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일본 가와사키(川崎) 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주최한 측은 '가와사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모임'.
'가와사키 시'가 집회 장소로 결정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가와사키시는 한국 부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로 고교생 역사포럼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상정에 협력하고 있는 등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증언하고 계신 강일출 할머님과 통역을 하고있는 무라야마 잇페이 씨 ©jpnews / 구지은 | |
이 날 집회에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에 살고 있는 강일출(84) 할머니가 증언자로 참석했다. 강 할머니는 올해 84세로 현재 생존하고 있는 85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가운데 최연소자이다.
강 할머니는 1928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 16세가 되던 해인 1943년에 중국 위안소로 끌려갔다. 그 후 2년 동안 중국 장춘 및 모란강 위안소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4월, 한국으로 귀국해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집회에는 100여명의 일본사람들이 각지에서 참석해 가와사키 시민관을 가득 메웠다. 일본에 처음으로 위안부의 존재를 알린 저널리스트 나가누마 세쓰오 씨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집회는 시작됐다.
사회는 무라야마 잇페이(30) 씨가 맡았다. 무라야마 씨는 나눔의 집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연구원이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에 관한 활동을 해 온 그는 노련한 말솜씨로 "조선과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봐야 합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눔의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제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같이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전쟁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이어받아야 하는가라고 한다면, '왜 전쟁을 했는가, 왜 위안소가 만들어 졌나'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전쟁에서의 가해 부분을 포함한 역사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일본정부는) 가해사실에 대해 인정해야 합니다."
이어서 그는 나눔의 집이 무엇인가, 위안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20여분간 지속됐다. 그리고 강일출 할머니가 등장했다.
무라야마 씨가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라며 강 할머니를 인도했고 자리에 앉은 강 할머니는 자리에 앉자마자 숨을 고르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어. 하룻밤에 대여섯명씩 들어왔어. 자궁출혈로 약도 먹었지만 아파서 눈물이 났어. 눈물을 흘리면 두들겨 맞으니까 안 울려고 애썼는데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물이 나오는거야. 그래서 계속 발로 차이고 맞고......"
▲이야기 도중, 감정을 삼키며 끝내 말을 못 잇는 강 할머니 ©jpnews / 구지은 | |
그녀는 위안부로서의 생활과 고통, 그리고 탈출에서부터 귀국까지의 과정을, 눈물을 억눌러가며 이야기 했다. 또한 일본정부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지적했다.
"일본정부는 왜 위안부를 인정하지 않는거야? 정권이 바뀌어서 이제는 사죄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기뻤어. 근데 사죄는커녕 독도가 일본땅이라며 역사문제 왜곡해서 또 싸움을 걸고 있어. 꼭 우리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어. 가끔 우리한테 다가오는 일본사람보면 갑자기 반감을 느낄 때도 있어. 그럴때는 아주 그냥 증언도 안 하고 싶어져."
그리고 그녀는 몇 번이고 "청춘 돌려달라고 해. 사죄 안해도 되니까 우리 청춘을 돌려달라고 해!!" 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약 40분간에 걸쳐 증언을 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쁜건 일본 정부지 국민은 아니야. 일본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야. 이렇게 일이 바쁜데도 내 얘기 들으려고 와줘서 미안하다고 해"라며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한 일본인 여성참석자 ©jpnews/구지은 | |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눈물을 흘리던 한 일본여성은
"같은 여성으로서 용서할 수 없네요. 가장 지독한 전쟁범죄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여태까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어요. 정말 죄송스럽습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듯 일본사회에서는 역사를 바로 마주하고 가해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가해 국가의 한 청년이 바라본 피해 국가의 젊은세대들의 모습은 어떨까.
"나눔의 집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모르는게 참 이상해요. 한국 사람들, 더 많이 와야해요. 매주매주 와야해요. 왜 학교에서 가라고 할 때 밖에 안 오죠? 차라리 한 달, 석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오는 일본인들이 더 많아요. 일본인이 역사 모르는거 사실이지만,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잊어버리고 있어요."
무라야마 씨는 <제이피뉴스>의 취재에 한층 격양된 목소리로 변한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역사를 바로 봐야하는데 지금 한국에는 뉴라이트 사람들 엄청 많지 않습니까. 현재 한국사회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요. 서울대 교수란 사람이 위안부는 없다고 하고 있어요.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생각해보면, 한국 젊은이들이 나서서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한다는 겁니다."한편 21일에는 '전시(戦時)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해결 촉진 법안' 제출 10주년 기념집회가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 21일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해결 촉진 법안 제출 10주년 기념집회 ©jpnews / 구지은 | |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해결 촉진법안'은 2004년 4월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국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전쟁 당시 성적강제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성을 실추시킨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피해여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금전적으로 보상・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집회에도 피해자 대표로서 강일출 할머니와 무라야마 잇페이씨가 방문했고 일본의 시민단체들과 10여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강일출 할머니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전쟁이 나면 가장 피해입는 사람은 여자와 어린애들"이라며 "민주당이 좀 더 힘써줘서 전쟁 없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