가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조만간 파괴작전을 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구글의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차이나, 야후 차이나 등은 중국정부 규제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ms의 최고경영책임자 스티브 발버 씨는 구글의 철수가 예상되던 지난 1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중국당국의 규제에 따라 사업을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중국정부에 긴밀한 협력을 해 가며 구글이 철수한 후의 시장쉐어를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ms로서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중국검색시장은 바이두(百度, baidu)와 구글이 양분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바이두가 58%, 구글이 36%로 양사가 무려 94%의 쉐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신문은 "ms의 검색엔진 '빙'은 지금까지 처참한 성적을 보였지만 구글철수로 인해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했다"고 분석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 않겠다'는 구글의 이념이 끝까지 관철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