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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첫 제사준비를 해보니...
간노 아줌마의 제멋대로 서울 이야기 (3)
 
간노 도모코
결혼 후 다시 서울에서 살게 됐다. 예전 1년간 겪었던 어학연수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며느리수업이었다.

물론, 일본에서는 한 적도 없고, 처음 겪는 일....
서울에 오기 전, 한국에 사는 일본인 친구들이 이런 식으로 겁을 주었다.

"고부간의 문제는 동서고금 비슷하기 때문에 어떻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그렇지만 가장 힘든 일이 제사야. 제사음식은 며느리가 전부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거든. 그래서 제사가 가까워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여서 끝난 다음에도 한참이나 멍한 상태가 돼. 각오해두는 편이 좋을 거야!"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느낌이 딱 안 온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집이 히간(彼岸-춘분이나 추분 등의 9일간)이나 오봉(8월 15일 전후 일본 명절) 때 성묘는 해도,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도 드물다. 한다 하더라도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에 모이는 것이 극히 일반적인 모습이다. 제사음식의 준비라고 해봤자 막상 하게 되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부터 어렵게 생각하지는 말자고 마음 먹었다. 

서울에 오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제사란 예상 밖으로 큰 일이었다.  

내가 겪은 첫 제사는 시아버지 제사로 서울에 와서 3개월 지난 무더운 여름이었다. 우선 어떻게 무엇을 해야되는 지 잘 몰랐다. 시어머니가 시키시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마음을 먹었다.

집에 따라 준비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우리집의 특징은 시아버지께서 생전에 고기를 즐겨드신 것도 있어서 도미를 시작으로 조기 등 20마리 정도 구워서 제사음식으로 내놓았다. 처음 20마리라고 들었을 때는 양이 많은 것에 놀랐으나 대가족의 경우는 이 이상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형님이 전이나 갈비를 담당하게 되어서 나는 시어머니가 하던 생선이나 국 담당을 물려받게 됐는데, 처음 하는 것도 해서 시어머니와 같이 준비를 하게 됐다..

국 만들기는 일본과 비슷해서 쉽게 만들 수 있었는데, 문제는 생선이었다. 굽는다고 해도 프라이팬에서 굽기 때문에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우선 하룻밤 말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당시에는 시장에서 말린 생선을 팔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제사 이틀 전 시어머니 집에 가서, 커다란 자루에 생선을 늘어놓고, 선풍기로 표면이 딱딱해질 때까지 수분을 없앴다. 이것만으로도 오후를 다 소비했고, 앞으로도 이 일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제사 전날, 드디어 생선을 굽기로 하고 다시 시어머니댁을 방문했다.
부엌에 가서 가스렌지에서 그냥 생선을 굽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엌 옆에 있는 작은 베란다에 왠일인지 화로가 2대 놓여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화로 앞에는 욕실에서 쓰는 작은 의자가 살짝 놓여 있었다.   

"렌지에서 구우면  집안 전체에 냄새가 배니까 여기서 굽는 거야. 자 얼른 옷 갈아입어"

마음 속에서는 '아악'하고 소리가 났지만, 그럴 틈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헐렁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조심스레 베란다로 가보니 시어머니는 이미 작은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아서 생선을 굽고 있었다. 

나도 시어머니 정 반대편에 앉아서 막상 고기를 구우려고 하니까, 시어머니께서 투명한 비닐을 꺼내서 건넸다. '어, 뭐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자 '아니 이건 헤어캡!'. 갑자기 이것을 어디에  쓰는 걸까,  영문을 알 수 없어 갸우뚱거리고 있으니까 시어머니는 머리를 가리키며 "머리카락에 냄새가 배니까 이걸 머리에 써"라고 한다.

앗! 하고 보니 시어머니는 이미 머리에 투명한 헤어캡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것은 꽤 우스꽝스러운 모습인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조용히 시어머니를 따라배우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상당히 웃기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생선을 구우면서 시어머니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시아버지는 남편이 중학생 때 돌아가셨는데, 정말로 갑작스런 일이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그때 40대 초반이었다.

"돌아가시기 전에 점을 보러 간 적이 있었어. 그때 점쟁이가 부부가 사이 좋게 오래 살거라고 했거든. 그런데 갑자기 돌아가셨잖아..."

그 다음부터 시어머니는 점을 보러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20마리 가까이 생선을 다 구웠다. 굽기만 하는  것이어서 대단한 품이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끝나고 나니 왠지 모르게  피곤했다.

▲ 조기     ©jpnews

'아 힘들었다!' 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헤어캡을 벗었다. 그날 저녁식사는 드물게 남편의 배려로  밖에서 먹기로 했다. 준비를 하고 시어머니와 같이 밖에 나가려고 현관까지 나오니까 시어머니가 내 얼굴을 보고 '와하하'하고 웃는 게 아닌가.

어 왜 그러시지? 하고 현관에 있는 거울을 보니까 세상에! 이마에 뚜렷하게 헤어캡 고무줄 자국이 남아있는 게 아닌가. 시어머니의 이마는? 하고 보니 시어머니 역시 이마에 고무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어머니도 고무줄 자국이 있어요."

라고 말하니까 시어머니도 거울을 들여다보더니 "앗! 정말이다"라고 외쳤다. 둘은 서로를 보면서 폭소를 터뜨렸다. 

어찌저찌해서 제사 데뷔는 우선 무사히 끝나고, 그후 몇 번이나 제사를 치루었지만,  스트레스인 것은 변함이 없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기분은 좋지만, 이상하게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올해도 슬슬 시아버지 제사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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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25 [08:4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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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노 도모코(菅野朋子). 1963년 센다이 출생


주오대학(中央大学)을 졸업. 신문사 광고국, 주간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주로 일본의 주간지, 월간지에 한국관련기사를 쓰면서 논픽션분야에서 독자적인 취재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 J-POP세대가 본 일본'(단행본),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발! 일본를 향한 눈길'(단행본, 제목이 알기 어려우나, 한국사람이 본 일본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둘다 문예춘추 간행). 고스트 라이터로서는 '두손가락의 피아니스트'(신초사).


번역서로는 '히딩크 자서전 한국을 바꾼 남자'(문예춘추, 원서 『My Way/Guus Hiddink/조선일보사)、『나의 제자, 김정일에게 고한다』(신초사、원서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김현식지음/김영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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