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한국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컷! ng!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이예요!"
(죄송)
"저도 한글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허)
"ng! 한글어도 안되요. 한글이라니까요!"
일본 교육방송인 nhk 교육채널 한글강좌 촬영도중 작은 해프닝이 생겼다.
2010년 4월부터 새로운 한글강좌를 시작하고 있는 'nhk 텔레비전으로 한글강좌'에 올해의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영화배우 호소카와 시게키가 똑같은 부분에서 자꾸 ng를 냈다.
지난 4월 13일에는 올해 nhk 한글강좌 기자 발표회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2년째 출연하고 있는 모델 영아(김영아), 배우 공대유 그리고 올해 게스트로 선정된 호소카와 시게키 등 3명이 출연하여 한글강좌 촬영현장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 nhk 한글강좌 공대유, 호소카와 시게키, 영아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한국어를 한 번도 공부해 본 적이 없다는 호소카와는 의외로 한글 강좌 촬영 중 물만난 물고기처럼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더니, 홍보 영상 촬영에서 거듭 ng를 냈다.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한글어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된 모양이다.
nhk 한글강좌 스탭이 말한다.
"우리 방송에서는 한국어나 한글어가 아닌 '한글'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다른 나라의 언어는 국가 이름을 사용하는데, 왜 일본인들은 한국만 한국어라고 부르지 않는걸까?
이것은 한국인과 조선인이 함께 거주하는 곳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 전부를 한국이라고 한다면, 한국어라는 것은 북한의 언어를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배우고 있는 말은 남한 언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라고 부를 수 없었다. 한국어는 자칫, 인종차별적인 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강좌명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고민하던 nhk는 언어학자들과 논의를 거쳐 문자를 나타내는 '한글'로 쓰기로 했고, 지금은 많은 일본인들이 '한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 소재의 한 대학에서는 한글도, 한국어도 아닌 '코리아어'라는 타이틀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 nhk 한글강좌 텍스트북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nhk 한글강좌는 1984년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반응은 미미한 것이었고, 2000년 대에 들어서면서 한류열풍이 불고 한글강좌에도 인기에 불이 붙었다. 한류스타에 빠진 주부들은 한글공부에도 열을 올렸고, 이 때부터 매달 발간되는 nhk 한글 강좌 교재도 부쩍 많이 팔렸다. 라디오와 tv 강좌를 합쳐 한달에 22만 부가 발간될 만큼, nhk의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2010년 한글강좌 출연진은 누구?2000년 대에 들어 nhk 한글강좌는 윤손하, 유민, 류 등이 맡아왔고, 지난해부터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델 영아와 공대유가 고정 출연하고 있다.
영아는 시트콤 '논스톱 3' 등에 출연했던 연기자로, 2004년 일본으로 건너와 현재는 톱모델로 활약. tv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까지 넘나들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공대유는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출생한 재일교포로, 한국어와 일본어가 능하다. 때문에 처음에는 일본에서 데뷔하였으나 한국으로 건너와 vj 등으로 활약했고, 현재는 일본에서 한류 관련 방송을 비롯하여,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호흡을 맞춰온 터라 촬영에도 부담감이 없는 모습. 촬영 짬짬이 한국어로 대화를 나눴고, 때로는 장난을 치면서 친근함을 보여주었다.
▲ 2009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한글강좌 출연자- 공대유 영아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올해, 한글강좌는 커피숍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커피숍 마스터인 공대유와 신참 바리스타 영아, 한글을 공부하고 있는 손님 역으로 호소카와 시게키가 등장하여 간단한 대화로 한국어를 배우는 컨셉이다.
검은 앞치마를 하고 나타난 영아는 촬영을 잠시 쉬게되자 들고 있던 쟁반을 머리에 얹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공대유에게 말했다.
"나 어렸을 때 이렇게 쟁반을 머리에 얹고 걸었다" "어렸을 땐 미스코리아가 뭔지도 모르면서 미스코리아 된다고 이렇게 걸었던 거 같애"라며 어린시절 추억을 거리낌없이 말했다. 1년이 넘게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인지 친근함이 느껴졌다.
녹화는 한국어의 '있다/ 없다' 표현을 배우는 강좌가 진행되었다. 영아가
"커피 있어요?"라고 물으면, 호소카와가
"아뇨 없어요"라고 대답.
"설탕 있어요?"등 대화를 통해서 표현을 외우는 것이었다. 한국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호소카와는 의외로 깨끗한 발음으로 한국어를 말했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눈치였다.
▲ 녹화 후 기자회견 장에서 왼쪽부터 공대유, 호소카와 시게키, 영아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촬영이 끝나고 마련된 기자회견에서는 처음 한국어에 도전하는 호소카와 시게키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지난해 겨울, 처음 서울에 가봤다는 호소카와는 "역시나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면서
"일본인과 한국인은 외양이 비슷해서인지 친근감이 느껴졌다. 패션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주말에라도 훌쩍 떠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라는 감상을 말했다.
또한, 배우인 만큼 한국영화에도 관심이 많은데,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엽기적인 그녀 등을 재밌게 봤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일본에는 왜 이런 작품이 없을까 이런 생각에 분하기도 했다. 한국 배우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몸을 만든다.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비결을 배우고 싶다"며 깊은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 가전제품에 전문가급 정보를 가지고 있어 '가전 연예인'이라 불리우는 호소카와 시게키 ©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호소카와 시게키는 일본에서 일명 '가전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가전제품에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실제로 사용해 본 가전도 많으며, 전자업체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한글강좌에 출연이 결정되었을 때도
"우선은 전자사전부터 샀다. 나같은 경우는 전자사전 기능을 비교하면서 한국어 공부에 대한 열의도 오르는 편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자기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쉽지 않을까"라며 새로운 공부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자사전 외에도 최근 한국제 휴대폰을 샀다며
"한글을 배우면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삼성, 엘지 등 전자업체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 "가능하면 삼성, 엘지 본사에 가서 담당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독특한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발군의 미모로 남성 시청자 확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모델 영아는
"선생님께 한국인이지만, 한국어 발음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올해는 잘생긴 남자들에 둘러싸여 즐겁고, 일본어는 물론 한국어 발음에도 주의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가르쳐주고 싶은 한국어로는 공대유가
"죽인다~"라는 표현을 들었다. '이거 대단하다'는 뜻이라며 시부야에서 젊은이들이
"야 죽인다~"하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호소카와 시게키는
"최근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가 결혼하여 한국에서 사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장남의 부인은 '큰엄마'라고 불리우며 집안의 모든 일의 책임을 지더라"라며
"앞으로 국제결혼이 많아질테니 큰엄마가 많이 늘어날 것. 내가 최근에 외운 한국어는 '큰엄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nhk 에듀캐셔널 어학부를 담당하고 있는 호리 미사 프로듀서는
"30대 이상 여성 시청자가 많은 한글강좌에 멋지고, 유머도 있으면서 든든한 느낌을 주는 연예인을 찾고 있었는데, 호소카와 시게키 씨가 딱이었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호소카와 캐스팅에 만족을 표시했다.
▲ 2010년 한글강좌에는 신한류스타 윤상현 김준 등이 직접 출연하고 있다 © jpnews | |
한편, 올해 nhk 텔레비전 한글강좌는 일본 내 인기가 높아져가고 있는 '꽃중년' 윤상현, '꽃남' 김준의 한국어 회화 코너가 개설되었다. 이 코너는 3개월에 한 번 한국에 가서 촬영되는데, 방송이 시작된 벌써부터 한류 드라마 팬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중년 한류팬 뿐만 아니라, 중고생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져가는 한국어.
그러나 아직도 한국어인지 한글인지 아니면 코리아어인지 언어명조차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한국이 직접 적절한 표현을 찾아서 제대로 알려야 할 때가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