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로 떨어진 시청률을 사수하라!"
다른 민방들(니혼tv, tv아사히, 후지tv, tv도쿄)에 비해 시청률 저하에 고민하고 있는 tbs가 한류드라마 '아이리스'로 승부를 걸었다.
비록 1, 2회 통합 방송분이 10.1%를 기록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아이리스는 3회분에서 비록 8%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영화를 보는 듯한 수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으로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있다.
tbs가 '아이리스'에 쏟는 정성은 여러군데서 확인된다.
우선 tbs는 '아이리스'에 처음부터 제작비를 지원했다. '뵨사마' 이병헌 등 일본 내 한류스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유력배우들의 일본내 프로모션도 tbs 광고홍보국이 총동원됐다. 또한 후지와라 다쓰야(藤原竜也), 구로키 메이사(黒木メイサ) 등 일본 내에서도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이들이 일본어 더빙을 맡았다.
게다가 tbs는 '아이리스'를 골든타임대에 배치했다. 외국드라마가 수요일 저녁 9시라는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것은 1995년 tv아사히에서 방송된 'x-file 시리즈' 이후 무려 15년만이다.
약간 떨어진 시청율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보이는 tbs와 아이리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최근 아이리스를 둘러싼 법정분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아이리스는 한국에서도 대본 저작권 문제로 제작 및 방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또한 방송이 끝난 지금 '아이리스 대본'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아인스m&m은 한국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본안)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미 드라마가 끝났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뉴스는 잠잠해졌다.
문제는 일본이다. 아인스m&m은 지난 3월 19일 일본지방재판소에 tbs를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 소송을 걸었다.
아이리스를 둘러싼 소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전모를 살펴보자.
| ▲ 2009년 10월 19일에 나온 아이리스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 결정문 ©jpnews/박철현 | |
아이리스 법적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이피뉴스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박병대)의 결정문 등에 따르면, 아이리스는 원래 'mk픽쳐스'(쉬리로 유명한 강제규 감독이 대표로 있었음) 가 영화 '쉬리' 의 속편용으로 기획한 작품인 것으로 보인다.
이 결정문에는 "mk픽쳐스는 대본계약을 시나리오 전문제작회사 주식회사 '에이스토리'와 맺었다"고 명시돼 있다.
이후, mk픽쳐스는 회사 사정으로 쉬리 속편 제작을 포기했으며, 에이스토리가 담당했던 대본은 당시 정태원 씨가 대표로 있던 '구 태원엔터테인먼트(이하 구 태원)' 로 넘어간다. 에이스토리와 구 태원간에 성립된 대본 공급 계약서에는 "대본의 모든 저작권은 구 태원에 귀속시킨다"는 요지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대본의 저작권을 갖게 된 구 태원은 2009년 1월부로 재정난 등을 이유로 주식회사 아인스m&m(이하 아인스)과 합병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당시, 구 태원의 정씨는 아인스에게, 구 태원은 위 대본에 대한 권리가 있으니 자신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권유하여, 아인스가 정씨의 주식을 매수하는 식으로 합병을 하게 된다(단지, 등기 상으로는 구 태원이 존속회사로 됨). 그 후 구 태원은 지금의 아인스로 사명을 변경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본의 모든 권리는 아인스가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위 합병과정에서 대본에 대한 권리가 없어진 정씨가 비밀리에 회사를 만들고, 구 태원이 사명을 아인스로 바꾸자, 자신이 만든 회사의 사명을 다시 태원엔터테인먼트(이하, 신 태원)로 변경하고서, 아이리스를 제작하게 된다.
이에, 아인스 측이 "정 씨가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대본을 모두 가지고 갔고, 거기서 나온게 '아이리스'의 드라마 대본이다"라고 폭로하였다.
화해의 여지가 보이지 않자 아인스는 아이리스가 방송되기 전에 신 태원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제작 및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법원의 결정은 아이리스 방영이 막 시작됐던 2009년 10월 19일에 나왔다.
그런데 이 결정문이 애매하다.
결정문에는 "원 대본과 드라마 대본의 유사성을 인정한다. 아인스 측에 저작권이 있으므로 대본의 사용금지를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단 영상 저작물(아이리스)와 그것의 복제, 출판, 전송, 방송금지 신청은 기각한다"는 다소 모순(?)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아이리스 대본'의 저작권은 아인스에 있지만, '드라마 아이리스'의 복제, 전송, 방송등은 상관없다는 말인데, 드라마 컨텐츠는 대본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저작권은 인정, 그러나 가처분 신청은 기각
무엇보다 저작권이 아인스에 있음에도 아이리스가 종방까지 무사히 간 것은 드라마라는 컨텐츠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다. 방송금지 등을 포함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우선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어야 한다.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그것이다.
'피보전권리'는 저작권이 어느쪽에 있는지 확실하게 정해 저작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보전의 필요성'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방송 금지 등을 행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제50민사부가 내린 결정문에는 '피보전권리'가 아인스 측에 있다고 정확하게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신 태원의 계속된 이의신청으로 인해 그 와중에 아이리스 방영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럴 경우 방송 금지를 요청하는 '보전의 필요성'은 인정받지 못한다. 방송 자체가 안되고 있기 때문에 '보전의 필요성'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아인스가 제기한 제작 및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되고 만다.
하지만 아인스는 '저작권은 아인스에 있다'는 재판부 판단을 근거로 저작권 침해 등의 이유로 정태원 씨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비롯한 민사 소송과 형사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고 당사자인 정태원 씨는 4월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황이다.
한편, 일본에서도 3월 19일부로 '아이리스'의 방영 금지를 포함한 가처분 신청서가 도쿄지방재판소에 제출됐다.
tbs를 상대로 아이리스 방송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아인스 측의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 제이피뉴스의 취재에 이렇게 말한다.
"원 대본과 가장 비슷한 부분은 드라마 3회에서 5회분이다. 한국검찰의 공소장에도 이 부분은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처분결정이 났다고 하더라도, 일본에서의 사건은 그 당사자가 다르기에 일본재판소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예측이 힘들다"
그런데, 일본 언론들은 이 사건에 대하여 아직은 조용한 형편이다. 정태원 씨가 한국에서 저작권법위반으로 기소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선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방영은 이미 시작됐다.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까?이미 '아이리스'는 방영되고 있다. 아인스가 거의 똑같다고 주장하는 3회분도 28일 방송됐다.
21일 한국 방영분 1, 2회로 구성된 특집 첫회 방송은 10.1% 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간대가 다르긴 하지만 한류드라마로서 열풍을 불러 일으킨 '겨울연가' 의 경우도 9.2% 라는 한자릿수 수치로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두자릿수 수치로 스타트를 끊었다.
거기에 일본팬들의 반응도 방영 전 반응과는 다르게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방영 전에는 "왜 한국 드라마를 황금시간대에 편성하느냐"는 반응 일색이였던 것과 비교하면, "스케일이 크다" "예상보다 재미있다" 등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모습이다.
3회분에서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겨울연가'도 드라마 중반이후부터 상승곡선을 탄 전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인스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아이리스의 일본내 방영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아인스의 대리인도 한류 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부분은 조금은 걸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방송관계자들은 "tbs가 제작비를 댔으니 저간의 사정을 알고 있을 것이고, 정씨가 저작권법위반으로 기소되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리스를 방송한다는 것은 방송사로서 도의에 어긋난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법정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이리스. 과연 일본법정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제이피뉴스>는 이후로도 아이리스 법정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상하게 보도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운디네
