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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줌마, 서울서 술먹고 파출소로...
아줌마 기자 간노의 '제멋대로' 서울 이야기 (1)
 
간노 도모코
- 제이피뉴스에서는 일본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간노 도모코' 씨의 서울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일본 아줌마(?)가 한국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집니다. jpnews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한국인 남편의 전근(転勤) 덕분에 서울에 와서 산 지 벌써 6년이나 흘렀다.

95년부터 1년간 연세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으니까 이것까지 넣으면 한국에서 7년정도 생활한 셈이다.

그 사이 한국 풍경은 마치 '빨리감기'하는 비디오처럼 정신없이 변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서울거리는 자동차를 우선했다. 나같은 평범한 서민들은 주로 지하도를 이용했는데, 어느샌가 사람우선으로 바뀌었다. 횡단보도가 도처에 생겼고, 신호등 보행자 신호도 꽤 많이 개선됐다.
 
거리에는 청계천이 흐르며, 눈부신 반사광을 선사하는 고층빌딩 러쉬도 현재진행형이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도 어딘가 부드럽게 느껴진다.
 
유학시절만 하더라도 일본대중문화는 금지돼 있었지만, 98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돼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일본노래를 들을 수 있다. 가끔은 여기가 서울인지 도쿄인지 착각에 빠질 때도 있으니 말 다했지, 뭐.

물론 변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언제나 다이내믹한 거리의 활기, 재래시장과 포장마차에서 접하는 아줌마들의 환한 표정, 큰 목소리로 수다떠는 아줌마들도 매력적이다. 길거리에서 앞에 뭐가 있던 절대 피하지 않고 이쪽으로 돌진해 오는 아저씨들의 모습도 변함없다.

한국인들이 품고 있는 일본여자에 대한 이미지도 예전과 비슷하다. 시대가 달라져도 한번 정착된 이미지는 그리 쉽게 바뀌지 않나 보다.
 
특히 한국남성들은, 일본여성들은 언제나 웃고, 나긋나긋하며, 남성들을 위해 희생하고, 결정적으로 꼬시기 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말을 걸어도 한국여성들처럼 직접적으로 거절하거나 그러지 않으니까(이게 그들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겠지만), 일본여자는 개방적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2년 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 손님들이 와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좀 많이 취했던 것 같다. 비틀비틀거리면서도 심야택시를 운좋게 잡아 탔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취한 탓인지 몰라도 '현금이 부족하다! 큰일났다!'고 멋대로 생각해 버렸다.
 
지갑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또 당시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택시도 꽤 많이 있었던지라 나는 카드로 지불하겠다고 주장한 것 같다(솔직히 말하자면 여기서부턴 잘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그 택시는 카드지불이 안되는 택시였다.
 
택시운전사 아저씨는 "카드가 안되니까 현금을 달라"라고 말했다. 당연한 요구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나는 "왜! 한국택시는 불친절한거야!"라고 소리를 질러 버리고 말았다. 아! 정말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그렇게 몇 차례 실갱이를 벌이다가 아저씨가 도무지 말이 안 통했는지, 답답했는지 몰라도 한숨을 내 쉬더니만 차를 세웠다. 그는 차를 세워놓고 택시에서 내려 담배불을 붙였다. 진정하고 싶었을 테다. 그런데 그의 그런 모습을 본 내가 "손님하고 이야기하는 도중에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며 담배를 뺏어 버렸단다(누차 말하지만 기억이 잘 안 난다...-_-).
 
▲ 그러니까...기억이;;;       © 당그니

술취한 외국여자가 이상한 한국말로 계속 추태를 부리니까 이 아저씨도 결국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인지 나를 파출소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술취한 나는 아무도 무섭지 않았다.
 
마침 파출소 안에서 나를 심문하던 경찰관은 감기에 걸렸는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도 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예의다!"라고 외치면서 경찰관 마스크를 뺏어 귀에 연결되는 고무줄을 떼 버렸다.
 
어안이 벙벙한 경찰관. 그 후 내 이름과 연락처를 말하니 잠시후 남편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왔다.

아…! 구세주 등장!
 
"반갑다~"란 말과 함께 만면에 미소를 띠고 손을 흔들자 돌아오는 말.
 
"너! 당장 밖으로 나와!!!"


나는 여기서 술이 깼다. '혹시 뭔가 대단한 일 저지른 건 아닐까' 란 생각과 함께.

터벅터벅 밖으로 나오니 안에 있던 다른 경찰관이 나와 "이런 일본여자 분도 계시네요"라고 말한다. 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기특하게 "그렇죠. 여러 사람이 있어요. 모두 개성이 있으니까"라고 중얼거렸다.

다음날 눈 뜨고 난 후 드는 찜찜함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시운전사 아저씨에게 즉시 사과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일본에 산 적 있고, 일본인들 예의바른 것은 본받자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당신같은 일본인도 있다는 걸 잘 알게 됐어요."・・・・・・

과자선물을 들고 찾아간 파출소에서도 "일본인도 여러가지 사람들이 있군요."・・・・・・

나중에 이 에피소드를 서울 사는 다른 일본인 아줌마들에게 하자, 어떤 아줌마는 "당신의 그런 행동 때문에 일본인 이미지가 나빠지는 거예요"라고 진지하게 화를 내기도 했다.

확실히 내가 저지른 일은 유치한 행동이었지만, 지금도 나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나라 사람이니까 이렇다라는 법칙 같은 건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그 때 일을 떠올리면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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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04 [07:15]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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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노 도모코(菅野朋子). 1963년 센다이 출생


주오대학(中央大学)을 졸업. 신문사 광고국, 주간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주로 일본의 주간지, 월간지에 한국관련기사를 쓰면서 논픽션분야에서 독자적인 취재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 J-POP세대가 본 일본'(단행본),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발! 일본를 향한 눈길'(단행본, 제목이 알기 어려우나, 한국사람이 본 일본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둘다 문예춘추 간행). 고스트 라이터로서는 '두손가락의 피아니스트'(신초사).


번역서로는 '히딩크 자서전 한국을 바꾼 남자'(문예춘추, 원서 『My Way/Guus Hiddink/조선일보사)、『나의 제자, 김정일에게 고한다』(신초사、원서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김현식지음/김영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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