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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줌마, 한국서 '조선족' 되다
아줌마 기자 간노의 '제멋대로' 서울 이야기 (2)
 
간노 도모코
- 제이피뉴스에서는 일본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간노 도모코' 씨의 서울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일본 아줌마(?)가 한국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집니다. jpnews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또 하나 아직까지 변함없는 것이 있다면 내 한국어 실력을 들 수 있겠다. 특히 발음은 지금도 악전고투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 살아서 그런지 아님 조금 발전이 있었는지, 유학 초기에는 한마디만 해도 모두 내가 일본인인 줄 알아 차렸는데, 지금은 못 알아보는 사람도 꽤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를 한국인으로 보는 건 아니다.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데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
 
그렇다. 사람들은 나를 '조선족!'이라 보는 것이다.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가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넉살좋게 말을 걸어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국 택시운전사 아저씨들은 손님에게 말 거는걸 참 좋아한다.

그 날도 "손님, 싱글이야? 더블이야?(독신? 기혼자?)"라고 물어와 나는 "세미 더블"이라고 대답하면서 킥킥거렸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아저씨는 내 어색한 한국어를 듣고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백미러로 내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어디에서 왔어?"라고 물어온 것이다.
 
'아… 역시, 한국어에 이상한 억양이 섞여 있으니까 바로 알아채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일본에서 왔어요. 역시 금방 알아채시네요~"
 
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아저씨 왈,

"거짓말치지 마. 조선족이지?"

'엥? 이건 무슨 말이지'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일본인이라고 대답하니, 기사 아저씨는 여전히 수상하다는 얼굴로,

"아냐 아냐, 조선족이잖아. 안 숨겨도 돼."

숨기든 숨기지 않든 난 일본인이다... -_-;;
 
이후에도 일본인이다, 아니 조선족이다라는 입씨름 끝에 나는 결국 아저씨에게 휴대하고 있던 외국인등록증을 암행어사 마패처럼 내밀어 보였다.

"이거 봐요! 나 정말 일본인이라니깐요!"

내가 건넨 외국인등록증을 본 기사 아저씨는 그래도 수상하다는 듯 의혹이 가득찬 얼굴이었다. 아저씨는 나한테 외국인등록증을 다시 건네 주면서,

"흠, 아냐. 일본여자들은 애교가 있잖아. 인사할 때도 '안녕하세요~옹~ '이라고 애교있게. 응? 손님은 그런 느낌도 없고 하니깐 조선족이라고 생각했지."
 
▲ 저는 일본인인데...     ©당그니
 
흠냐리… 내가 그런 느낌이 없나 보군. 쳇.
 
옛말에 고로 일본인 여성은 말투도 부드럽고, 목소리 톤은 높으면서 사랑스럽단다. 하긴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내 터프한 태도와 중후한(?) 톤의 한국어를 접해 버리면 아무래도 일본인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나 어쩐다나.

아저씨 말에 의하면 조선족 여성들은 일본 여성과 비교하면 역시 한결 터프하고 한국어 억양도 억센 면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일본어도 꽤 터프하게 말하는 편이다. 게다가 한국어는 한국인 남편, 즉 한국남자 말투를 따라 하다 보니 일본어로 말할 때보다 훨씬 터프하게 되버린 것 같다. 그 탓일지도 모른다.

목적지에 다 다른 나는 내리기 직전에 아저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물론 터프하게.

"아저씨, 그런 식의 말투는 고치는 편이 좋아요. 한국에선 조선족이 차별받고 있으니깐 오인 받은 쪽이 기분 나쁠 수도 있거든요."

한번은 동네 작은 구멍가게에서 길을 묻고 있을 때였다. 주인아저씨는 일부러 밖에까지 나와서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서는,

"중국에서 왔어?"

앗, 또다시…란 생각이 들면서,

"아뇨, 그게…" 라고 대답하면서 조금 망설이고 있다 보니,

"그 심정 다 알아. 한국에서 생활하는 거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 힘 내라고!"

라고 말하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 주더니 '너의 힘든 사정을 다 알고 있다'라는 표정으로 길모퉁이를 꺾을 때까지 나를 바래다 주었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에 유학중이던 중국인 후배가 처음으로 서울에 놀러 왔다. 도착하자마자 일본에선 느껴보지 못한 '활기'에 흥분하던 그녀는 다시 일본에 돌아갈 때 이런 말을 했다.

"가게에 들어가서 '에또…아노…'하고 있으면 무지 정중하게 대해 주는데, 중국어를 조금 중얼거리니까 바로 차가운 태도로 돌아서 버리는 거야. 왜 그렇게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걸까?"
 
이 후배는 식당이나 슈퍼에 들어갈 때마다 한번은 일본인, 한번은 중국인처럼 행동해 점원의 반응을 시험해 봤다고 한다. 놀랍게도 중국인이 됐을 땐 대부분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이런 말에 문득 '신사협정' 이란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반(反)유대주의를 취재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털어놓는 부분이 나온다. 그 순간 그때까지 잘 해주고 친하게 지내던 주위 사람들이 갑자기 차별을 일삼아 주인공이 고민하는, 뭐 그런 내용이다.

물론 반유대주의와 한국사람들의 중국인이나 조선족을 향한 시선을 비교할 생각은 없지만 중국인 후배가 느낀 기분이나, 내가 조선족으로 오인당하고 느낀 기분을, 지금 실제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과 조선족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간노의 한국어가 진짜 한국어처럼 느껴진 것이겠지."

한국인 친구들은 위로를 해 줬지만, 암튼 머릿속이 복잡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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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11 [08:55]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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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노 도모코(菅野朋子). 1963년 센다이 출생


주오대학(中央大学)을 졸업. 신문사 광고국, 주간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주로 일본의 주간지, 월간지에 한국관련기사를 쓰면서 논픽션분야에서 독자적인 취재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 J-POP세대가 본 일본'(단행본),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발! 일본를 향한 눈길'(단행본, 제목이 알기 어려우나, 한국사람이 본 일본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둘다 문예춘추 간행). 고스트 라이터로서는 '두손가락의 피아니스트'(신초사).


번역서로는 '히딩크 자서전 한국을 바꾼 남자'(문예춘추, 원서 『My Way/Guus Hiddink/조선일보사)、『나의 제자, 김정일에게 고한다』(신초사、원서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김현식지음/김영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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